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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목] 가로수 붉게 물든 캠프 보산에서...

 

 

[2020/10/22, 목] 칼 같은 스케줄링에 의한 만남보다 갑작스런 번개가 훨씬 인간적이다. 친한 사람과의 만남에서 특히 그렇다. "만날까?"라고 했을 때 바로 "그럴까?"란 답이 나오는 사람들과의 만남이 즐겁다.

 

오늘은 지하를 만났다. 김범삼 감독의 로드 무비 "카오산 탱고"의 주인공 이름이 "지하"이다. 열혈 인라이너인 김 감독이 남자 주인공의 이름을 정할 때 생각난 유일한 이름이 "지하"였더란다. 인라인 스케이팅 전성기 시절의 이지하는 20대였고, 그는 전국의 스케이터들에게 매우 잘 알려진 실력있는 괴짜 인라인 스케이터였다. 그 젊은 친구도 이제 40대가 되었다.

 

오후가 되어 물들어가는 가로수를 보니 도시를 벗어나면 추색창연(秋色蒼然)한 풍경을 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함께 갈 사람을 찾으려다 보니 생각나는 게 지하였다. 삼성동의 전시회를 참관하고 을지로 세운상가의 사무실로 향하던 그는 내 제안에 "30분 내로 뛰어갈게요."하더니 내게 달려왔고, 그 후 우리 둘의 동두천으로의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 동두천은 낯선 곳인데 지하는 친동생이 그곳에서 가구공방을 하고 있어서 많이 가봤단다. 하지만 내가 즐겨찾는 보산동의 외국인관광특구 "캠프 보산"엔 가 본 일이 없다고 한다. 어차피 거기 가서 커피를 마시고, 중남미 음식을 먹을 것이라고 하니 좋다고...^^ 가는 길의 산들은 어떤 곳은 노랗고 빨갛게 물이 들었고, 어떤 곳은 안 그렇다. 그 길이 북쪽을 향한 것임에도 아직 가을이 덜 온 것인지...

 

캠프 보산의 중앙통엔 가로수가 많지 않은 편인데, 그 몇 그루가 새빨갛다. 그게 그곳에 온 가을의 표상이었다.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인 수영 커피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하고, 얼마 전에 새로 생긴 페루 음식점 피스코 이 나스카(Pisco Y Nazca)에 갔다. 양이 적지 않으나 맛있는 중남미 음식을 먹었다. 전에 내가 자주 가던 마추픽추 페루 음식점의 쉐프가 독립하여 개업한 곳이 피스코 이 나스카이다. 

 

중남미의 스테이크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먹을 수 있는 스테이크와는 다르게 두꺼운 것이 아니고, 굽는 것도 웰던으로 굽기에 그건 몇 번 먹어본 후에 피한다. 그러다 보니 대개는 치킨 베이스의 음식을 주문하기 마련이다. 오늘도 그랬다. 따꼬와 페루식 만두, 그리고 두 가지의 치킨 요리를 시켰다. 하난 튀긴 것, 하난 구운 것이다. 다행히 지하도 그 음식들을 좋아했다.

 

어둑해진 시점에서 보산동을 벗어났고, 돌아오는 길에 그곳에서 1km 정도 떨어진 지하의 친동생이 운영하는 가구공방에 들렀다. 지하는 동생을 위해 페루 식당에서 To Go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지하를 만나면 하는 얘기는 스키와 스키에이트의 겨울운동에 관한 것, 인라인에 관한 것, 드론이나 사진, 동영상 촬영기에 관한 것 등이다. 서로 겹치는 게 많으니 대화가 잘 통한다. 그래서 두 사람에게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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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놈이 이긴다."
별 재주 없는 나는 남들 그만 둘 때까지 계속해야 했다.
아니면 남들과의 경쟁을 피해 남들이 하기 전에 먼저 해야 했다.
그게 내가 살아온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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