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보랏빛 향기

라일락 향기의 추억

세상 많은 꽃들이 향기를 지녔으나 라일락 만큼 사랑스런 향을 자랑할 수 있는 꽃이 몇이나 되랴? 누구나 좋아하는 향이면서, 그 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진 향 또한 어디 있으랴?

아무 생각 없이 길을 걷다 강한 향에 놀라 주위를 둘러보면 그제야 보이는 라일락 나무, 그리고 보라빛 향기. 4, 5월 야밤에 라일락꽃 부근을 지나다 보면 특히 그 향이 더 잘 느껴진다. 달빛 아래 흐리게 보이는 나무지만 그게 라일락임을 향기로 알고, 지나다 놀라 고개를 들면 높은 담장 안에서 가지를 드리운 라일락 나무가 향을 쏟아내리고 있다.

- 야밤에 길가에서 찍는데... 지나는 사람들이 미친 놈 보듯 했다.^^;

한 때는 5월의 꽃으로 불렸지만 이젠 4월 초에도 눈에 띄는 꽃이다. 그렇게 더워지는 지구의 변화를 저 보랏빛 아름다운 꽃이 경고한다. 굳이 코 들이밀어 냄새 맡지 않아도 저 혼자 달려와 내 주위를 감싸는 향이다. 참으로 아낌 없이 제가 가진 모든 걸  내어주는 라일락. 어제, 그제처럼 비 오는 봄날엔 향기도 젖어 땅에 스몄으려니 했는데 오히려 비로 정화된 공기 중에서는 그 향이 더 강해진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 이런 봄비 내리는 날에도 라일락의 향은 강하다.
 

내가 중학생이던 시절, 나와 내 두 동생이 철 모르고 살던 때 우리 집 안마당에서 향기를 뿜던 작은 나무가 있었다. 아버님이 어디선가 얻어와 마당에 그 나무를 심으시던 기억이 있다. 그걸 심은 이듬해 어느날 밤, 난 마당 한 켠에서 골똘한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러다 갑작스레 코를 찌르는 너무나도 강한 향기를 느꼈다. 갑작스레 내 온몸을 휘감싼 향기에 질식할 것 같아 대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었다. 어떤 이들은 라일락의 향을 옅다고도 하고, 아스라하다고 표현하던데, 지금도 그건 내게 코를 찌르는 향이다.

그날 이전까지는 라일락의 향에 대해 잘 몰랐다. 부모님께서 라일락의 향이 좋다는 말씀을 하시기에 맡아보고서야 그 좋은 향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 라일락은 우리 집에 와서 내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까지 함께 했다. 내가 결혼해 독립하고, 도예가 남동생이 독립할 때 함께 데려간 그 라일락은 이제 두 번의 이사를 거쳐 동생의 전원주택 뒷곁에서 훌쩍 큰 나무로 우릴 반긴다.

그 라일락 나무엔 우리 어린 날의 추억이 담겨있고, 그 향기 속엔 젊은 우리 부모의 모습이 어린다. 그리운 시절이다. 내가 황혼기에 이르니 40대의 그 젊은 부부가 용하단 생각이 든다. 60년대의 그 어려운 시절에 우리 철부지 셋을 이 만큼 키워냈으니 그건 참 대단한 일이다. 그래서 모든 부모가 위대하다는 것이겠지. 라일락 향에 어리는 두 분의 자애로운 모습이 그리운 밤이다.

- 덜 핀 수수 알갱이 같은 꽃봉오리가 더 아름다운 라일락.
 

- 야밤에 찍은 라일락 나무이다.

Memories in the Scent of Lilacs

By Dr. Spark

In the hush of night, the lilac's breath,

A gentle hymn of seasons' graceful depth,

Its fragrance, a tale of time's swift death.

Memories entwined with petals' grace,

Youthful dreams in fragrant embrace,

Parental love, in lilac's tender space.

Through life's journeys, steadfast and true,

A sentinel of love, ever anew,

Bound by ties that forever ensue.

In memory's twilight, a soft call,

A fragrant echo, love's sweet thrall,

Forever etched, in heart's eternal h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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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ries in the Scent of Lilacs

By Dr. Spark 
 

In the vast array of flowers in the world, how many can boast a fragrance as enchanting as the lilac? Where else can one find a scent so universally beloved and recognized? Strolling absentmindedly, one may suddenly be surprised by a strong aroma, only to discover the lilac tree hidden in plain sight. Particularly in the late nights of April and May, the fragrance of lilacs permeates the air, a gentle reminder of the changing seasons.

Once known as the flower of May, lilacs now bloom prominently even in early April, signaling the warming of the earth with their beautiful purple hues. Without even consciously inhaling, the fragrance envelops, generously sharing itself with all around. On rainy spring days, the scent, instead of dampening, seems to intensify in the purified air, a fact that never fails to astonish.

During my adolescence, there was a small tree in our frontyard that exuded fragrance. I remember my father planting it there, seemingly acquired from somewhere. The following year, on a night much like any other, I was lost in deep thought in the yard when suddenly, I was overwhelmed by an intense aroma. Gasping for breath, I dashed out of the house, startled by the unexpected olfactory assault. Some may describe lilac's scent as faint or delicate, but to me, it remains piercing.

Until that day, I had not truly appreciated the scent of lilacs. It was only after my parents mentioned its pleasant aroma that I truly took notice. The lilac remained with us until I went to college. I married and left home, and when my younger brother gained independence, he was left with the lilac. After my brother's two moves, it still stands tall in the suburban backyard of his home.

Within that lilac tree are the memories of our youth, and within its fragrance lingers the image of our youthful parents. It's a nostalgic time. As I approach old age, I can't help but marvel at the resilience of those young parents from the 1960s who raised the three of us through such difficult times. It makes me realize the greatness inherent in all parents. On nights like these, when the scent of lilacs fills the air, I long for the tender image of those youthful par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