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수유 열매(Cornelian fruit)는 새빨갛게 익은 것보다 이처럼 익어가는 과정 전체가 한데 담긴 이런 모습이 더 예쁘고도 사랑스럽다.

물론 새빨갛게 익은 산수유 체리는 그나름 대로 예쁘다. 신비해 보일 정도이기도 하다. 다른 열매는 어떨까?
véraison
"베레종" 불어이다. 영어로는 ripening, 즉 익어감을 뜻하는 말이다. 이 단어는 익어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름다운 변화를 일컷는 말이기도 하다. 아래 사진은 와인카페 까사델비노('와인하우스'의 의미)의 주인장 은광표 동생이 보내준 것으로서 포도의 베레종을 보여주고 있다. 와인을 하는 사람들도 가장 아름다운 포도의 모습은 베레종에서 보인다고 한단다.

의외로 산수유나무의 이파리는 단풍이 들지 않고 부분부분 검게 반점이 생기며 시들어 가다 첫 서리에 모든 잎이 일시에 떨어진단다. 그리고 나무는 빨갛게 익은 산수유 체리로 붉게 물든단다.

나무 전체를 노란 꽃으로 물들여 이른 봄을 알리는 산수유꽃은 가을의 붉은 체리란 결과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데 그 절정은 그 빨간 열매만 남은 나무에 눈이 내려 앉는 초겨울이란다.(겨울에 눈이 내리면 다시 산수유마을에 가보기로 작정했다.)
그 절정의 목표를 향함에 있어서 중요한 건 "과정"이다. 과정이 절정보다 아름답다. 과정에 기쁨이 있다고 세상을 떠난 내 아버님이 말씀해 주셨었다. 그 이후 목적지향 위주로 살았던 나는 과정을 중시하고, 즐기며 살았다. 그런 경우의 결과물이 가장 좋았다.

익어가는 포도의 색이 이렇게 다양할 수가 있군요.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도 찾기 힘든 포도의 색상이 너무 이쁩니다.
봄의 노란 산수유 꽃도 너무 이쁜데 막상 내년 봄에 길에서 우연히 마주칠 때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가을의 산수유 열매는 확실히 알게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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