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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수업 2편, 사랑하는 당신에게 쓰는 편지

사랑하는 당신에게 쓰는 편지

 

 

나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당신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면서 마음대로 낙서하듯 하루 종일 내 가슴에 당신만 그리고 있습니다. 허락 없이 또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숨어서 끄적대고 있는 내 모습에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나 자신이 속물로 보입니다.

 

당신이 처음에 내게 건넨 그 말 한마디에 나는 무너졌고, 이후 지금도 내 마음은 흔들리고 머리는 매우 혼돈스럽습니다. 이 세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억겁의 세월이 있는데, 하필 우리 둘이 만나서 서로 강한 인연을 맺었지요. 어찌 보면 이건 기적이고 기쁨입니다. 이렇게 설렘과 행복감을 즐기고 있는데, 당신도 똑같이 느끼고 있는지요. 그러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듭니다. 하지만 당신에 대한 탐닉이 더 강해서 그 미안한 마음마저 금방 사라집니다.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공간을 기억하나요?

지난여름 6월에 출근길 7호선 지하철을 타고 뚝섬에서 청담으로 한강을 건너던 그 순간 말입니다. 뚝섬에 도착하기 전, 나는 카키색 기차 칸 문가에 기대어 컴컴한 그림자가 함께 달리는 차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무 생각도 느낄 수 없는 암흑의 잔상만 가득했죠.

 

뚝섬에 다다르니 이른 아침 역사 안으로 밝은 하늘이 비춰왔습니다. 곧 기차가 다시 출발하고 차창에 비친 뚝섬역의 창문들이 마치 영화 필름처럼 지나갔습니다. 맹렬히 달리는 바퀴 소리가 역사 안을 진동시키며 열차를 흔들어댑니다. 그러다 강가 다리 위로 빠져나오자 갑자기 소리가 숨 멎듯 먹먹해지며 동편의 드넓은 강줄기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저 멀리 검단산 뒤편으로 비춰오는 금은빛 싱그러움이 강물 위에 또 다른 산그리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그때 당신은 웃음을 머금고 내게 다가와 이렇게 말을 걸었지요.

 

"요즘 어때요. 괜찮아요?"

 

애써 표현은 안 했지만, 당신의 음성은 내게 감동으로 몰려왔습니다. 엄마의 태반에서 떨어져 나와 두려움에 울음을 터뜨렸을 때 가슴에 안겨 심장 소리를 들었던 기억이 솟았습니다. 젖가슴 사이 깊은 골, 촉촉한 땀과 약간의 냉기를 머금은 피부에 얼굴을 파묻자 내 울음은 멎었고, 젖꼭지에 묻은 달큼한 비린내가 허기를 채워주었죠. 이기적인 눈물로 얻은 생애 첫 성취의 기쁨이었습니다. 바로 그런 감격이었습니다.

 

곧 기차는 청담굴로 빨려 들어가고, 우리가 내릴 때까지 많은 얘기를 서로 나눈 것 같은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도대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미소와 입술, 그리고 깊은 숨소리에 젖은 향내만 잔상에 남았습니다. 다시 만날 약속을 하고 헤어졌으나 그 순간 이후로 내 가슴과 머리는 이기적인 탐닉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퇴근길.

나는 홀로 똑같은 열차를 타고 되돌아 다시 청담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비틀스의 '예스터데이'가 들려옵니다. 청담을 빠져나오자 늦은 오후, 강렬한 아이보리 빛을 내뿜는 태양이 내 그림자를 달궈주며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옷과 가방을 눈부시게 합니다. 반대편 차창 너머로 짙은 코발트색의 강과 그보다 더 진한 산, 그리고 그 위로 하얗게 타오른 구름이 사이사이 보입니다. 그 빛이 정말 아름답고 찬란합니다. 이제 이곳을 지날 때마다 당신에 대한 나의 탐닉은 더 농후해질 것입니다.

 

음악이 끝을 향하여 절정에 이르고 있네요.

폴 메카트니의 애절한 목소리 너머로 바이올린이 읊조리며 고음을 가릅니다. 이 선율처럼 숨죽여 부르짖는 내 마음의 외침을 그대는 지금 듣고 있는지요? 이제 며칠 있으면 다시 당신과 만나겠지만, 지금 이 순간도 당신 생각에 모든 감각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강렬한 태양빛을 가득 품고 그 감동의 기억을 선명하게 그립니다. 끝으로 그 애타는 그림 속에 몇 글자를 새겨 넣으며 내 마음을 고백합니다.

