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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기 촬영과 오디오와 예술가적 감성에 관하여...

[2021/12/04, 토] 집사람(@고성애)와 퇴촌 관음리에 갔다. 퇴촌(退村)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초기 개국공신으로 태종의 총애를 받은 한산군 조영무(趙英茂)와 관련되어 있다. 그가 정계를 은퇴하면서 광주 동쪽의 마을이라 광동리(光東里)라 불리는 마을로 간 것이 한자어로 퇴촌인 것이다. 그 사연을 담은 말년의 호(號)가 '퇴촌'이고, 그게 지명이 되었다는 것이다. 동생(박순관)은 프로 도자기 작가인데 어린 시절엔 서울에서, 장년에 이르러서는 하남에서 노년에 이르러 퇴촌하여 "퇴촌면 관음리"로 갔다. 거기 만든 동생의 작업장은 역시 도예가로 성장한 아들과 딸의 작업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젠 소유주조차도 큰 조카(박찬근, 도예학석사)로 바뀌었다. 어제 동생이 작은 조카(박지예, 도예학사)와 작업을 늦게까지 한다는 얘기를 듣고 토기 촬영을 위해 간 것이다. 

 

집사람은 요즘 사진 스승 중 한 분인 이경택 작가("사진공간 길")의 휘하에서 큐비즘 사진에 대해 배우고 있다. 소재는 토기로 잡았는데 그건 고고학박사인 집사람의 전공이 무문토기이기에 모든 토기에 정통하기 때문이다. 집사람이 사회 진출 후에 모아왔던 진품 토기는 엄청나게 많았었는데, 그 컬렉션은 벌써 오래 전에 원불교 성지의 옥당박물관(전남 영광)에 기증했다. 집에 남은 몇 점의 토기는 그간 촬영을 해서 썼기에 도예가인 동생이 모은 진품 토기들과 스스로 만든 현대적 감성의 토기들을 촬영하러 퇴촌에 간 것이다. 

 

가면서 접을 수 있는 정물 촬영대인 폴더블 스튜디오를 들고 갔다. 이것은 강한 자연광을 내는 LED가 내장된 접을 수 있는 촬영대로서 손잡이가 달린 흰박스이나 펼쳐서 몇개의 자석들을 한데 붙이면 작은 촬영 스튜디오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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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접을 수 있는 스튜디오 "폴디오"이다. 아주 편리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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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도예작업장 한 켠의 테이블 위에 촬영할 대상들을 늘어놓고 촬영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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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에 몰두한 고 작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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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으로 촬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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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촬영 대상들. 삼국시대에 만들어진 삼국의 토기들도 있고, 가야토기도 있다. 동생이 토기를 응용해 만든 현대 토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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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작가가 촬영하는 걸 내가 옆에서 하이엔드 디카로 찍어봤다. 

 

집사람이 찍은 사진들은 한 개의 대상을 여러 장으로 찍고 그걸 한 장의 사진에서 다층의 레이어를 구성한 후 변화를 주고, 나중에 그걸 큐비즘에 입각해서 피카소적인 변형을 하는 것이다. 말로는 간단한데 그 파일들을 하나의 포토샵 화면에 올리면 그 파일 사이즈가 무려 3-10기가 바이트가 된다. 그러니 웬간한 PC는 그걸 처리하려면 허덕대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변의 그래픽 전문 디자이너인 하성식 선생 등 여러 사람들이 윈도우즈 PC가 아닌 iOS를 사용하는 맥(Mac)으로 전향하라는 얘기를 많이 했었다. 하지만 손에 익은 PC에서 벗어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망설여왔었다. PC나 맥이나 그간은 스마트 폰보다도 속도가 느렸다. 하지만 작년에 드디어 스마트 폰이 사용하는 AP의 성능에 필적하는 M1칩을 애플이 개발했고, 그걸 그들의 제품에 적용했다. 비로소 스마트 폰 만큼 빠른 PC가 탄생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새로운 M1칩이 출시됐고, 그게 드디어 스마트 폰의 성능을 추월하게 됐다. 게다가 16인치의 대화면을 지닌 맥북 프로까지 등장한단다. 그래서 집사람은 이제 그리로 전향하리라 맘을 먹었다. 그간 큐비즘 등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애로가 많았는데 그 애로사항들이 다 사라지게 될 듯하다.

