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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수업 8편, 나라는 영화 - 크리스마스 선물
  • 맹수
  • 25.12.23
  • 조회 수: 300

 

크리스마스 선물

 

 

에세이 수업도 이제 2주 남았다.

주 1회 총 10주 동안의 과정 중 벌써 8주가 지났다. 매주 숙제로 제출한 작품 활동도 다음 주를 끝으로 마감한다. 처음엔 수필 한편 쓰는 것도 몇 달이 걸릴 것처럼 막막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불과 두 달여 동안 쓴 글이 여섯 편이나 된다. 숙제라는 압박감이 낳은 성과지만 그만큼 이 수업은 내게 몰입감을 주었다.

 

다음 주에 제출할 숙제 마지막 편을 포함하여 그동안 쓴 글을 엮어서 제본을 맡기면, 수일 내로 책으로 만들어 택배로 배송해 준다고 한다. 마지막날 자신의 책을 서로 공유하며 자축하는 시간을 갖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보람차게 끝을 맺기 위해선 지금 쓰는 마지막 숙제를 잘 완성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쓰는 글이 더 부담스럽다.

 

마지막 숙제는 나에 대해 영화 같은 스토리를 쓰는 것이다. 육십 평생 기나긴 여정 속에서 영화 같았던 인생 단면을 찾아내 편집하고 글로 표현하는 것은 실로 어렵고 막연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소재는 무엇으로 할 것인지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 고민 중에 주말이 되어 바람도 쐴 겸 아내와 함께 백화점에 들렀다. 11월임에도 매장에는 벌써부터 크리스마스트리를 설치했다. 트리 아래에는 선물상자를 전시해 놓았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이제 거리에 캐럴이 울리면 그와 함께 연말 분위기도 무르익을 것이다.

 

선물상자를 보면서 성탄절에 얽힌 내 인생을 크리스마스 영화처럼 그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더미로 묻혀버릴 내 인생의 추억을 크리스마스라는 매개를 통해 되새기며 글로써 공감과 설렘을 자아내는 것도 수필을 쓰는 묘미일 것 같았다. 그런 생각으로 아주 짧은 단편영화 두 편을 써보았다.

 

 

1

 

크리스마스의 즐거움은 서로 주고받는 선물에 있다. 선물이라면 당연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특히 아이들에게 산타의 존재는 구세주와 같다. 더구나 그들은 산타가 정말 있다고 믿는다. 그 동심이 파괴되는 날이 오기까지는...

 

초등 3학년 크리스마스 시즌이었다. 형은 나에게 줄 선물로 SF(공상과학) 소설책을 미리 사놓았다. 꼭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형도 그것을 알고 샀지만 먼저 주지 않고 그날을 위해 숨겨 놓고 있었다.

 

성탄절 전날 밤, 나는 꼭 산타를 보고야 말겠다는 일념으로 자지 않았다. 형은 내가 잠을 자지 않으면 산타가 안 온다고 다그쳤다. 근데 정말 잠이 안 왔다. 이런 나를 보고 형은 초조해했다. 심지어 내가 안 잔다고 화까지 냈다. 마지못해 눈을 감고 자는 척을 했는데 뭔가 앞에 어른거려 실눈을 떠보니 형이 내 앞에서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이다. 소설책을 정성스레 포장해서 이불 위에 조심히 놓는 형의 모습을 보았다.

 

그때 알았다.

'아, 산타는 없구나. 모든 게 거짓이었어!'

웃기는 것은 바로 그 이후다. 형이 나를 막 흔들어 깨우더니 산타를 방금 전에 봤다고 침을 튀기면서 상황을 재연했다. 산타가 갑자기 산신령처럼 연기를 뿜으며 나타나서 무서워 엎드렸는데, 책을 선물로 주면서 동생에게 앞으로 형 말 잘 들으라고 전달하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는 얘기였다.

 

믿을 수 없었으나 믿는 척했다. 형이 너무 흥분했고 재밌어해서 속아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 내년에도 받을 수 있으니까.

