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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에 한 번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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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산에 한 번 오르고 싶다.^^

 

대성산(大成山)은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과 철원군 근남면에 걸쳐 있는 높이 1,175m의 산이다. 이 산은 광주산맥에 속하면서 북쪽의 백암산, 적근산, 남쪽의 백운산, 화악산 등으로 이어진다. 아마도 강원도에서 군생활을 해 본 사람들은 대성상, 백암산, 적근산의 삼대장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 산들은 아직도 군에서 통제하고 있어서 오르기가 쉽지 않다.(대성산과 백암산은 군의 허락을 받아 오를 수 있기는 하다. 하지만 적근산은 여전히 등산 불가.) 남쪽의 백운산과 화악산은 올라가 본 일이 있다. 하지만 대성산엔 한 번 올라가봐야할 일이 생겼다. 그건 아래 "대성산에 다시 오르다"란 글을 읽어본 후에 생긴 희망이다.

 

이상돈 전 군수사령관(33대 사령관, 육군중장,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께서 육사 동기회와 총동창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카카오톡을 통해 보내주셨다.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석 장의 스캔한 파일을 보내주신 것이다.(난 구글 렌즈 기능을 이용해서 파일에서 다시 텍스트를 추출했다.^^) 이 중장님과의 친분은 벌써 10여년을 훌쩍 넘겼는데, 이분은 문무를 겸비한 분이다.

 

sangdon-04.jpg

- "대성산에 오르다" 시비 옆에 선 이상돈 선생님.  

 

대성산에 다시 오르다

 

글: 2023-21 이상돈

 

*** 대성산에 오르다 ***

 

이기윤(1954~2009)

 

겨울산을 오른다 

굴참나무들이 수도승처럼 서 있고 

가문비나무들이 마지막 잎새들을 떨구고 있는 산, 

스무 두 해 전에 올랐던 곳

 

이제는 중년이 된 이상돈 대령 

육사 시절 꿈 속에서 함께 오르던 그 산 

올라갈수록 서쪽 해는 더 붉게 빛나고 

정상엔 바람마저 숨을 죽인다

 

눈 앞에 펼쳐지는 우리의 산하 

여인의 허리치마처럼 결고운 땅

 

동쪽으로 향하면 향로봉, 백암산, 적근산 

왼쪽으로 돌면 파평산, 감악산이 

갈대의 전령으로 부쳐오는 소리 들린다

 

반 세기 전 우리들의 울음을 삼키던 곳 

오늘은 별빛 같은 소위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풀벌레의 합창 속에 꿈꾸는 조국

 

겨울 대성산을 오르면

우리 모두 군인이 되어, 소위가 되어 

동해에서 서해까지 소리 높여 외쳐본다

 

아 산처럼 영원한 소위의 땅이여

강처럼 깊고 푸른 그들의 사랑이여

 

다음은 대성산 시비(詩碑) 아랫부분에 적혀 있는 설명 내용이다. 

 

"육사 국어과 교수였던 이기윤 시인이 2000년 봄 "추성지" 55호에 권두시로 발표한 시이다. 이기윤 시인은 경남 김해에서 태어나 육사 33기로 임관 후 1989년 인하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97년 '시와 시학 신인상으로 등단하였다. 이상돈 중장(군수사령관)이 15사단 50 연대장으로 재직하던 1999년 겨울에 대성산을 함께 올랐던 시인이 그때의 감흥을 시로 남겼다. 대성산 공원 조성에 즈음하여 고인을 기리며 시비를 건립하다."

 

2011년 8월 27일 

유가족 김영희, 이상훈, 이상섭, 동기생 이상돈

 

대성산(1,175고지)에 다시 올랐다. 다시 오르는데 12년의 세월이 걸렸다. K동기생과 P후배와 함께 차량으로 올라갔다. K동기생은 대성산 선점(先占)중대장 이력이, P후배는 대성산이 작전책임지역인 15사단의 군수참모 경력이 있다. K동기생은 영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호주 무관으로 근무했다. P후배는 사관생도 시절에 이기윤 교수를 처음 알았으며, 미국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육사 교수부에서 교관(전임강사) 생활을 하는 동안 이 교수와 함께 근무했다. 나중에 국방부 군수국장을 역임하였다. 나는 강원도 화천 명월리(明月里)의 15사단 복(福)이 있어 세 번(군수참모. 50연대장. 작전부사단장)이나 근무했다. 2023년 10월 25일에 대성산에 함께 오른 세 명은 대성산과 이기윤 교수와 인연이 깊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는 이기윤 시인의 흔적을 찾아 '대성산에 오르다' 시비가 있는 대성산에 다시 올랐다.

 

2016년 11월 1일, 세계일보 '나의 애독서'란에 실린 《지와 사랑》 글 마지막 부분에 나는 "...2011년에 나는 그의 추모 시비를 대성산 정상에 세웠는데, 그 시비에는 '대성산에 오르다'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육사 시절 꿈속에서 그와 함께 오르던 그 산, 반세기 전 우리들의 울음을 삼키던 그 곳, 산처럼 영원한 소위의 땅인 대성산을 이번 겨울에 오르고 싶다."라고 썼는데, 그 희망사항이 7년의 세월이 지나서 실현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동기생과 후배와 함께 대성산에 오르니 나의 희망사항이 이루어져 기뻤고, 대성산에 오르는 의미가 더해져서 가슴이 뿌듯하였다.

