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568 좋아요 1 댓글 0

나 바보 아닌가?ㅜ.ㅜ - "재봉틀과 당근마켓"

 

요즘 쓰레기장을 방불케하던 우리 집에서 버릴 물건들을 많이 찾았고 그것들을 버렸다.(비웠다.) 어떤 것들은 최근 몇 년간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버리려니 그 물건에 담긴 추억이나 의미가 너무 강해서 마음이 아팠다. '약해지면 안 돼! 그럼 못 비워.'' 이렇게 독한 마음으로 집사람을 다독이며 서로 강해져 가면서 가차없이 버렸다.(하지만 어떤 건 버렸다가 되가져오기도 했다.-_-)

 

오래 전에 미국에서 산, 그러나 단 한 번도 실생활에서는 착용해 본 적도 없는 캘빈 클라인, 게스, 그리고 갭의 청웃도리를 버리려니 망설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안 입는 거라서 버렸다. 실제론 안 입었으면서 그걸 무슨 생각에 샀을까? 그건 이래서다. 내 젊은 시절, 청바지가 소위 청년문화를 상징하던 시절에 입고 싶었으나 당시 대학생의 용돈에 비하면 너무 비싸서 못 샀던 것이기에 산 것이다. 그것도 중년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욕심이 생겨서 그걸 세 개나 샀던 것이다. 그런 식이었다. 우리 집엔 그런 물건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가전제품이나 취미생활 관련 개짓(gadtet) 중에도 그런 것들이 많았던 것. 옛 생각에 젖어 (추억을) 사놓고 결국 그냥 보관만 하던 미국 오베이션 사의 아다마스 30주년 한정판 같은 고가의 기타는 손녀딸에게 준 지 오래다. 

 

이번에 버린 물건 중에는 비싼 프랑스제 퓨잡(Fusalp) 스키복들이 여러 벌 있었다. 매년 스폰서링을 받는 스키복이기에 웬만한 것들은 그게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는데, 이번에 버린 것들은 버리는 데 급급한 시점이어서 눈물을 머금고 버렸던 것이다. 그게 무려 퓨잡과 독일제 보그너(Bogner) 제품들도 끼어있었던 것이다. 한 벌에 300만 냥 이상인 것들도 포함된... 이 스키복들은 미리 남들에게 주지도 못 했는데, 그 이유는 그것들만은 왠지 아까워서 끼어안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버리는 길에 당장 버리잡시고 이번에 처리한 것이다.ㅜ.ㅜ 스폰서링을 받아 딱 한 시즌씩만 입었던 고급 스키복들이다. 두 브랜드는 레트로 패션을 지향하는 것들이라 시즌에 따라 유행을 타는 제품들도 아니었는데...

 

C89C5416-F6C2-412E-8F64-9E74CFC104C9.jpeg

 

그런 일들을 계속하던 오늘 모우터로 작동하는 브라더 미싱(재봉틀) 하나를 버려야했다. 모자 만들기 취미를 가진 집사람이 구입하여 한동안 사용했던 물건이다. 수위실에 문의하니 그건 큰 케이스에 담겨있어서 덩치가 있으니 재활용센터에 전화해서 돈 주고 가져가라고 해야한단다. 그래서 그렇게 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생각난 것이 인터넷 중고시장인 당근마켓이었다. 거기에 "무료 나눔"으로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서 잘 쓰게 될 것이란 생각이 뒤늦게 들었던 것이다.

ED79DAF9-8B38-49F0-831F-F61B42505615.jpeg

 

 

그래서 그걸 무료 나눔으로 올리고 선착순으로 드리겠다고 했는데 정확히 4초만에 한 분이 가져가겠다고 연락이 왔다. 댓글 창에 우리 집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주고, 빨리 가져가시면 좋겠다고 했다. 그리고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당근마켓 알림이 와서 대화창을 보니 "언제 갈까요?"라고 묻는다. 그래서 바로 오셔도 된다고 했다. 그분은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계셨다. 그런데 그분이 묻는다. "주소는요?" 그래서 "아까 전화번호와 함께 알려드렸는데요?"라고 하니 "그게 없는데요?"라는 답장이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전화번호를 다시 알려주고 전화해 달라고 하여 주소를 다시 알려드리고 우리 주상복합 아파트에서 우리 집을 찾아오는 법도 자세히 알려드렸다. 14:10에 와서 가져가겠다고 하여 그러라고 했다.

