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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리비교(Libby Bridge)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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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글 하나를 전송 받았다. 작년 딱 이날 내가 그분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린 바 있기에 [과거의 오늘] 기능이 그 글을 보여주었는데 참 희한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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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전송되어온 글을 여기에 전재한다. 파주의 장파리에 있는 다리, 리비교에 관한 글이다. 난 파주를 좋아해서 그곳으로 수많은 드라이브를 했었다.  장파리에는 윤정주, 허승 등을 위시한 수많은 친한 분들과 함께 911 2인승 차로 드라이브 삼아 달려가기도 했었다. 드라이브와 함께 유적 탐방 등을 하는 것이 내 취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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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교(Libby Bridge) 앞에서

 

이상돈(전 군수사령관, 육군중장 예편 / 2024년 6월)

 

소위, 중위 때(1977~1979년) 리비교(Libby Bridge)를 이용하여 임진강(臨津江)을 건너다녔다. 임관 후 첫 임지가 1사단의 GOP 부대였고, 중위로 진급하여 전입 간 두 번째 근무지도 DMZ 작전을 수행하는 수색대대였기 때문이다. 두 부대 모두 민간인통제선 북방, 군사분계선에 근접한 지역에 주둔하고 있어 부대 출입을 하기 위해서는 임진강에 놓인 자유교나 리비교를 통과해야만 했다.(소령 때 전투 지경선 조정으로 인하여 리비교 일대는 25사단의 책임지역이 됨.)

 

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 2016년에 파주시 파평면 장파리(長坡里)의 리비교에 안전 문제가 발견되어 보수•보강공사를 위해 폐쇄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궁금했었다. 파주시가 2019년부터 전면 재가설 공사를 시작하여 2023년에 재개통(길이 328m, 폭 11.9m의 왕복 2차선)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리비교가 보고 싶어 2024년 5월에 다녀왔다.

 

리비교는 6.25 전쟁 기간이던 1952년 11월에 미군 공병부대가 공사를 시작하여 정전협정 체결 직전이던 1953년 7월 4일에 준공한 다리(길이 328m, 폭 7m, 높이 45m의 왕복 2차선)다. 군사 작전 용도로 설치했던 X-ray Bridge가 1952년 7월에 홍수로 떠내려가자 미 1군단은 복구 대신에 실용적인 교량을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X-ray 작전'을 수행했다.

 

리비교란 명칭은 1950년 7월, 대전지구 전투에서 전사한 미 24사단 전투공병대대 소속의 리비(George D. Libby, 1919.12.4~1950.7.20) 병장 (Sergeant)을 기리기 위해 미 8군에서 붙였다. 그는 미 정부가 명예훈장 (Medal of Honor)을 추서한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용감하고 희생적인 행동을 한 군인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에 리비교는 군사 용도 외에 지역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 그들이 민간인통제구역에 들어가서 영농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군부대의 승인을 받고 통과해야 하는 다리였다. 지금도 파주시 파평면과 진동면을 이으며 민간인통제구역의 출입문 역할을 하는데, 군부대에서 민간인통제초소를 운용하고 있다. 앞으로 파주시는 리비교 입구 부근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여 관광자원화할 예정이다.

 

리비교 앞에 서니, 소대장 때 사려가 부족했던 나의 행동이 떠올라 부끄러웠다. 그 당시 GOP 부대 장병들이 휴가나 출장을 마치고 임진강을 건너 부대로 복귀할 때는 리비교 검문소에서 확인 후, 호루(방수포)를 덮은 2.5톤 복사(Boxer) 트럭인 진중버스를 이용했다. 연대 본부에서 진중 버스에 하(부)사관으로 선탑자(先搭者, 선임탑승자)를 운용했는데, 신임 소대장인 나는 처음 이용할 때 선탑자 제도를 몰랐다.

 

장교가 '진중버스'의 앞쪽에 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 운전병 옆자리에 올랐더니, 운전병이 여기는 선탑자 자리이므로 뒤쪽에 타라고 했다. 선탑자도 탑승인원 확인을 마치고 와서 나를 발견하고는 뒤쪽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장교가 앞쪽에 타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였다. 중사와 운전병이 '개념 없는 소위'를 본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른 장교들은 뒤쪽에 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나 나는 전투모와 전투복에 공수훈련 마크를 단 소위의 위세로 계속 앞쪽에 타고 철책 소대로 복귀하였다.

 

그리고 30여 년의 세월이 지나 내가 육본 군수참모부장으로 근무할 때, 관련부서와 협조하여 대대급 부대에도 미니버스를 처음으로 보급하여 진중버스'의 격을 높였다.

 

장파리는 기지촌의 흔적이 남아있는 접경지역의 농촌 마을이다. 6.25 전쟁과 미군의 주둔 속에서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독특한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 당시 내가 들은 말 중에 재미있는 표현은 다음과 같다. 