 

'이것은 사랑이야!'

-----

첫 작품부터 오글오글합니다.

내일모레 환갑인데,

사랑에 대해서 수필을 쓰자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우선 대상 선정이 난감했어요.

이 나이에 연인도 없고(있어서도 안 되죠),

아내를 사랑하지만

대단한 정신이 아니고서야 이제 와서 새삼스레 뜨거운 고백을 하는 것도 좀 그렇고...

문제 부부의 숙려와 치유의 시간도 아니고요.

 

아들 녀석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들어간지 오래전이라

거의 동물의 왕국 수준이어서 정이 안 갑니다.

 

그래도 문학 작품을 창작한다는 것에 사명감을 갖고,

영혼을 집중하여 그냥 써 봤더니 어찌어찌해서 위와 같은 글이 만들어졌습니다.

수강생 모두 첫 작품이라

이번 시간은 각자 자기 작품을 읽고 발표하게 해서 서로 공유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른 분들 쓰신 글을 보니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아들에 대한 사랑, 어릴 적 자신에게, 친구에게…

가족과 같은 가까운 이들이 대상이었습니다.

수강생 대부분이 시니어 여성분들이라 섬세하고 예쁘게 글들을 잘 쓰셨습니다.

 

차례가 되어 제가 쓴 글을 읽고 다른 수강생들의 평을 들었습니다.

 

뒤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더군요.

첫 평이 무시무시했습니다.

 

옆에 계신 권사님 뻘 되시는 분은

젊은 시절 지금의 아내와 연애할 때 썼던 편지인 줄 알았는데,

최근 지하철에서 만난 연인으로 보여 흥미진진했답니다.

뒤에 가서는 너무 예술적이어서 대상이 사람인가, 아니면 귀신인가…

 

앞에 저보다 선배이신 형님이 계신데,

지하철 장면을 잘 표현해서,

실제 타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셨답니다.

 

어떤 여성 수강생 한 분은

사랑의 다양성을 보여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 대상이 연인일 수도, 부모, 또 영적인 사랑일 수도 있음을 표현한,

그렇게 여러모로 해석될 수 있는 그런 글 같다고 좋은 분석을 해주셨습니다.

 

끝으로 강사님께서는

첫 문장이 강렬해서 좋다고 하시더군요.

이번 강의 때 얘기하려 했던 학습 내용이기도 한데,

많은 글들이 쏟아지는 요즘에는

그 어느 때보다 시선을 끄는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나는 이기적인 사람입니다.’라는 고백이

사랑의 주제를 쓰는 글 첫머리로서

의외스럽기도 하면서 궁금증을 자아내는 문장이라면서 칭찬을 해주셨습니다.

 

또한 지하철 묘사도 좋다고 했습니다.

수필에서 챙겨야 할 부분이 소재에 대해 세세하게 분석하듯

리얼하게 글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첫 작품 제출이라, 이번 시간은 각자 글을 모두 발표하고 감상하는데

시간을 대부분 보냈습니다.

다음에는 글을 먼저 읽고 와서 작품 감상을 빨리하고

수업을 진행하겠답니다.

 

공통적으로 당부 말씀이 있으셨는데,

문장을 좀 더 짧게 쓸 것,

적정한 시점에서 문단 갈이(문단 나누기),

맹수님처럼 첫 문장을 시선이 끌리도록 강렬하게 써보기 등을 주문하시고

다음 숙제를 내주셨습니다.

 

“당신의 얼굴에는 어떤 이야기”

이것이 주제입니다.

또 일주일간 고민하면서 써야 합니다.

 

그럼, 다음 주에 뵙죠.

 

 

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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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임시후
  • 2025.11.18

사랑하는 당신에 대한 감정의 벅참이 어떤 한쪽으로만 향하기 힘들어 무질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또 그만큼 강렬함이 느껴졌습니다.

 

얼굴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도 기다리겠습니다. ^^

이 댓글을

강렬함을 느끼셨다니,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가 다시 봐도 추상화를 그린 느낌이에요. 정말 사랑이라는 주제 자체에만 집중해서 썼습니다. 그러다 보니 난해한 글이 된 것 같습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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