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페이스북을 하면서 미국 플로리다로 유학을 갔다가 온 한 분이 한국의 겨울이 춥다는 얘기를 미국 사람들이 툭하면 하는데 그게 진짜냐는 글을 썼더군요. 그 따뜻한 플로리다 반도에서 생활하면서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흑인 영관 장교와 친해졌는데 그분이 자기가 들은 바로는 한국이 세상에서 제일 춥다고 들었는데 사실이냐고 묻더라고...
그분은 사관학교에서 미국 군대의 전사(Military History)를 공부할 때 한국전(Korean War, 6.25)과 관련하여 그 소릴 많이 들었고, 지금은 미군의 원로가 된 수많은 베테란들(퇴역 군인들)을 만나봤는데 그들과의 대화에서 꼭 빠지지 않은 것이 한국전에서의 추위로 죽을 뻔했다고, 그게 중공군이나 북한군보다도 훨씬 공포스러웠다는 얘기였답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페친)인 그분이 그와 관련한 포스트를 올렸기에 제가 아래의 길고도 긴 댓글을 써줬습니다. 거기 제가 스키어란 얘기도 하고, 제가 가 본 외국 스키장에서 겪은 추위 얘기도 했기에 이걸 이 사랑방의 잡담 카테고리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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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DrSpark): 한국의 겨울은 실제로 정말 춥습니다. 제가 스키어이고, 해외 스키 원정을 많이 갔었습니다. 캐나다, 유럽, 그리고, 미국, 중국과 일본 등지를 많이 갔었는데, 가장 매섭게 추운 나라가 중국과 우리나라였습니다. 실은 중국의 하얼빈 쪽, 흑룡강성의 선마운틴스키장 등의 추위가 가장 심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도 가장 추운 때는 그들에 못지 않습니다.
일단 전에 우리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개최했을 때, 외국 선수들이 왠지 모르게 한국은 그리 춥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특별한 대비가 없이 왔다가 농담삼아 얼어죽을 뻔 했다는 소리를 많이 했던 걸 제가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그 때 메모한 내용들입니다(전에 이 사이트 어디엔가도 한 얘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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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매서운 추위에 놀란 외국 선수들의 이야기 몇 가지
미국 스노우보드 대표팀의 제이미 앤더슨 선수는 한국의 추위가 너무 강력해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려고 요가의 특별한 호흡법인 ‘불의 호흡’까지 동원했다고 한다. 그녀는 당시 경기장에 불어닥친 강한 바람을 ‘평창 돌풍’이라고 부르며, 올림픽 경기를 치르기에 정말 가혹한 환경이었다는 소감을 남겼다.
오스트리아의 알파인 스키 영웅 마르셀 히르셔 선수는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자 눈의 결정체가 너무 날카로워져서 스키 장비의 날이 금방 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눈 위를 활주하는 기분이 마치 모래 위를 달리는 것 같다며, ‘평창의 추위가 만든 독특하고 거친 설질’에 당황스러움을 표했다.
태국의 알파인 스키 선수 알렉시아 '아리사(원래 생애 대부분을 스위스에서 살고, 스위스 국대선발전에도 출전했던 사람으로 태국 혈통이 중간에 있어서 태국 선수로 출전한 것) 라 셴켈(쉥켈)'은 평창 선수촌에 머무는 것이 마치 서바이벌 캠프에 온 것 같다는 재미있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는 따뜻한 나라인 태국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추위라며, 세상에 이렇게 추운 곳이 있다는 사실을 평창에 와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실은 이 동계올림픽 말고는 스위스에서 만 산, 스위스인으로서의 고백이었다.
캐나다의 스켈레톤 선수 케빈 보이어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평창의 칼바람은 정말 최악’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도는 것조차 '마치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는데, 추위에 익숙한 캐나다 선수조차 평창의 매서운 바람에는 혀를 내둘렀던 셈이다.
핀란드의 스노우보드 선수 에니 루카야르비는 강추위와 강풍 속에서 경기를 강행하는 것은 선수들에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날씨가 너무 추워 선수들이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당시의 ‘혹독한 기상 조건이 외국 선수들에게 공정하지 않았다’는 실제로 비판 섞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평창의 겨울이 유독 매서웠던 과학적 이유
평창은 해발 고도가 평균 700미터 정도인 고원 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높이 올라갈수록 기온이 낮아지는데, 평창은 사람이 살기에 적당하면서도 추위를 느끼기엔 아주 충분한 높이를 가지고 있다.
