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고랭지에서 재배한 ”로메인 상추“
좀 전에 배달되어 온 로메인 상추(Romaine lettuce)를 보며 깜짝 놀랐다. ’이게 분명 상추인가?‘ 싶었기 때문이다. 생김과 향은 분명 로메인 상추였는데, 잘 모르는 사람에겐 배추라고 해도 믿을 만큼 워낙 튼실하고도 싱싱했던 것이다.
이게 대관령(大關嶺) 지역에서 경작한 고랭지(高冷地) 채소라 이렇단다. 역시 사람 살기에 최적이라는 것이 800고지이다. 이는 공기질이 좋고, 저산소 적응에 따른 심폐기능과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감소에 따른 정신건강 유지에 좋기 때문이다. 대관령의 횡계 지역은 약 832m이니 이런 조건들을 충족하는 살기 좋은 곳이다. 근데 이제 그런 개념은 사람 뿐 아니라 식물에도 적용되어야 할까보다.
스키어들은 대관령을 “약속의 땅”이라 부르는데, 그건 아무리 다른 지역 스키장들의 설질이 안 좋아도 횡계에 가면 용평이나 알펜시아리조트에서 바람직한 설질을 만날 수 있기에 그렇다. 물론 강설의 계절이 끝나가는 시점인 3월 말, 혹은 4월에도 한겨울처럼 대설이 내리는 걸 보고 그렇게 부르기도 한다.
어쨌든 그 약속의 땅이 가진 건 ”좋은 품질“인 듯하다. 고랭지에서 재배된 채소는 일교차가 뚜렷하고, 일정한 기간 동안 같은 작물을 같은 땅에 재배하는 주기를 의미하는 재포기간이 길어서 식물의 양분 축적이 활발하다고 한다. 그게 바로 고랭지 채소가 조직이 치밀하고, 당도가 높으며, 색깔이 뚜렷하고, 향이 좋으며, 나아가 신선도까지 오래 유지되는 이유이다.
사실 상추류는 보관 기간이 매우 짧은 편임을 잘 아실 것이다. 금방 녹아 내리듯 물러터지기 마련이니... 하지만 대관령 고랭지 재배의 로메인 상추는 냉장고에서 거의 한 달 정도를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로메인 상추는 지금이 연중 가장 맛있을 때인데, 그걸 한 달간이나 싱싱한 채로 맛볼 수 있다니 뭘 더 바랄까?
이 로메인 상추는 돌(Dole) 브랜드로 코스트코와 이마트에 납품되는데, 같은 브랜드의 제품이라도 유독 고랭지 특산품인 대관령산만 특별히 더 좋다는 소문이다. ”약속의 땅“에서 자란 채소의 품질을 믿을 수밖에...^^
이 상추를 흐르는 물에 잘 씻어서 늦은 점심에 먹어보니... 역시 맛과 향, 그리고 식감 자체가 다르다. 워낙 싱싱하다보니 우선 눈에서 즐거웠고, 두께감이 느껴질 정도라 식감이 달랐다. 씹는 맛까지 따로 느껴질 정도. 그리고 중요한 건 향이다. 로메인 상추의 향이 이렇게 깊은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하긴 커피도 향 좋은 건 고랭지의 공기 좋은 곳에서 화산재 같은 좋은 흙에서 자란 커피나무에서 나온다. 그와 같은 환경과 풍토에서 자란 것은 항상 향기가 높다.
- 이렇게 샐러드로 먹어도 식감이 매우 훌륭하고 맛있다. 흑임자 소스를 얹었다.
이 상추는 생산지에서 다음 주 중이면 동이 난다고 하니 맛있는 걸 먹으려면 이번 주와 다음 주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런 좋은 상추를 맛보게 해주신 대관령 농부 임근성 선생님, 그리고 그 자랑스러운 형님을 둔 용평리조트의 임근봉 선생, 두 분 형제에게 깊이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