 

어쨌건 큐비즘에 입각한 포토샵 작업을 해서 만들어내는 사진이 아래에 보이는 것들이다. 별 거 아닌 듯해도 이런 사진 작업을 하려면 대단한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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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과정을 거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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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결과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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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작가가 토기 촬영을 하는 동안 난 조카의 도예 작업장 내부를 둘러봤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큰 혼(horn) 스피커를 갖춘 오디오 시스템이다. Voice of the Theatre(극장의 소리)라는 별명을 가진 미국 빈티지 오디오의 대명사 알텍 랜싱(Altec Lancing)의 거대한 스피커가 그 중 하나다. 웬간히 큰 장농 만한 스피커이다. 나팔처럼 생긴 스피커의 혼이 가히 위압적이다. 중음과 고음을 그걸로 뽑아내니 칼칼하고도 강한 소리가 난다. 사람의 목청에서 나오는 소리에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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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주인의 목소리(His Master's Voice)의 피겨 니퍼(Nipper) 뒤에 뭔가 지저분하게 보이는 게 걸린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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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s Master's Voice / Francis Barraud(1856-1924) / 주인의 목소리가 담긴 포노그래프 앞에 서서 그걸 듣고 있는 강아지 니퍼. 니퍼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바로의 형이 기르던 개였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그 후 빅터 토킹 머신(Victor Talking Machine) 사의 상표로 사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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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퍼의 피규어 위로 보이던 것. 이건 척 보는 순간 여성임을 알게 된다. 저게 예술가의 눈엔 여성의 머리칼로 보였던 것이다. 게다가 그 아래 나무가지와 합쳐지니 여성의 심볼과 같아진다. c_01.jpg 그냥 보고 넘어갈 수 있는데 예술가의 눈은 거기서 다른 걸 찾아내는 듯하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과 다른 관찰안이 그들에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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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혼 스피커라니... 그리고 천장 한 켠에 달랑 하나만 달아놓은 저 젠센(Jensen) 스피커 알맹이는 또 뭐란 말인가? 근데 거기 전선이 달려있는 걸 보면 어딘가에 소리를 갈라주는 네트워크가 있고, 그 알맹이도 소리를 내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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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텍의 "극장의 소리" 스피커를 울려주는 모노블록 파워 앰프 역시 진공관으로 만든 유명작 1569A이다. 1950년대에 제작된 진짜 빈티지 앰프이다. 진공관으로서는 대출력으로 알려진 EL34관 4개의 80와트-80와트 출력의 앰프이다. '겨우 80W?'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진공관의 출력은 TR 앰프와는 별개이다. 이걸로 극장에서 지축을 울리는 소리를 저 "Voice of the Theatre"로 냈던 것이다.(진공관 앰프로 집에서 사용하는 것들은 대개 5와트 이하의 출력을 가지고 있다. 좀 센 것은 8-10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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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텍 랜싱 "극장의 소리"에 연결된 프리 앰프는 독일제 클랑필름(Klangfilm) 사의 제품이다. 오디오 매니아들에게는 귀가 번쩍 뜨일 브랜드이다. 알텍이 미국 오디오를 상징하는 웨스턴의 후예라면, 이 클랑필름의 후예는 텔레풍켄과 지멘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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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en I dream"의 가수 캐롤 키드의 음반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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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C란 알 수 없는 회사의 남도민요 판도 보인다. 이런 판은 뭔가 한정판인 듯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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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우리의 고전영화인 1962년작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의 포스터가 액자 걸이 위에 비닐에 쌓인 채 놓여있다. 신상옥 감독이 만들고 최은희, 김진규가 주연을 했다. 포스터에는 당시의 전설적인 아역 전영선이 보이고, 배우 도금봉과 코메디언 김희갑도 보인다. 당시의 코메디언은 그 말 그대로 코메디안이지 오늘날의 개그맨과 같은 부류가 아니다. 그들은 유머러스한 전인적인 엔터테이너들이었다. 아마도 전국노래자랑의 산 증인인 송해 옹이 마지막 코메디언이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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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기에 소를 탄 소년의 그림이 있고, 그 옆에 태극기가 걸려있다. 한국적이다. 동생은 한국을 사랑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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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이 테라코타를 보면 한국적인 감성과는 다른 게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이건 제자의 작품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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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가 박순관. 장독대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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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도예 작업장의 한 켠에 있는 작은 방문에 걸린 것이다. 낙소(라쿠) 작품인 이 얼굴엔 짙은 눈썹으로 엄해 보이는 사람의 눈 두 쌍이 달려있다. "널 지켜보고 있다!"는 사인이다. 대개 관리자들은 그런 성향이 있다. 도자기 뮤지엄 등에서 인턴 생활을 한 일은 있어도 본격적인 취직을 해 본 일이 없이 계속 작가로 살아온 사람이 자신의 공간에 "사장실"이라 써놓은 건 아이러니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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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옆에 꽂힌 많은 CD들 중에서 나윤선의 발표회에서 받은 싸인이 있는 CD만 유독 밖에 내밀었다. 나윤선, 유럽에서 독보적인 활동을 하는 우리의 재즈가수이다. 그의 남편은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의 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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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장실"의 한 켠을 채운 레코드판들이다. 바닥에도 많은 LP들이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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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에 걸린 그림 둘은 마릴린 몬(먼)로( https://bit.ly/3dok9vT )와 오드리 헵번( https://bit.ly/335ovGt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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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자베스 테일러( https://bit.ly/3lCjpHR )도 있다. 아마도 이 그림은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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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의 손으로 만든 도예 도구들. 국제도예전에서 자작 도예 도구들의 전시를 요청했을 정도로 동생은 수많은 도구들을 만들어 왔다. 직접 깎고, 그걸 오래 사용해 온 흔적을 지닌 도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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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개의 철사와 철판과 놋쇠 조각으로 만든 고양이가 선반에 놓여있다. 참 재주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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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슷한 감성으로 구멍을 여러 개 뚫은 캔 뚜껑과 캔에서 오려낸 모자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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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병뚜껑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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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나무 토막은 북어 대신 걸린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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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뽀빠이다. 별 걸 다 만들어서 걸어놨다. 어떤 공간에 매달린 것도 있고, 벽에 고정된 것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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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건 일본 사람들이 차 생활을 할 때 물끓이는 도구를 걸어놓을 때 쓰는 지자(自在)이인데... 차를 좋아하니 이런 것도 스스로 만든다고.. 

