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rofile
조회 수 1133 좋아요 4 댓글 0
ban-c_26.jpg ban-c_02.jpg  ban-c_31.jpg ban-c_30.jpg

 

 

젊어 열심히 놀았지만 화무십일홍이라는데... 

 

젊은 분들은 모르겠지만 오래된 가요에 "노세 노세 젊어서 놀아/ 늙어지면은 못 노나니/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가사를 지닌 "노랫가락 차차차"가 있었다. 원래 황정자란 가수가 부른 노래( https://youtu.be/JwZTa3O7WuM )인데, 나중에 송춘희란 가수가 그걸 커버하기도 했다.(이런 이름들을 기억하면 그 사람은 노친이다.^^;) 어릴 적에 들은 그 노래의 영향인가? 난 참 어린시절과 젊은 시절에 무지 놀았다. 원 없이 놀새의 인생을 구가했던 것이다. 

 

위의 가사 중에 "화무는 십일홍이요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심상치 않은 구절이 있다. 이걸 보면 BTS의 노래 "피, 땀, 눈물(2016)" 생각이 난다.( https://youtu.be/hmE9f-TEutc ) 그 영어 제목인 "Blood, Sweat & Tears"의 기원은 2차대전시 영국의 수상이었던 고 윈스톤 처칠(Winston Churchill)의 연설이다. 그는 "I have nothing to offer but blood, toil, tears and sweat."("제가 드릴 것은 '피, 수고, 눈물, 땀'밖에 없습니다.")라고 했는데 후세의 사람들이 한 단어를 빼고, 단어의 순서를 바꿔서 많이 사용해 온 것이다. 원래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다"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은 남송(南宋)의 애국시인 양만리(楊萬里)의 시에 등장하는 구절이고, "달도 차면 기우나니라"는 가요의 한 구절은 "달이 차면 반드시 이지러진다."는 말을 살짝 바꾼 것으로 중국의 사기(史記)에 나오는 구절 "월만즉휴(月滿則虧)"이다. 

이미 겨울에 들어섰으나 내겐 내일부터 겨울이 시작된다. 이유는 내일 스키장이 개장하고 낮에 바쁜 난 야간에라도 가서 스키를 타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스키를 포함한 다양한 운동을 하면서 노세 노세하며 살았으니 열흘 붉은 꽃 없듯 질릴 만도 한데, 아직도 스키는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걸 내게서 떼어내면 내 아이덴티티가 흔들릴 정도이다. 싫증내기가 특기이고, 계속 새로운 걸 찾아헤매는 호기심 많은 내가 왜 스키 만은 버리질 못 하고 끼고 사는 건지 나 스스로로 희한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이 호리호리하다보니 추위를 무지 타고, 그래서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이 계절에 방에 웅크리고 있지 않게 된 건 스키 덕분이다. 스키를 좋아한다고 추운 겨울, 이 계절조차 좋은 건 아니다. 추워서, 그리고 운전하기 힘들어서 겨울이 싫다. "그건 너", 스키 때문이다. 

 

내게 시작되는 겨울은 남다르다. 


하지만 겨울은 온다. 이 나이되도록 단 한 번도 겨울을 거르고 봄이 온 적이 없었다. 겨울이 다가온 걸 알리는 신호는 스키시즌권이 판매되기 시작하는 것이고, 그때 즈음이면 새로운 시즌에 사용할 스키를 비롯해 스키복이나 액세서리들이 집으로 날아온다.(96/97 시즌 이래 계속 그렇다.) 참 별 볼 일 없는 인간인 나를 위해 그 비싼 스키 관련 신제품들을 택배비 수취인 부담도 아닌 채, 무료로 보내주시는 스폰서들이 계시다. 참 고마운 일이다. 일찍이 90년대 중반부터 내가 좋아서 "내돈내산"의 스키에 대한 글들을 쓰고, 그 정보를 다른 스키어들에게 전했던 건 글쓰기가 내 취미이기 때문이었다. 비싼 돈 주고 산 물건들이고, 첨단 스포츠 장비라서 신기하니 이리저리 뜯어본 감상, 그리고 그걸 타 본 느낌을 적어 공유한 것 뿐인데... 그러다보니 여러 회사에서 다양한 장비들을 스폰서링해 주기 시작한 것이다. 스폰서들은 "아무 부담 없이 그냥 쓰세요."라고 했지만 난 살짝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부담이 그 장비나 옷 등을 리뷰로 완화될 수 있다는 건 글쓰기가 취미인 내게는 축복인 것이다.^^ 나의 스폰서들은 내가 그들 제품의 홍보대사가 되어 주길 원했던 것이고, 인플루언서(influencer)란 단어가 유행하기 이전이나 그 역할을 원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건 상호 윈-윈(win-win)일 수도 있었다.

