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여 년 전, 모든 기술/레이싱 대회를 주관 또는 감독하는 지도자연맹(KSIA) 외부에서 스키 레이싱 시리즈인 코스타레이스가 생기고, 지산 등 각 스키장 또는 단체에서 기술 대회가 열리던 때다. 당시 나도 그 흐름에 동참하겠다고 대회전 스키를 샀고, 시행착오 거치며 몇 번을 바꾸다 '이게 맞다' 라고 여기고 정착하여 타던 스키가 디이나스타 스피드코스 64, 길이 182cm에 반경 21미터였던가? 경기용 월드컵 스키를 디튠해 편하게 만든 데모 스키이었다. 그 스키로 레이싱 대회와 기술 대회를 몇 시즌 동안 나가고는 했다. DIN 8-18짜리 무식한 바인딩이 올라간 진짜 레이싱 스키인 9X WC도 갖고는 있었지만 아주 빡센 스키라 대회에서 딱 한 번밖에 못 써 보고 거의 장식품이었는데, 다이나스타 콤프64는 대회전용 치고는 판도 부드럽게 휘고 움직임도 가볍게 느껴져 레이싱 대회, 기술대회 때 타고 평시에도 급경사 스키딩 숏턴용으로 즐겨 탔었다. (대회 때 외 평시용 주력은 데모급 레이싱 스키인 로시뇰 9X WC, 요즘 말로 반드컵 스키였다.)
그 다이나스타 64 대회전 스키와 동급인 콤프64를 2000년대 중반 중고로 저렴하게 구해했다. 언젠가는 타야지 했는데 다른 스키를 더 타다 보니 여러 시즌 세워 두고만 있었다.
지난 주말에 웰리힐리에서 야간스키를 타기로 하여 얼어 있을 설면 대비 그 스키를 차에 실어가서 지하 시즌보관소에 있는 정비실에서 가져간 토코 왁싱용 다리미와 파일로 정비하여 슬로프로 올라갔다.
동급인 대회전 스키와 디자인이 같고, 금속제 플레이트 위에 바인딩이 올라간 구성도 같고 길이와 반경만 다른데, 타 보니 대회전용보다 훨씬 어려운 스키였다. 판이 거의 안 휜다. 회전용 스키란 거는 날을 먹이면 앞부분이 설면을 파고들며 휘어 저절로 턴이 되는 스키가 아니었던가? 안 휘는데 스키는 빠르다. 직진만 하려 한다. 동급 대회전 스키는 쉬운 편이었는데 이럴 수 있나? 싶었다. 같은 모델 라인이면 대회전용이 더 타기 어려운 것이 보통이었으니까.
고생하면서 한 시간을 겨우 타고 접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이유는 한 가지였다. 내가 바뀐 것이다. 나이가 들며 근력 유연성 등등 운동능력이 예전의 절바수준이니 스키를 못 다루게 된 것이었다. 프리스타일 스키로 갈아 신으니 카빙이고 뭐고 다 잘 된다. 훗.
오미글라스는 다시 모셔 둬야 하나 보다.
---- 한상률 /일월여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