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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콜라를 참 좋아했다.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것 중 대표적인 것이 카우보이 모자와 리바이스 청바지, 그리고 코크(Coke, Coca Cola)라고 느껴지곤 했다. 사람마다 이런 일에 대해서는 느낌이 다르겠는데, 왠지 모르지만 내겐 그랬었다. 미국의 프론티어 정신과 자본주의의 상징이 그 세 가지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개의 사람들처럼 난 코카콜라만 좋아했다. 이상하게도 그 맛에 중독되니 펩시는 영 입에 안 맞았다. 눈 가리고 코크와 펩시를 앞에 두고 그걸 마셔본 후 더 맛좋은 걸 찾는 펩시의 챌린지 프로그램을 할 때 난 그 펩시의 무모함을 비웃었다. 펩시는 자신이 있어서 그런 이벤트 게임을 한 건데, 내가 집에서 그 둘을 사다놓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100% 맛의 구분이 됐던 것이다. 당연히 맛으로 코카콜라를 찾아낼 수 있었다. 펩시 챌린지의 승자는 펩시였다고 광고하던데 정말 그랬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어쨌건 그런 끝없는 두 회사의 경쟁은 계속될 수 없었다. 뻔한 승자가 코카콜라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런 경쟁을 피해서 자연음료나 과즙 음료 쪽으로 먼저 진출한 펩시는 2004년 이후 음료 매출에서 코카콜라 사를 앞지르고 그 이듬해부터는 시가총액과 순익면에서도 코카콜라를 멀리 앞질렀다. 화가 복이 된 경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코카콜라의 광팬으로서 열심히 그것만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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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마셔대다보니 캔만 남아서 나중에 캔 뚜껑 따는 도구를 사서 이런 걸 만들었다.^^ 뚜껑을 날려버린 후에 순간접착제를 캔 옆구리에 흘려주면 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콜라를 마시려면 집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었다. 어디선가 콜라가 강산성((強酸性))이라서 몸에 안 좋다는 얘길 집사람이 듣고 "왜 몸에도 안 좋은 걸 그렇게 마셔요?"하며 질문 비슷한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콜라로 철의 녹을 닦아내는 영상이나 콜라에 담근 뼈가 녹는 영상 등에 충격을 먹은 집사람이 그런 얘길 한 것이니 이를 과학적으로 반대할 근거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마시는 콜라의 양을 줄였다.

 

근데 나이가 좀 들면서 집사람은 그걸로도 모자라 "콜라를 끊는 게 어떠냐?"는 제안까지 해왔다. 어디서 들으니까 콜라에 포함된 성분인 인(燐)이 체내의 칼슘을 배출 시켜서 골다공증이 온다고 하더란다. 나도 그런 얘기는 익히 들은 바 있으나 '콜라 좀 마신다고 뭔 골다공증이???'하면서 무시해 왔던 것이다. 하필 골다공증 증세가 약간 있던 집사람은 매정하다싶게 콜라를 딱 끊어버렸고, 나 만큼 콜라를 좋아하는 아들녀석에게도 콜라 금지령을 내렸다. 그 때부터는 대놓고 자주 콜라를 마시던 상황에서 그걸 숨어서 마시는 비참한 시대로 접어들었다. 아빠가 숨겨 들어온 금단의 음료, 콜라를 마시며 즐거워하던 아들은 아빠가 외국에 나가있는 동안에 용돈을 모아 콜라 댓병을 사들고 들어오다 엄마에게 걸리기도 했단다.(그 콜라는 어떻게 됐는지 아직도 후문을 들은 바 없다.)

 

하여간 콜라는 오래 전부터 집에서는 눈치 보이는 음료가 되어 버렸다. 알고 보니 인(P)이 포함된 음료가 콜라 뿐이 아니었다. 상당히 많은 음료들이 그걸 포함하고 있다. 게다가 이건 우유, 소, 돼지, 닭 등의 육류는 물론 각종 생선과 콩과 식물에도 상당량이 포함돼 있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음료수는 물론 각종의 가공식품에도 거의 빠지지 않고 인이 첨가물로 들어가기도 한단다. 

 

오히려 칼슘과 인이 뼈와 치아를 튼튼하게 해주는 필수 요소라고 한다. 그리고 신장이 건강하면 과도한 인은 자동적으로 신장에 의해 필터링이 된단다. 바로 배출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과도한 인이 뼈에서 칼슘을 제거시켜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런 정보는 왜 이제서야 내게 다가온단 말인가?ㅜ.ㅜ 젊은 시절에 이런 정보를 적극적으로 추구했다면 그간 원하는 콜라를 맘껏 마시며 살 수 있었던 것인데...