겨울이 온 걸 집으로 배송되어온 여러 스키 관련 물품들을 통해 피부로 느꼈다. 그간에 이미 몇 가지 물품들에 대한 리뷰를 했다. 내일 12/06(수)은 내게 진짜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스키장이 개장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이미 강원도의 스키장들 몇 개는 개장을 했지만 내가 새로운 스키 베이스로 정한 지산포레스트리조트는 내일 개장을 하게 되고, 내일 야간에 비로소 스키를 타게 되니 진정한 겨울은 내일부터인 것이다. 그같은 의미의 겨울을 하루 앞둔 오늘, 가장 중요한 스키 장비인 "스키" 그 자체가 택배로 날아왔다. 165cm의 스키라서 그 포장박스까지 합치면 이게 보통 큰 물건이 아니다. 스폰서를 찾아가 직접 받아와도 황송할 일인데 그걸 집에 앉아 편히 받으니 더더욱 황송할 뿐이다. 

 

고마운 스폰서들

스스로 박스에 포함된 바인딩(bindings)을 꺼내 스키판에 고정시켰다. 바인딩은 그 단어가 의미하는 대로 스키판 위에 장착하여 스키와 스키화를 연결해 주는 장치이다. 그 기능은 연결에만 있지 않다. 위험할 경우, 스키화가 스키판에서 이탈되도록 만든다. 아니면 키 만큼 긴 스키와 함께 슬로프를 구르게 될 것이고, 그 긴 스키는 쉽게 발목과 무릎을 비틀어 중상해를 입힐 것이다. 스키란 운동이 안전해 진 것은 이런 안전 바인딩(safety bindings)이 출현한 이후이다.(긴 철제 케이블로 스키화를 스키에 고정하는 칸다하식 바인딩 시절에 스키를 시작한 내게 안전 바인딩은 축복 중의 축복이었다.) 컨벤셔널 스키의 시대엔 원래 스키에 바인딩을 고정하는 일이 전문가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었다. 안전과 직결된 장비이기 때문에 많은 신경을 써야하니 스키정비 전문가가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여 장착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요즘은 좀 달라졌다. 상급자용의 좋은 장비라도 이것이 경기용 장비(WC 스키류)가 아닌 한 어느 정도의 관련 지식을 가진 스키어가 설명서만 보면 전동드릴이나 드라이버 같은 장비가 없이도 간단히 조립함으로써 그 장착 과정이 끝난다. 스키에 바인딩을 장착하고 나니 뿌듯한 마음이다.

 

Elan_logo.png

엘란 스키(Elan Skis)와 엘란비탈(élan vital)

이번 시즌에 내가 탈 스키는 먼 유럽의 슬로베니아(Slovenia)에서 만들어진 좋은 스키이다. 전엔 유고제 스키로 불리던 엘란(Elan)이다. 유고슬라비아(Yugoslavia)가 연방으로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기에 유고제로 알려졌었지만 연방 해체 후에는 공장이 슬로베니안 알프스 지역에 있기에 슬로베니아제가 되었다. 요즘은 유명 스키들의 일부가 세계의 공장인 중국에서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아직도 스키는 주로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 만들어진다. 엘란은 그 역사가 무려 77년에 달하는 회사이다.  '그래봤자 동구권 회사인데?'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 회사는 최첨단 소재인 카본으로 항공기나 보트도 만들 만큼 대단한 엔지니어링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술력이 뛰어난 회사이다. 특히 현대 스키의 가장 큰 특징이 설면을 자를 듯이 활주하는 "카빙" 기술인데, 원래 이 기술은 상급자 중에서도 최정예랄 수 있는 스키강사와 같은 전문가, 혹은 스키 선수들에게만 가능하던 높은 기술이었다. 하지만 스키가 탄생한 이래 일(1)자스키(conventional ski)라하여 앞에서 뒤로 길쭉하면서도 홀쭉하게 만들어진 스키가 바로 이 엘란 사에 의해서 글래머 여성의 몸매처럼 들쑥날쑥한 스키로 변모했다. 이것이 카빙 스키인데 그런 이유로 그 초창기엔 이를 글래머러스 스키(glamorous ski) 혹은 글래머 스키(glamour ski)란 이름으로 부른 적도 있다. 또한 이 카빙 스키는 앞과 뒤(top & tail)는 판이 널찍하고, 가운데인 허리는 좁아서 이의 좌우 측면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오목렌즈의 일부처럼 아치(arch)을 이루고 있다. 즉, 사이드컷(sidecut)이 크다(혹은 "깊다"고 표현). 이 때문에 이 스키는 수퍼 사이드컷 스키(Super Sidecut Ski)의 약자인 트리플 S(triple S) 스키로 불리기도 했었다. 엘란 사의 아이디어와 기술력에서 고안되고, 제작되기 시작한 카빙 스키는 스키계에 혁명을 가져왔다. 지금은 아무도 기존의 일자스키를 사용하지 않는 걸 보면 실로 스키세상에 전방위적인 변화를 초래한 "혁명"이라할 만하지 않은가?