 

 

2

 

50대 후반. 나는 키가 나만한 두 아들을 둔 아빠가 됐다. 애들이 어렸을 때는 어릴 적 나처럼 산타가 정말 있다고 생각했는데, 두 녀석은 이제 티격태격하며 인터넷 주문을 통해 서로 필요한 선물을 주고받는다.

 

작년 크리스마스 날, 온 가족이 모여 케이크를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중에 고등학생인 둘째 녀석이 산타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언제 알았는지 고백했다.

 

7살 어린이집 다닐 때 진짜 산타할아버지가 빨간 선물 보따리를 들고 어린이집을 찾아왔단다.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친구들과 함께 줄을 서서 선물을 받았다고 했다. 할아버지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껴안아 주기도 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단다.

 

산타할아버지가 가신 후, 선생님이 한눈 판 사이 장난기 많은 친구 녀석들과 함께 몰래 빠져나와 어린이집 마당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데 담너머로 산타모자가 살짝 보였다는 것이다. 아직 안 가셨나 보다 생각하고 대문을 살며시 열어 담 쪽에 서 있는 산타할아버지를 바라봤단다.

 

그런데 산타 복장을 한 어떤 젊은 아저씨가 벽에 기대어 서서 하얀 수염을 턱 아래로 내려놓고, 한 손에 휴대폰을 잡고 바라보며 다른 한 손에는 담배를 들어 뻐금 뻐금 연신 피워대는 모습을 보았다는 것이다. 순간 '아, 산타는 없구나. 다 구라였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동심이 파괴되면서 인생의 쓴맛을 알게 되었다는 얘기다.

 

재밌는 것은 둘째 녀석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표현할 때 정말 리얼하게 흉내를 내서, 순간 '이 새끼. 요즘 담배 피우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유년 시절, 크리스마스 카드를 사서 친구들에게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적어 보낸 기억이 난다. 고요한 밤, 별빛 아래 언덕 위에 홀로 불 켜진 채 서 있는 교회 그림이 담긴 카드였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티브이에서는 성탄절에 성서영화가 봇물 터지듯 방영됐고 온 가족이 안방에 모여 그것을 재밌게 봤다. 그날 눈이 오면 더없이 좋았다.

 

천국은 어린아이 같아야 들어갈 수 있다는 그분의 말씀이 떠오른다. 이날은 그분을 기리는 날이다. 우리의 동심은 깨졌지만, 캐럴이 거리에서 들릴 때면 추운 겨울임에도 여전히 마음은 설레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아마도, 천국에 갈 만큼 순수했던 그때 그 시절이 우리 마음 한편에 새겨졌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믿든 안 믿든 그 설렘은 이미 받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

 

제목과 내용을 볼 때

적어도 성탄절 전에 올려야 될 것 같아서요.

이후에 올리면 김샐 거 같아

마지막 편은 어제에 이어 바로 올립니다.

 

두 달간의 여정이 끝나가는군요.

앞으로 남은 두 주는

그동안 쓴 글들을 모아

나만의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마지막 주에는 마무리를 빨리하고

쫑파티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숙제의 주제를 보면

이번 강좌는

나의 삶을 중심으로

사랑과 자화상, 삶의 공간, 취미로 본 내 모습,

먹고 입는 것, 간증 그리고 인생을

글로써 풀어 본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다소 철학적이었으나

일상적이었으며 또한 문학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유아기 수준이었습니다만...

 

7편이나 썼다니,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이전에 썼던 글들은

사진과 함께 생생 정보를 공유하는 데 초점을 두었죠.

그러다 보니 정격적인 문학 활동이라기 보다는

수다성 글이었다고 봅니다.

 

이제 책으로 내가 쓴 글들이 엮어져 나오면,

비로소 문학활동의 길로 들어선,

조금은 성장한 내 모습을 마주할 것입니다.

 

책을 만드는 과정은

다음 주에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것을 마지막으로

본 시리즈를 마무리할 예정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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