 

FBF3AB8B-173E-4DE3-BE3A-445184B2A35F.jpeg

 

B35E061E-D329-4E3A-A256-B19CC6304BA1.jpeg

 

다시 다른 일을 하다가 또다른 당근마켓 알림이 왔기에 읽어보니 "오후에 가면 되겠지요?"란 대화가 떠있다. 생뚱맞은 반복 질문이기에 답을 하려다 보니 뭔가 이상하다. 그래서 대화창의 윗부분을 보니 오기로 한 분과 다른 분이고, 이분의 대화창에 내가 썼던 주소와 전화번호가 있는 게 아닌가?ㅜ.ㅜ 이분이 선착순 1번이었던 거다.

 

1FF3BD34-2B21-4663-85DD-ACF33C961157.jpeg

 

57D6778F-B8D6-4FCF-961A-F84CE201F08D.jpeg

 

알고보니 14:10에 온다는 분은 거의 동시각에 신청한 네 분 중 한 분이고, 내가 선착순 1번과 대화를 마친 직후에 "시간차 공격(?)"을 한 분이었다. 그런 착각으로 선착순 2번이 미싱을 가져가게 되었고, 난 1번에게 연락하여 심심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순전히 내 실수이고, 정말 죄송하게 되었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최근에 미싱학원에 다니며 그걸 구입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상대는 마음아파하면서 내 사과를 받아들여 주셨다.ㅜ.ㅜ

 

당근마켓도 제대로 써 본 사람이 쓰는 거란 걸 알았다. 두 번째부터는 이런 실수가 없을 것이나 첫 번부터 묘한 적시타(?)를 쳤다. 난 바보다.ㅜ.ㅜ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피그말리온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2822 잡담 견생 처음으로 눈길을 걸어본 줄리 file 박순백 2023.01.26 152 0
2821 취미 환상의 6분 9초 - 산수유 나무에 내려 앉은 눈과 새빨간 열매들 2 박순백 2023.01.20 576 3
2820 취미 양평 산수유마을, 내리 - 산수유 나무에 내려 앉은 눈과 새빨간 열매 4 file 박순백 2023.01.16 629 6
2819 취미 폭설이 내린 다음날 일부러 달려간 양평 내리 산수유마을 2 file 박순백 2023.01.09 2161 3
2818 문화 길거리의 조상(彫像) - 문화예술구(?) 광진구에서 본 팝 아트 하나 file 박순백 2022.11.14 281 0
2817 취미 산수유 체리(Cornelian cherry)의 아름다움에서... 1 file 박순백 2022.10.19 307 0
2816 취미 Catchfly(끈끈이대나물) Revisited - 3 file 박순백 2022.10.08 179 0
2815 문화 김현상 북 콘서트 - 교보 본점 컨벤션홀 file 박순백 2022.09.30 268 0
2814 잡담 Catchfly Flowers Revisited file 박순백 2022.09.09 245 0
2813 잡담 수퍼 태풍 힌남노와 "끈끈이대나물" 꽃 file 박순백 2022.09.06 165 0
2812 잡담 추석을 앞두고 여주 계림리에... file 박순백 2022.09.04 268 0
2811 잡담 겹삼잎국화 - 오랫동안 알고 싶었던 꽃 이름 file 박순백 2022.08.14 383 0
2810 잡담 추천사 - "당신의 간판은 돈을 벌어주고 있습니까?" file 박순백 2022.08.10 208 0
2809 사는 얘기 모교 경희대 캠퍼스의 변화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다. 6 file 박순백 2022.07.30 2465 1
2808 사는 얘기 김상헌과 "과거의 오늘" file 박순백 2022.07.19 547 0
2807 잡담 저녁에 먹을 간장찜닭을 요리하다. file 박순백 2022.07.02 357 0
2806 잡담 하남 덕풍천(德豊川) 산책 - 신장에서 미사리 당정섬 부근까지... file 박순백 2022.06.06 672 0
» 사는 얘기 나 바보 아닌가?ㅜ.ㅜ - "재봉틀과 당근마켓" file 박순백 2022.06.02 568 1
2804 단상 우크라이나-러시아전 두 당사국에 갔던 얘기와 IT 세계의 발전상 2 file 박순백 2022.06.01 2053 0
2803 잡담 아스트로(Astro)를 성덕으로 만든 아스트로의 영상 등 file 박순백 2022.05.19 366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44 Next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