 

대성산(大成山)은 6.25 전쟁 때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激戰地)로, 강원도 화천과 철원에 걸쳐있으며, 휴전선 155마일 일대의 중앙에 위치한다. 중요 지형지물(地形地物)이며 방어력 발휘에 요긴한 곳이다. 대성산에 다시 오르자, 여말선초(麗末鮮初) 때 길재(吉, 1353~1419)가 회고가(懷古歌)에서 "산천은 의구(依舊)하되 인걸(ㅅ傑)은 간 데 없다."라고 한 표현이 피부에 와 닿았다. 휴전을 앞두고 고지 쟁탈전(高地 爭奪戰)에서 피 흘렸던 군인들과 휴전 이후에 대성산을 지키기 위해 땀 흘렸던 장병들은 사라졌지만, 대성산은 모든 사연을 품은 채 그대로 좌정(坐定)하고 있었다. 그리고 잘 생긴 대성산을 닮은 후배들의 묵묵한 수고가 보였다.

 

시인 이기윤은 그런 대성산을 꿰뚫고 시를 지었는데, 연대장이던 나는 거점(據點)의 방어력 발휘만 생각했었다. '퇴교생'이란 글(2020)에서 밝혔 듯이 고(故) 이기윤은 대성산에서 내려온 뒤 육사 퇴교생 레떼루(label)가 붙을 뻔 했던 1973년 '비원(秘苑)의 비밀'을 나에게 털어놓았다. 그는 서울에서 술 한잔하고 흥이 나면 전방에서 근무 중인 나에게 야밤에 전화를 하여 "상돈아. 뭐 하고 있노?"라고 하며 잠을 깨우고는 뽕짝을 구성지게 부르곤 하였다.

 

그의 큰 아들은 육사 졸업생으로, 내가 12사단장으로 재직할 때 향로봉과 GOP에서 중대장으로 근무했다. 현재 중령으로 방첩사에서 근무한다. 이기윤 친구가 경기도 양평 세월리에 전원주택을 짓고 현역 신분이던 나를 초대하여 자랑했었는데, 거기서 긴 세월 동안 살지 못 하고 이 세상을 빨리 떠나간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가 남긴 책 《전쟁과 인간》, 《한국전쟁문학론》, 《자전거와 바퀴벌레》. 육사 개교 60주년 기념으로 출간한 책인 《별》을 나에게 설명해주던 모습이 떠오른다. 겨울 대성산에 함께 올랐던 기억도 생생하게 난다. 시비를 건립할 때 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그 당시 15사단장(김영식 예비역대장, 육사 37기)에게 전화를 하여 시비에 관한 추억담(追憶談)을 나눈 뒤, 우리는 가을 대성산을 내려왔다.

 

< 2023.11.1.)


 

* Dr. Spark: 역시 모든 글은 스토리가 있어야 재미와 흥미를 유발한다. 이 글 "대성산에 다시 오르다"는 구구절절한 스토리가 있다. 그래서 흥미롭다. 추억을 간직한 글이고, 그 추억을 다시 찾아 여행한 글이어서 재미있다. 이 글을 통해 군에서 직업군인으로서의 "소위"가 가진 특별한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시인의 글 속에 자신의 이름 석자가 새겨진다는 건 얼마나 가슴뛰는 일일까?^^ 그리고 그 시가 시비로 세워져 있어서 과거의 한 때를 추억하게 한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그걸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보고 싶다. 

 

위의 글을 읽은 후에 대성산이 현재 민간인도 오를 수 있는 산인가를 검색해 봤는데, 다행이 이 산은 군의 허가를 받아 오를 수 있는 산 중 하나였다.^^ 기회가 되면 대성산에 올라 사진 속의 시비 앞에 서보고자 한다. 

 

* 대성산 등산 관련 안내

 

https://kim9301.tistory.com/1280

 

-----

 

* 아래 덧붙이는 사진 두 장은 이 중장님과의 친분을 증빙하는 것이다. 난 2010년 12월 21일(화) 당시 이 중장님께서 군수사령관으로 재직하고 계실 때, 500명 정도의 군수사 부대원들이 참가한 가운데 "아이폰이 가져온 모바일 혁명"에 대한 강연을 했던 일이 있다.

 

sangdon-1-scan-org.jpg

- 이상돈 군수사령관(중장)님과의 기념촬영

 

sangdon-2-scan-org.jpg

- 강연 후 사령관님과 참모진들과의 기념촬영.