 

elan02.jpg

- 엘란 사 창립 70주년을 기념하여 만든 셔츠를 입고 있는 나.

엘란이란 스키의 이름은 내게 항상 엘란비탈/엘랑비탈((élan vital)을 연상시킨다. 이는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소개한 개념이다. 프랑스어로 엘랑(Elan)은 '도약'을, 비탈(Vital)은 '생명'을 뜻하여, 이를 합쳐 "생명의 도약"을 의미한다. 이것은 "생명이 물질로부터 뚜렷이 구분되고, 스스로 능동적으로 변화하기 위해 본래부터 갖고 있는 에너지를 의미"하기도 한다.(약동, 도약, 비약, 생기 등이 이 단어가 가진 개념이다.) 엘란 스키의 상징색인 초록과 검정은 왠지 절망이나 죽음 위에 돋아나는 초록의 생명을 연상시킨다. 그 색상의 조합이 좋아서 난 엘란 사가 70주년을 기념해서 생산한 셔츠를 7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입곤한다. 

elan01.jpg

- 엘란 스키는 내가 노르디카의 수입상인 정산TBL(TBL=The Better Life)에서 노르디카, 블리자드 스키와 함께 스폰서링을 받기도 했었기에 많이 타 온 스키이다. 이젠 수입상이 H International(대표 김한석)로 변경되었을 뿐이다. 


얘기가 길어지니 스폰서가 택배로 보내온 스키와 거기 바인딩을 부착한 얘기는 "시리즈 2 - My Primetime"에서 쓰기로 한다. 
 
Primetime-55-Fusionx.jpg

- 23/24 Elan Primetime 55 Fusion X
 

시리즈 2 - 나의 프라임타임(My Primetime), 이번 시즌에 탈 스키 :  https://www.drspark.net/ski_talk/5879455 에 계속.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수 좋아요
10150 잡담 이번 주말과 다음 주 내내 스키어들에게는 대박의 기온이 전개된다. 8 file 박순백 2023.12.14 1244 5
10149 바른 말, 바른 용어 정말로 안 고쳐지는 틀린 스키 용어, 스키 플레이트 12 file 한상률 2023.12.14 1956 8
10148 기타 알프스 스키장이 생각나는, 겨울같지 않은 따스한 날씨....... 2 file 황규식 2023.12.14 534 1
10147 잡담 녀석들 스킹 준비. 윤석원 2023.12.12 482 2
10146 잡담 아~...날씨가 참,안 도와 주내요 6 file 황규식 2023.12.11 809 0
10145 동영상 아름다운 가을 단풍으로 시작하는 mtb 비망록입니다. 2 윤석원 2023.12.06 94 0
» 단상 젊어서 놀아야 하고, "화무는 십일홍"인데... - Elan Skis Primetime file 박순백 2023.12.05 1133 4
10143 잡담 어느 중년스키어의 겨울준비 2 file 박순백 2023.12.05 814 0
10142 잡담 다음주네요 1 김김김 2023.11.15 541 1
10141 잡담 부산(기장)에 생기는 대형 카페 Music Complex Seoul - 오픈 11월 18일(토) file 박순백 2023.11.13 1506 0
10140 잡담 얼른 개장했음 좋겠네요~ 1 김김김 2023.11.10 378 0
10139 잡담 이번 겨울은 시즌권을 어디로 끊을지 고민이네요 4 김김김 2023.10.30 1037 0
10138 동영상 CSIA 레벨 3 스킹 시험 영상 모음 jerry 2023.10.21 906 1
10137 동영상 2023-24 휘슬러 한인 범프 세션 홍보영상 (Whistler Korean Bump Session) jerry 2023.09.07 345 0
10136 단상 동호회 회원간 티칭에 대한 초보스키어의 생각 9 file 송동하 2023.09.03 2541 4
10135 잡담 해야할 운동과 하지 말아야(혹은 덜 해야)할 일들 file 박순백 2023.09.01 1024 2
10134 잡담 X9??? 4 file 박순백 2023.08.31 1057 0
10133 사진 사람을 찾습니다(?) 2 file 김정혁 2023.08.18 1164 0
10132 동영상 일흔하나 Skiing 備忘錄 4 윤석원 2023.08.02 681 3
10131 Old School 클린트 워커의 기적 file 박순백 2023.07.27 243 0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510 Next
/ 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