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 스키 사용 설명서
이 글은 지난 시즌인 20-21시즌 중 사용했던 헤드 스키에 대한 제 개인적인 느낌과 의견을
글로 표현한 지극히 개인적인 시승 후기입니다.
지난 해 코로나로 인한 물류 대란으로 제가 지급받을 스키 부츠가 2020년 12월 2째 주 이후에
입고되어 저를 애태웠던 녀석들입니다.
스키는 HEAD SUPERSHAPE E-ORIGINAL 163
부츠는 HEAD RAPTOR 140 RS PRO
헤드에서 올라운드로 구분되는 슈퍼쉐이프 라인의 출시 15주년 기념으로 새롭게 추가된
E-ORIGINAL 스키는 슈퍼쉐이프의 구조와 공법으로 만들어진 올라운드 스키가 아닌 순수 회전스키입니다.
사이드컷이 163cm를 기준으로 129-66-107, 회전 반경 11.1m인 이 스키는 그보다 상위 계열의
스키보다는 반응이 느리지만 보다 넓은 탑밴드의 쉬운 회전 도입으로 스키어에게 빠른 피드백을 제공하며
레이스 회전 스키와 비슷한 66cm의 아치는 민첩한 반응으로 턴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20-21 시즌 HEAD SUPERSHAPE E-ORIGINAL 스키는 저에게 쉽지 않은 스키였습니다.^^;
지난 3년 간 헤드의 I.SL RD, I.RACE PRO 등의 헤드 레이스 계열의 월드컵 스키만 타왔는데
헤드 퍼포먼스 계열의 슈퍼쉐이프 라인인 E-ORIGINAL 스키는 상급자를 겨냥한 스키임에도
이전에 타왔던 월드컵 계열의 스키보다는 비교 하향된 그립감, 다소 늦는 반응 속도, 부드러운 텐션 등으로
체감상 다소 불안정하고 턴 체인지시 프레스 타이밍과 힘의 강약 조절을 맞추기가 쉽지를 않았습니다.
아마도 이는 제가 20-21 시즌 초반 2주 정도를 월드컵 계열의 스키인 I. RACE PRO 165를 타오다
12월 중순 이 후에 E-ORIGINAL 스키를 지급받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느껴지는 체감상의 차이가 더 컸을 수도 있습니다.
시판되는 헤드 스키를 강성의 순으로 나열하면
E. SL RD(월드컵 회전) = E. RACE PRO(월드컵 올라운드) > E. RACE > E.SL > E-ORIGINAL(슈퍼쉐이프 라인)
3주에 걸친 시승 후 초반 10여 일은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지만 적응이 되고 난 후에는
필요 이상의 체력적 부담없이 충분한 그립감과 적당한 탄성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한 스킹을
즐길 수가 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딱딱한 강설에서의 불안한 그립력으로 본인의 스키에 대해 불만을 가지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 날 비가 내린 후 다음날 영하로 떨어진 슬로프의 상태가 빙판장을 연상케 하는 설질이었음에도
에지 정비 잘 된 HEAD SUPERSHAPE E-ORIGINAL 스키는 전혀 문제없는 그립력과 주행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데모급 이상의 스키로 모글에 진입했을 때 강성이 강한 스키의 텐션으로 턴 미스가 나오기가 쉬워
큰 부담을 느끼기도 하는데 E-ORIGINAL 스키는 빠른 회전 도입과 부드러운 텐션으로
인터 라인을 공략하기에 아주 좋은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최상위 계열의 스키를 타다가 그 보다는 하위 계열의 스키를 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예상 밖의 일이였지만 다소 긴(?) 적응 기간을 거친 후
비로서 이 스키의 진가를 찾아낼 수 있어서 만족스런 스킹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2-3시간 이면 체력적 한계를 느껴왔던 월드컵 계열의 스키에서
4-5시간 이상을 타도 체력적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스키는
짧은 겨울 시즌 더욱 편안함과 즐거움을 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필요 이상의 하드 스팩의 장비를 선호하는 것이 아닐까요?'
'편안해지면 더 행복해 질 수 있습니다'
HEAD E. RACE는 월드컵 구조의 스키판에 양판용 플레이트(더비)를장착하고
티놀리아 FREEFLEX 14 바인딩을 올린 월드컵 스키에 준하는 하지만 살짝 못 미치는 스키입니다.
(시판중인 E. SL RD, E. RACE PRO 는 월드컵 구조의 스키판에 월드컵 플레이트와
FREEFLEX 16 바인딩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부터 각 스키회사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데모급 버젼보다는 상향 조정되고
월드컵 버젼보다는 하향 조정된 그 중간 강성의 스키를 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 헤드에서는 데모급 버젼의 스키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제가 임의적으로 표현하는 것임을 인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타 브랜드와 비교해서 데모급으로 인식되는 HEAD의 스키는 E. SL 입니다.)
그만큼 세분화된 다양한 등급의 스키가 출시됌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의 폭은 더욱 넓어졌습니다.