 

c_02.jpg

- Facebook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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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6'
김철희
  • 2023.11.03

대성산 자락에서 보냈던 군생활의 추억이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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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park (작성자)
  • 2023.11.03
  • 수정: 2023.11.04 07:15:52

군대생활답게(?)하셨네요.^^ 대성산이며 적근산 등에서의 근무는 꽤 힘들었다고들 하던데... 심지어는 철원 같은 최전선보다도 그쪽이 더 힘들었다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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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기
  • 2023.11.04
  • 수정: 2023.11.04 22:21:54

'대성산에 '다시' 오르고 싶다.' 라는 표현을 쓴다면 제가 빠지면 안 되겠군요 ^^;

 

91년 8월이었을 겁니다 

정확하게는 8월 3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녁을 먹고 취침준비를 하고 있는데 출동준비태세 훈련이 걸리더군요. 바뀐 대대장이 뽄대(?)를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단독군장에 연병장 집합을 걸더군요. 

그 이후로 야간행군으로 대성산에 올랐습니다. 걸린 시간은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 합니다. 

야간전술행군이라 후레쉬도 없이 앞사람 등짝만 보고선 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정상 도착시간은 새벽2,3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간에 하산하다가는 몇 명 죽겠다 싶었는지

새벽까지 정상을 지킨다고 하더군요. 그 8월에 그 정상은 너무나 추웠다는 기억이 납니다. 

사시나무 떨듯이 떨다가 대성산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을 했습니다. ^^;; 

 

저희가 올랐던 길은 대성산 북면이죠. 일반인들 들어갈 수 없고,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 장난이 아니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말단 소총부대원으로 근무하던 때라... ^^;; 그 길은 도저히 지금 다시 갈 수 없는 길이고... ㅎㅎ

 

대성산에 오르는 길은 등산로를 이용하기 힘들 겁니다. 차량을 이용해서 올라야할 듯 싶습니다. 

상서면 쪽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말고개라고 칭하는데 그 말고개 정상에서 대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임시도로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성산 정상에 위치한 군부대 보급로이기도 하고요. 

대성산 북면은 포격훈련이나 사격연습장들이 위치해 있어서 불발탄들이 산재해 있을 겁니다.

지금은 모르지만 저희 때는 군부대 훈련 특히 탱크 훈련이나 각종 포탄 훈련을 대성산 북면에 대고 했습니다. 

 

수도권에 있을 때 가끔 드라이브를 다녔습니다.

의정부-포천-철원-와수리-마현리-사방거리-화천-춘천-남양주 라인이었죠. 

와수리에서 사방거리쪽으로는 민통선 안쪽이라 신분확인하고 들어갔다가 나올 때도 신분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습니다.

지금쯤 그곳에 드라이브를 하면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성산 북면 단풍도 좋고... 화천쪽으로 내려오면 은행나무 노란색이 무척 좋습니다. 

 

입대일이 10월 24일이라 그쪽 드라이브가 땡기기는 하는데... 

세종시쪽에 있어서 큰 맘을 먹어야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대성산 북쪽에 보면 마현리라는 동네가 있는데 그쪽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

 

이번 스키시즌에는 오랜만에 박사님 뵐 수 있을 듯합니다. 지산시즌권을 구매했습니다. ^^v

이 댓글을

대성산에 관한 대단한 추억이 있으시군요.^^ 등산로는 허락을 받으면 올라갈 수 있는 듯합니다. 길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단서조항이 달려있는 건 매설된 지뢰 때문이라고...

"의정부-포천-철원-와수리-마현리-사방거리-화천-춘천-남양주" 이 코스, 혹은 반대편으로부터의 코스는 제가 7-8회 정도 달려본 코스입니다. 그래서 코스 전체가 눈에 훤합니다.^^ 제가 철원 따로, 화천 따로 꽤 많이 갔었습니다. 철원은 군생활을 한 곳이고, 화천은 평화의 댐 내의 비목공원에 가거나 비목문화제 구경을 가기 위해서 갔었죠.

이번에 지산리조트에 오신다니 반가히 만나볼 수 있어서 좋네요.^^ 그럼 겨울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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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롱아범
  • 2023.11.11
  • 수정: 2023.11.11 22:20:12

생뚱 맞지만, 제가 93-95년 군수사령부와 예하 헌병부대에서 근무 했었어요.
헌병으로 근무하다보니 사령관실이 있는 건물 현관에서 위병을 서기도 했고, 각종 행사 지원을 나가는 등의 근무를 했습니다. 부대 앞 교통 정리는 일상이었고요.
주말에 사령관실 현관에서 위병 근무를 하다보면 사령관님이 퇴근하시며 가끔 "고생 많은데 외박 좀 다녀오라." 하시면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외박 명령을 엄수하곤 했습니다. ㅎㅎ(그래서 주말 퇴근시간 위병은 공평하게 번갈아 가면서 섰던 기억입니다.) 

사령관님이 3 스타이시니 별 한 개 정도는 아저씨처럼, 영관급은 투명인간으로 보이는 부작용도 있었지요. 그 때는 저녁마다 화장실 뒤 쪽에서 맞는 게 일상이었는데.ㅎㅎㅎ

이제는 고교 1년 선배가 투 스타가 되셨고, 두카티를 함께 타는 1년 후배가 스타 진급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세월이 무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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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추억이 있으시군요.^^ 93-95면 참 오래전 일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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