 

예술가는 태어나는 듯하다. 어릴 땐 서로 비슷했는데 중간에 자신의 적성을 발견하고 그걸 직업으로 삼으면서 서로 다른 길을 갔다. 난 앞만 보고 가는 얼리 어답터로 컸고, 동생은 전통을 간직하고, 그걸 지키며 살았다. 지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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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이 이긴다."
별 재주 없는 나는 남들 그만 둘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아니면 남들과의 경쟁을 피해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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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김현목_
  • 2021.12.06
정성 기울이신 글에 몇줄 반응이라도 남겨야 예의인가같아 댓글쓰려는데 쉽지얺네요 ^^
사진에서 시작해 결론은 스피커.. 박사님스러운 장르변경입니다 ^^

이 댓글을

^^ 사진은 현재 집사람의 분야이고, 전 그 분야을 떠난 지 오랩니다. 이젠 전에 배운 작은 지식으로 근근이 연명해 나가는 실정이지요. 일상에서 필요한 사진만 찍으면 되지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되니까요.

오디오는 생활의 일부인데 동생은 저보다 더 그에 밀착된 생활을 합니다. 비슷하지만 동생은 더 빈티지 오리엔티드되어 있고, 전 하이엔드 오리엔티드되어 있으면서 PC-Fi쪽으로 많이 치우쳐있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작업하고 있는 곳에 가면 아날로그의 향수를 만끽하게 됩니다. 그게 주는 깊은 위안 같은 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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