 

하여간 그랬다는 거다. 결국 난 집사람의 등쌀에 못 이겨 콜라 대신 사이다를 마시기로 했다. 전엔 칠성사이다만 마셨는데 언제부터인가 코카콜라 사에서 출시하는 소다수(미국 사람들은 사이다라 부르지 않는다.)인 스프라이트(Sprite)로 전향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외국 여행을 많이 하던 시절에 기내에서 마실 수 있는 사이다가 스프라이트였기 때문인 듯하다.(그 땐 집사람이 옆에 없는데도 이미 순하게 길든 내가 콜라 대신 사이다를 택한 거다.-_- 남자는 그렇게 서서히 무너진다.) 

 

그렇게 몇 년 지나다 보니 취향이 변해 버렸다. 칠성사이다를 어쩌다 한 번 먹게 되면 롯데음료로 넘어가서도 그들이 전통적으로 사용해 온 네델란드(화란)의 나르당향이 느껴지는데, 그 맛이 꽤 낯설어졌던 것이다. 나중엔 그 향 때문에 칠성사이다가 싫어지기까지...(요즘엔 칠성사이다가 나르당향이 아닌 레몬라임향으로 바뀌긴 했지만...) 결국 이제는 스프라이트만 마시게 된다. 어쩌다 한 번 20개 들이 콜라 박스를 사들고 들어오긴 하는데 그게 꽤 여러 달 간다. 전 같으면 일주일도 안 갔을 텐데... 대부분은 마트에서 박스채 사들고 왔는데, 쿠팡이나 위메프 등에서 음료 이벤트를 할 때 사면 그게 꽤 경제적이란 걸 알게 되어 그 후엔 온라인 주문을 하곤했다. 이렇게 알아서 기다보니 이젠 집사람도 콜라를 사건 스프라이트를 사건 참견을 않는다.^^;

 

오늘 스프라이트를 마시려다 보니 내가 40개 들이 한 박스를 사놓은 것에 "업소용"이라 쓰여있다. 이건 업소에만 공급되는 건데 오픈마켓을 통해 싸게 풀리는 것인가 보다. 세금 문제로 그런 구별을 하는 것일 테니 업소용을 개인에게 파는 건 아마도 불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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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 밑 부분에 이 제품이 치킨이나 피자 등을 배달하는 업소나 식당 등을 위해 생산된 제품으로 소매점에서는 판매할 수 없는 것이라 쓰여있다. 전에 구입했던 것들도 이랬던 것인지 이번에 구입한 것만 업소용 제품으로 잘못 배달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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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난 그렇게 살아간다. 누군가의 말처럼 약간 비겁한 게 가정의 평화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뭐 남들(모든 남편들)도 다 비슷할 거라 본다.^^;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신정아  
Comment '7'
  • profile
    Dr.Spark 2021.12.07 23:33 Files첨부 (5)

    바람직하게도 액티브한 페친들의 댓글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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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카빙스키 2021.12.08 15:31

    ㅋ 중학교시절 콜라만 먹으면 취하는 옆 학교선생님 전설을 들으며 콜라를 자연스레 멀리한 기억이.. 그런데 가끔씩 콜라 마시면 확쏘는 그 맛이 좋아요.  

  • profile
    Dr.Spark 2021.12.09 17:50
    콜라에 왜 취할까요? 박카스에 취한다는 얘기는 들어봤습니다만...^^;
  • ?
    맹수 2021.12.08 21:58

    요즘 둘째(중1) 놈이 환타에 빠졌습니다. 삔땅친 걸로 숨어서 사먹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데...

    하여튼 환타의 역사도 코카콜라와 관계가 깊더군요. 2차대전 무렵까지만 해도 미국회사 제품인 코카콜라는 유럽에서도 인기가 있었는데, 전쟁 발발후 나치와 미국이 서로 적이 되니, 독일에서 코카콜라 대체품으로 개발한 것이 환타라고 하네요. 사탕수수와 뭔 찌꺼기로 만들었다는데... 이게 히트를 쳤고, 전후 아이러니하게도 이 환타사업을 코카콜라가 인수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이 환타도 인이 들어있는지 모르겠네요. 안좋다면 엄마한테 일러야 하지 않을까 생각중입니다.ㅎ  하지만 이게 애한테는 삶의 낙이긴 한데...^^ 

  • profile
    Dr.Spark 2021.12.09 17:56
    그걸 왜 막습니까?^^ 본인이 좋아하는 걸 즐기게 해줘야죠. 환타 페트병엔 인 성분 표시는 없습니다.(근데 문제는 코카콜라 캔에도 인 성분 표시는 없던데요?^^;)

    환타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못 들어본 건데 흥미롭네요.^^
  • ?
    반클러치 2021.12.09 15:35

    건강을 생각해서 제로콜라로 외도하였다가 

    제로콜라는 맛이 너무 이질적이여서

    펩시제로 라임으로 정착했습니다~

  • profile
    Dr.Spark 2021.12.09 17:57
    제로콜라는 오래 전에 딱 한 번 맛을 보고는 그 다음부터 단 한 번도 안 마셨습니다. 맛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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