 

1. 미군 주둔으로 장파리가 번성할 때 '개도 달러를 물고 다녔다.' 이는 1970년 대 초반까지 리비교 건너 임진강 북방에 미군이 주둔하던 시절,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혜택을 누렸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2. '마누라 없이는 살 수 있어도 장화 없이는 살 수 없다.' 이는 비포장도로였던 장파리에 비가 오면 진흙 때문에 일반 신발로는 걷기가 곤란한 데서 나온 말이다.

 

임진강 북방의 부대에서 일과를 마친 미군들이 리비교를 건너 장파리로 내려오던 시절에는 그곳에 미군 클럽, 술집, 미장원, 사진관이 즐비했다고 한다. 내가 근무하던 1970년대 후반에는 한국군을 대상으로 한 식당, 술집, 다방이 여러 곳에 있었다. 장파리에 다녀온 소식을 리비교 부근에서 강안경계 소대장으로 근무했던 H동기생에게 전하니, 장파리의 중국음식점에서 짜장면을 먹었던 생각이 난다고 했다.

 

다시 가 본 장파리는 쇠락한 시골 마을 풍경이었다. 1970년대 후반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으며, 그 흔한 커피집 하나 없었다. 도로는 포장되어 있었으나 인적은 뜸했다. GOP 소대장 시절에 보았던, 민간인통제 구역에서 영농활동을 하는 농민들이 타고 다니던 경운기가 지나갔다.

라스트 찬스(LAST CHANCE)라는 미군 클럽 건물이 장파리의 리비교 입구 부근에 그대로 남아있었다. 1973년에 미군이 떠나면서 문을 닫은 후, 창고로 사용하는 등 방치됐던 건물이다. 나는 초급장교 시절에 그 앞을 지나다니면서 그 건물이 미군 클럽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 했다.

 

2017년에 P박사가 블로그에 올린 글과 사진을 보고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국땅에 파병된 미군들이 회포를 풀었던 장소이자 기지촌 여성들의 애환이 담겨 있던 건물은 2013년에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복원되었다.

 

가수 권인하(1959~, 비 오는 날의 수채화)가 2017년에 그곳에서 '권인하의 겨울 파주 이야기'라는 자선공연을 했는데, P박사 부부가 관람하였다.

 

건물 앞부분의 V자 기둥에 복원 공사하면서 부착한 것으로 추정되는 ‘LAST CHANCE'라는 표지판이 있고, 출입구 쪽에 경기도 근대문화유산 안내판이 있어 미군 클럽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기도에서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가 2021년에 등록문화재로 등록하였다.

 

북한 마식령 근처에서 발원한 임진강이 남한에서 시작하는 28사단에서 대위, 소령 때 근무하게 되어 나는 임진강과의 인연을 이어갔다.

 

임진강은 옛날부터 한반도에서 자연경계선의 역할을 했다. 원삼국시대에는 마한 세력과 한사군의 경계선, 4~5세기 무렵에는 백제와 고구려의 경계선, 6~7세기에는 신라와 고구려의 대치선, 임진왜란 시 주요 싸움터,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다. 현재도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가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

 

'리비교 앞에서' 임진강 주변 지형과 말없이 흘러가고 있는 강물을 바라 보노라니, 한반도에서 무력충돌(武力衝突)이 발생했던 역사가 주마등처럼 스쳐갔고, 나의 36년 군 생활을 시작했던 깊은 감회가 밀려왔다. 그리고 리비교 옆에 있는, 1970년대에 설치한 낙석 장애물을 관찰하면서 서부전선의 대비태세(對備態勢)가 이상 없기를 기원하였다.

 

'7년만에 재개통' 임진강 리비교…유리위 걷는 스카이워크 놓는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699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96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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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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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7월에 촬영된 파주 장파리 리비교의 모습. 장파리는 한국영화로서 두 번이나 영화화된 “장마루촌의 이발사”의 배경이 된 마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로케이션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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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교(재개통 이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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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교 재개통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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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파리의 라스트 찬스. 이젠 등록문화재가 된 유서깊은 건물이다. 데뷔 이전에 가왕 조용필이 노래하고 연주했던 곳이다. 배고파하는 조용필을 위해 밥을 사 준 주민이 현재 생존하고 있다.^^ 조용필은 장파리에서의 기억이 싫다고 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도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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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에게 “땅의 역사” 기사를 통해 라스트 찬스의 존재를 처음 알려준 Jongin Park 조선일보 선임기자님. 땅의 역사 TV 프로그램에서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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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미군장료클럽 라스트 찬스의 내부 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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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권인하 씨의 공연 시에 집사람과 함께... 고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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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의 장파리 라스트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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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찬스에서의 천둥호랑이 권인하 공연(201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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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장마루촌의 이발사"(1959)는 장파리에서 일부 촬영된 바 있다. 이는 박서림(朴西林) 작, 최요안(崔要安) 각색 작품이다. 정부수립 10주년 경축 방송소설 현상모집 당선작품을 각색한 것으로, 1958년 8월부터 KBS에서 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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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마루촌의 이발사(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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