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마침 김나미 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선수의 생일이군요.(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프스스키장을 설립한 고 김성균 선생(한국 최초의 오스트리아 국가 스키 강사, 사진가)과 베스트 셀러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를 저술한 미술학박사 이정순 선생의 따님이지요. 오빠는 역시 전 알파인 스키 국가대표 김명종 선수. 김나미 선생은 세계 바이애슬론연맹(동계올림픽 종목 중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스포츠 단체) 부회장을 3연임한 후에 국내에서 스포츠인재를 육성하는 중요한 일(한국체육인재육성재단 사무총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독일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2015년의 한 기사.
https://m.ecomedia.co.kr/news/newsview.php?ncode=1065579685444493
이 글은 이제는 많은 분들에게 잊혀진 한 사건을 다룹니다.^^; 제가 페이스북 스키 페이지에 공유한 동영상 하나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외국 여성이 멋진 스키복을 입고, 포즈를 취한 후에 스키를 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니 좀 안타까웠습니다.
위의 영상을 보시면 제가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아실 것입니다. 어쨌건 이 동영상을 공유하며 위에 제가 한 마디를 했습니다. 아래와 같이 "왠지(?) 스키를 가르쳐 주고 싶은 분들"이란 구절이 포함되어 있지요.
이에 대한 댓글에서 박용호 선생(의사, KSIA 준강)이 "김나미 사건"을 언급했는데 아마추어 레이서이자 대한항공의 기장인 스키 매니아 허승 선생이 그 글에 대해서 "어떤 사건인지 궁금하네요."라고 댓글을 썼더군요. 의외였습니다. 허 기장처럼 오래 스키를 탄 사람은 알고(혹은 "기억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제가 그에 대한 답을 해주었습니다. 2주전의 일인데 뒤늦게 이 글을 올립니다. 오늘 카톡에 김나미 선생이 생일이란 표시가 나오는 걸 보고 이 참에 올리자고 생각을 한 것이지요.^^
To 허승: 아, 아직 “용평 레드 김나미 사건”을 모르는구만...ㅋ
어느날, 스키 좀 탄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한 젊은 한량이 레드로 올라가는 리프트를 탔는데...(얘기는 이렇게 시작함.ㅋ)
옆자리를 보니 비니에 고글을 썼지만 언뜻 봐도 눈에 확 띄는 미인 하나가 앉아있더라는 거야. 근데 잘 아다시피 김나미 씨는 얼굴이 조막만한 연예인상인데다가 키도 커보이지 않고, 항상 말이 없이 조신하게 지내는 사람이지. 누가 말을 붙이면 조근조근 답을 하고...
옆에 미인을 앉히고 그냥 가기 힘들었던 그 스키 한량은 “여긴 스키 좀 타도 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덴데 리프트를 잘못 탔나봐요.” 정도로 시작해서 자기가 좀 타는데 거긴 오늘 운수가 좋은 거 같다. 내가 시간 좀 내볼 테니까 잘 따라하다보면 스키를 잘 타게 될 거다라는 식으로 자신을 부각시키면서 레드 정상에 가까워짐.
잘 아다시피 김나미 선생은 국내 최초의 오스트리아 국가스키강사 자격증을 딴 산악인이자 뛰어난 사진가인 고 김성균 알프스스키장 창립자의 따님이오, 국가대표 스키선수를 지낸 김명종 선수의 동생으로서 그 자신 역시 국가대표 스키선수로 오래 활약한 스키 천재인데...ㅋ
그 한량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려고 김나미 선생을 조심스레 레드로 안내하여 레드 정상에 선 후에 “잘 보세요!”하면서 - 대충 짐작되기로는 - 좀 엉성한 스탠다드 패러렐로 내려가 저 만큼 섰는데...
조심해서 내려오라는 강사님(?)의 말씀을 들은 이 나약한(?, 나약해 보이는) 여성 스키어는 플루그 보겐으로 레드를 내려오기 시작. 강사님이 보니까 플루그 보겐은 좀 하는 것 같았는데... 이 여성이 조금 내려와서 자세를 쉬템으로 바꿔 몇 턴을 잘 하는 것 같더니, 그게 매우 세련된 스탠다드 패러렐로 바뀌며 마치 선녀가 하강하듯 몇 턴을 진행하더라는 것. 그러다가 그게 갑자기 매우 짧고도 강력한 숏턴으로 변하면서 마치 자유낙하로 추락하듯 빠른 속도로 레드 하단으로 달려가서 이 강사님이 어안이 벙벙해서 입을 벌리고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는 가운데 그 여성은 레드 하단을 거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ㅋ
”용평 레드 김나미 사건“의 전말은 이와 같은데, 90년대까지야 모두가 잘 아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잊혀지기도 했고, 또는 전혀 들은 바 없는 전설이 되어 버린 것.^^
그 안쓰런 레드 강사님은 그 후 레드를 어떻게 내려왔는지에 대한 후문은 없고, 사라진 그 나약한 여성은 ‘짜식, 잘 봤냐?ㅋ 웃기고 있어!’하면서 드래곤 밸리호텔 커피숍에 가서 커피 한 잔 하며 쉬었을 것 같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쪽팔림인데 그 분은 어떻게 레드를 내려오셨을까요. 저 같으면 펜스로 돌진한 뒤 패트롤 불러서 포장육으로 내려왔을 듯 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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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비슷한 걸 인생 스키 첨 간 날 비발디 (홍천 대명) 중급 슬롭에서 시전했었죠... ㅋ. 그때도 95/96 인가 96/97 시즌인가.
초보 슬롭에서 자신감 만땅으로 친구랑 같이 첨으로 중급 리프트 탔는데, 옆자리에 참한 분이 계셔서 말 걸고 좀 타는 척 하고 리프트에서 내려 가는데, 헐.. 네다섯 턴하고 구르고 네다섯 턴하고 구르며 내려갔습니다. ㅋ. 일어나 보니 저 앞에서 한번 쳐다보더니 가시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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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재밌는 일화네요. 강사포스 고수포스가 대놓고 느껴지지 않는 여성스키들은 다 겪어봤을 만한 상황인ㄷㅔ, 그 후에 어떻게 보여줬는지가 포인트지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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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 "언뜻 봐도 눈에 확 뜨이는 미인" - 첨부된 사진은 참 못 나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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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쯤 친구 3명과 용평 갔다가 레드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다행히 그 분께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휴~~~
리프트 내려서 가벼운 경사에서 플루그 보겐으로 시작하길래 -저희는 모두 겨우 패레럴 롱턴을 배우던 수준이었으니- "저기는 레드인데.. 저쪽으로 가시면 안 되는데..." 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수군거렸고.. 지금이라도 달려가서 위험하다고 알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레드 경사에 진입. 공포에 질린 그 분을 구하기 위해 4명의 청년들이 열심히 달려갔더니... 그분은 어마어마한 속도와 아름다운 자세로(당시 우리가 보기에는 그랬습니다.) 카빙 롱턴을....
플루그 보겐만 보아도 알았어야 하는데. 보는 눈도 없었으니까요. 저는 이 경험으로 매년 플루그 보겐을 자주 연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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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설의 김나미 선수, 전 바이애슬론협회 부회장이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 되었다고 합니다.
https://www.osen.co.kr/article/G111252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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