E. RACE 스키는 순수 회전 스키가 아닌 레이싱 스키의 구조를 지닌 올라운드 스키입니다.
165cm 를 기준으로 사이드 컷이 121-68-102 이며 회전 반경이 13.5m 입니다.
따라서 기선전 또는 각종 스키 대회를 목표로 하는 스키어보다는 일반인 상급, 최상급자를 겨냥한
스키라고 보시면 될 듯 싶습니다.
강한 근력을 지닌 상급 스키어가 잘 정돈된 스키 활주를 목적함에 부합하는 스키입니다만
저라면 165보다는 회전 반경 14.4m인 170의 스키를 더 선호할 듯 싶습니다.
왜냐하면 이 스키는 올라운드 스키이니까요.^^;
잘 정돈된 숏턴과 깔끔한 카빙 미들턴을 표현하기에는 170이 더욱 활용가치가 높을 듯 싶습니다.
*참고로 헤드 레이스 계열의 스키에는 WORLDCUP REBLES 라는 심벌이 있습니다.
이것을 월드컵 스키라고 오인하시는 스키어분들이 많으신데 월드컵 레블스라는 명칭은
헤드 소속의 월드컵 스키팀의 팀명입니다(클럽명)
헤드 스키중 레이스 계열의 스키들은 레이싱 스키의 구조를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스키입니다.
이렇게 레이싱 스키의 구조를 기본으로 만들어진 레이스 계열 스키에는 월드컵 레블스라는 로고가
새겨져서 출시됩니다.
한 달 여를 E-ORIGINAL 스키에 잘 적응해서 타다가 1월 중순 경에 E. RACE 스키를 타기 시작했을 때
첫 느낌은 역시 묵직하고 빠르다였습니다.
첫 런에서 후경이 나올 정도로 익숙해진 E-ORIGINAL 스키에 비해 반응 속도가 민첩하고 빠릅니다.^^;
생동감 넘치는 반응과 반발력, 쫀득쫀득하게 설면에 쫙 붙어 달리면서도 눈을 가르는 날카로운 에지의 느낌...
역시 이런 맛에 하드 스팩의 스키를 타는구나하고 감탄하지만...
2-3시간이 지난 후 여지없이 나타나는 급격한 체력 저하는 피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일반 스키어가 스키 시승회를 통해 본인의 스키보다 높은 그레이드의 스키를 탔을 때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에만 치우쳐 구매한 하드 스팩의 스키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주 우수한 그립감, 강하고 빠른 반응 그로 인해 느껴지는 짜릿한 희열감에 빠져 강한 근력의 요구와
체력적인 부담스러움과 난이도 높은 기술 구현의 완성도에 대한 어려움이 살짝 도외시 될 수도 있습니다.
한 달 E-ORIGINAL 스키와 3주 정도의 E. RACE 스키 테스트를 통해 느꼈던 솔직한 제 느낌을 표현하자면
기술선수권 대회 등 시합을 목적으로 훈련을 하시는 선수들이 아니라면
레져 목적의 일반 스키어의 경우 월드컵 계열의 스키보다는 체력적으로 무리가 없고
다루기 편한 스키를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HEAD SUPERSHAPE E-ORIGINAL 스키로 약 한 달여 간의 테스트에서 정설된 사면, 습설, 범프, 아이스
심지어 모글에서도 무리없이 좋은 퍼포먼스를 구현해낼 수 있을 정도로 만족도가 아주 높은 스키였습니다.
물론 저는 E. RACE 스키는 3주간의 테스트 후 반납하고 E-ORIGINL 스키를 저의 주력 스키로 선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스키의 테스트를 통해 제가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을 요약하자면...
혹여라도 지금 본인의 스키의 그립감이 불만이시고 텐션이 약하고 바깥발 스키가 덜덜 떨리신다구요?
우선 에지를 잘 정비해 보시고, 스키의 특성에 맞는 턴 사이즈를 인지하시고(회전 스키로 급사면 대회전을?),
정확한 바깥발 위주의 스킹을 하신다면 충분히 휼륭한 스키라고 느끼실 겁니다.
모든 브랜드의 상급자 스키는 모두가 다 휼륭합니다.
뭔가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스키를 의심하지 말고
첫 번째로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합니다.
과연 내가 이 스키의 성능을 제대로 구현해 낼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해서...
*추신
이 글이 헤드 소속으로 쓰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1년간 헤드 소속 선수로 각종 시합에 참가하고, 또한 크루로써 다양한 행사 및 시승에 참가하여
그 느낌들을 글로 표현해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언제나 최선을 다했으나 또한 늘 아쉬움이 남는 건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나봅니다.
좀 더 인간미 넘치고 좀 더 전문적이지 못한 점이 늘 아쉽지만 그래도 열심히 활동했다고 자평합니다.
그동안 물심양면으로 신경 써주시고 지원해주신 (주)엘커미스트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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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이 느껴지는 훌륭한 시승기입니다. 헤드 스키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선택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