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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건 인생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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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건 인생에 대한 취향이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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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커피지만 항상 그렇듯이 우유 거품을 얹어서...
 

유태계로 우크라이나 태생의 스위스인 ‘지노 다비도프(Zino Davidoff)’가 한 말입니다. 이 어록 중 “취향(taste)"은 ”관심“으로 대체될 수도 있는 말입니다. 그는 품질에 대해 까다로운 나라의 국민 중 한사람이고, 그런 정신을 굳건히 유지한 대표적인 스위스인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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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지노 다비도프(1906-1994)

 

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위인은 아니었지만 “위대한 기업인”이기는 했습니다. 그리고 맛의 진실을 알고, 그걸 궁극적으로 추구한 사람이었습니다. 그 맛은 물론 ”향을 포함한 커다란 의미의 맛“입니다.  

 

현재 다비도프 브랜드는 향수, 지갑, 만년필, 시계, 꼬냑, 커피, 담배, 시가(cigar)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만듭니다. 대체로 프리미엄 제품들입니다. 한 때 다비도프는 쿠바(Cuba)의 하바나(Havana)산 최고급 시가만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스위스에서 작은 담배회사를 경영하는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운 지노 다비도프는 쿠바로 건너가 좋은 시가를 만드는 법을 배웠고, 쿠바와 유럽의 기후가 다름에 착안하여 하바나의 시가 향기를 유럽인들에게 전달한 사람입니다. 그걸 위해 만든 밀폐용기가 이 업계 최초의 발명품인 휴미더(humido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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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노 다비도프 시가. 200불 이상 나가는 시가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 때 30만 원 정도했었는데 현 시가는 모르겠다.

 

시가를 밀폐용기에 담아 적절한 습기를 유지함으로써 진짜 프리미엄 하바나 시가의 향기와 맛을 온전히 유럽까지 가져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게 구극(究極)의 맛을 추구했음을 보여주는 아래와 같은 어록을 남길 수 있었던 지노의 정신이었습니다.

 

"Having a taste for quality is having a taste for life." 

 

그는 시가를 다양한 풍미를 지닌 와인에 비유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만든 프리미엄 시가엔 와인을 연상할 수 있도록 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샤또(Château) 시리즈입니다. 그의 시가를 진귀한 수집품으로 만든 것이 다비도프 돔 페리뇽(Dom Pérignon)인데, 그건 잘 알려진 프랑스 샴페인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원두 커피는 귀하게 여겨집니다. 파나마 에스메랄다 농장산 게이샤(Esmeralda Geisha) 커피는 실로 존귀(尊貴)하다는 표현이 적합할 만큼의 대접을 받기도 합니다. 그에 비해 인스턴트 커피는 싸구려란 인식이 크죠. 하지만 오늘 전 원두 커피보다 인스턴트 커피의 맛이 그리워서 다비도프 카페를 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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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도프 카페, Rich & Fine Aroma. 한 병당 가격이 거의 같은 동서커피는 왜 포장에 이 만큼의 정성을 기울이지 않는 걸까? 포장도 맛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마케팅 감각이 적은 그들은 알지 못 하고 있는 걸까?

 

100g들이 한 병에 13,000원 정도하는 독일제입니다. 다비도프란 브랜드를 달고 있으니 ’비싼 건가?‘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으나 동서커피 100g들이 한 병과 거의 같은 가격입니다. 그러므로 이 가격은 두 가지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절대 비싸지 않은 것이거나 세계적인 품질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커피의 가격은 이미 다비도프와 동격임을 말해주는 것이겠지요.(하긴 싸구려 인스턴트 커피들은 이의 반값도 안 됩니다.)

 

인스턴트지만 역시 라떼를 휘저은 카푸치노 커품을 얹고, 시나몬 가루도 추가했습니다.(계피 가루는 거품 밑에...) 맛은? 훌륭합니다. 가끔 최고는 아니지만 입에 익은 맛이 그리워집니다. 맛은 추억을 담고 있고, 그것의 연장이기도 하기에...

 

-----

 

P.S.: 

 

오래전 해외여행이 보편화되기 이전의 미국 여행 중 비싼 쿠바산 시가 한 박스를 구입했었다. 난 담배를 피지 않기에 담배를 사랑하던 한 시인에게 선물하기 위함이었다. 그분은 고 조병화 시인이다. 같은 대학에서 근무하고 있었기에 자주 뵙던 분이고, 내게 글쓰기를 가르쳐주신 분이기도 하다.


조 시인께서는 크게 기뻐하셨고, 답례로 내게 휘호를 하나 선사하겠다고 하셨다. 내 요청에 따라 그분은 한자로 “원행심(遠行心)”이라 큰 붓을 휘둘러 써주셨다. “먼 길을 가는 마음”의 의미이다. 조병화 시인의 모친에게 큰 스님이 주신 법명이다. 난 조 시인의 시집 “어머니”에서 알게 된 그 법명의 의미를 되새기곤 했다. 조용하고도 담담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살자고 다짐했던 30대의 젊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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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이 이긴다."
별 재주 없는 나는 남들 그만 둘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아니면 남들과의 경쟁을 피해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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