높은 지대에서는 공기가 상대적으로 희박해서 지표면의 열이 우주로 더 잘 빠져나가기 때문에 평지에 비해 기온이 훨씬 빠르게 내려간다.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갑고 건조한 공기 덩어리인 시베리아 고기압도 큰 역할을 한다. 한반도는 겨울철에 이 강력한 공기 주머니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데, 평창은 지형적으로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이 차가운 바람이 태백산맥을 타고 바로 넘어오는 길목에 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훨씬 더 신선하고 강력한 냉기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평창의 추위를 완성하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강력한 바람이다. 우리 몸은 피부 주변에 아주 얇은 따뜻한 공기층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바람이 세게 불면 이 공기층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린다. 이를 체감 온도라고 부른다. 실제 기온이 영하 10도라 하더라도 초속 10미터 정도의 강풍이 불면 우리 몸이 느끼는 온도는 영하 20도 아래로 뚝 떨어진다.
겨울철 평창의 유난히 맑은 하늘도 추위를 더하는 원인이 된다. 구름은 지구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주는 이불 같은 역할을 하지만, 평창의 겨울은 대기가 건조하고 하늘이 맑은 날이 많다. 밤이 되면 땅이 품고 있던 열이 아무런 방해 없이 우주로 방출되는 복사 냉각 현상이 강하게 일어나면서 기온이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창 주변의 복잡한 산악 지형은 바람의 통로가 되어 바람의 속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낸다. 좁은 골짜기를 지날 때 물살이 세지는 것처럼, 산과 산 사이를 통과하는 바람이 선수들이 경기를 치르는 경기장 쪽으로 집중되면서 외국 선수들이 경험해 보지 못한 극한의 추위와 강풍을 만들어냈다.
이런 과학적인 요인들이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평창은 전 세계 선수들에게 한국 겨울의 혹독한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주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조건들이 대전 이북의 대부분의 지역에도 해당한다는 것이고, 비교적 따뜻한 남녘이 아닌 한, 한국은 매섭게 추운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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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댓글 중에 보이는 한국 전쟁 참가 베테란 제임스 브래디(James Brady)가 쓴 책, 전쟁 후기가 ”The Coldest War(가장 추웠던 전쟁)“인데, 실은 역사상에서 보면 2차 대전시의 독일군의 러시아 침공 시에 독일군이 겪은 추위 같은 것도 있기 때문에 이 책은 한국전쟁 참가자였기에 쓸 수 있었던 제목이라 생각됩니다. 한국보다도 더 추운 전장들이 실존했다는 얘기지요. 실제로 이 책의 미군들 얘기와 러시아 영토에서 싸운 독일군 얘기를 함께 읽고 비교해 보면 그 참상은 러시아 추위에 당한 독일군 쪽이 훨씬 심합니다.
그리고 추위 얘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쟁이 현재는 러시아 영토가 된 -- 얼마전까지의 우크라이나 영토 -- 크리미아 반도입니다. 나이팅게일의 활약으로 유명한 이 크리미아 전쟁 시의 스토리 또한 러시아의 추위를 2차대전 이전에 먼저 만천하에 알린 전쟁입니다. 이 전쟁이 발발했을 때는 이 반도가 러시아의 땅이었는데, 당시의 스토리도 독일군의 스토리 이상입니다. 그들이 전투를 했던 지역이 바로 크리미아 반도의 아래쪽 흑해에 가까운 “바라클라바”입니다. 우리가 혹한기 등산을 하거나 스키장에서 아주 추울 때 뒤집어 쓰는 열차 강도가 쓴 모양의 눈만 뚫린 전면 마스크의 이름이 “바라클라바”이지요. 그 이름만 들어도 추운 느낌이 올 때가 있을 정도인데요.
영국군이 싸운 전장의 이름이 바로 그 “바라클라바”입니다. 그 바라클라바의 초기 전투에서 죽은 병사의 숫자는 그리 많지는 않아도 그 수의 80%가 추위로 죽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실이 영국 본토에 알려지면서 영국 국민들이 바로 그 바라클라바 마스크를 고안하여 만들고, 그걸 전장으로 보낸 것이지요. 그게 전세계로 점차 퍼진 것이고, 처음엔 각국 군대가 혹한기에 보초를 서거나 작전을 할 때 이 마스크를 사용했고, 그것이 민간인들에게 전해져서 등산용, 스키용이 더 개선된 모양으로 발전된 것입니다.
아마 '바라클라바 전투'도 한국전 이상의 추위를 경험케 한 사건일 겁니다.
러시아는 그들을 위해 싸운 동장군이 있지요. 영어로 Jack Frost로 부르는...^^
그러고 보니 프랑스의 나폴레옹, 독일의 히틀러, 그리고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모두 러시아의 동장군이 괴롭혔군요. 크리미아 전쟁만 오스만제국, 프랑스, 영국의 연합군이 승리했구요.

이글 보기전에 "바라클라바" 조금전에 네이버쇼핑에서 검색해 봤는데. 바라클라바가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새로운 지식 하나 얻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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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25년 마지막날에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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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나요 형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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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잼나는 이야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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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박사님 역시나 양질의 글 ! 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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