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길 돌아온 스키기술
시즌이 종반을 향해 가고 있어서 아쉽네요.
얼마전부터 일본과 한국의 인터스키 기술에 변화가 보이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새로운 기술이라기보다는 예전부터 해 오던 스트레칭형( 뉴트럴 전에 산쪽 아웃에지를 밟고 올라서며 체중이 일찍 실리는 형태)의 모던화쯤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예전에는 상체도 같이 펴면서 다리로 업을 하던 것에서, 2000년 초반부터는 외국 코치들 사이에서 소위 early weight shift 라는 기술, 즉 다리의 움직임을 좀 더 강조하며 극대화하는 기술을 그들 사이에 쉬쉬하면서 비기로 얘기하면서, 업의 형태를 달리하는, 작지만 내용적으로는 큰 기술의 변화가 있어 왔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인터스키에서는 더 큰 변화가 있었는데 몸을 먼저 넘기며 비행기 날개처럼 팔을 치켜들면서 축을 일자로 살리는 기술을 써야 상급기술로 인정받는 때도 있었습니다. 제 눈에는 스키가 아닌 서커스를 하는 것처럼 너무 위험해 보이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2000년초부터 주장했던 딛고 일어서기(산쪽 아웃에지로 일어서며 뒤꿈치로 체중 싣기)를 꿋꿋하게 이야기 하며, 이 사이트에는 몸을 먼저 넘기는 것이 왜 위험한지 장문의 글을 쓰기도 하고, 또 연맹 임원들에게 제 의견을 전달하곤 했었습니다. 남들과 다른 방법을 얘기하면서 수많은 안티세력(?)이 만들어지기도 하였고, 지금도 여전히 소수의 의견이지만, 저는 나름 확신하며 25년 넘게 이 방법으로 스키를 타고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 결과로 아직까지 저는 스키 타면서 한 번도 다치지 않았고, 가르쳤던 선수들은 단기간에 좋은 성적을 내게 만들기도 했었습니다.
오늘은 몸 먼저 넘기며 화려하게 보이며 타는 방법에서 기본을 강조하는 기술로 다시 돌아온 것을 환영하며, 돌아오게 된 배경과 장단점에 대해서 제 생각을 간략히 적어 보겠습니다.
일본의 선수 출신 다케다 류 데몬이 몇 년 전에는 스트레칭 형으로도 탔다가 몸 먼저 넘기는 식으로도 탔다가 하면서 등수도 들쭉날쭉 하였는데 4~5년 전부터는 자신의 장기인 레이싱 스타일의 스트레칭 형으로 굳혀 타면서 일본기선전에서 여러해를 연속으로 우승하였습니다. 이렇게 타는 스타일에 심판들이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독보적으로 잘 타는 것도 분명하지만 일본스키협회의 자성도 한몫하였다는 설도 있습니다.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타야 스키인구가 늘 수 있다는 자각과, 일본의 훌륭한 인프라와 인적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작 월드컵과 올림픽 등의 알파인 시합에서 성적을 전혀 내지 못 하는 이유가 어릴 때부터 잘못된 스킹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또 하나의 자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제가 스키를 가르쳐 봐도 무릎을 써서 엣지를 빨리 바꾸고 몸을 먼저 넘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의 버릇을 고치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어릴 때부터 혹은 처음부터 다리 중심의 스트레칭형의 스킹을 해야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러면 왜 이렇게 타야지 안전하면서 스피드를 즐길 수도 있고, 또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한 기술 얘기를 간단하게 해 보겠습니다.
몸을 능동적으로 먼저 넘기는 동작의 단점에 대해서 얘기 드리겠습니다.
1.몸을 먼저 넘기면 원의 중심이 되는 축이 흔들리면서 빠른 스피드의 카빙에서는 스키가 밀려가게 됩니다. 축이 흔들리면 고속으로 모터가 회전하지 못하는 원리와 비슷합니다.(오뚜기형이 아닌 스키가 진행하며 나를 쓰러뜨리는 진자운동형의 움직임이 되어야 합니다.)
2.비정설 사면과 웨이브 있는 곳에서 빠른 스피드로 타기가 어렵습니다.(산쪽 스키의 높아져 있는 골반이 상체를 따라 같이 넘어 가면서 바깥쪽 스키가 밟히지 않습니다.)
3. 몸을 먼저 넘기면 안쪽발에 체중이 먼저 실리면서 넘어질 확률이 높아집니다.
4. 순간순간 양발 하중이 걸리면서 양쪽 스키의 저항값이 다를 때 양발이 찢어지기 쉽습니다.
5. 몸을 먼저 넘기면 스키 앞쪽에 체중이 실리면서 뭉친 눈이나 습설에서 스키가 박힐 확률이 높아집니다.
6. 바깥발에 원심력에 딱 맞는 기울기로 서 있지 못해 스키에 제대로 된 하중을 주기 어렵습니다.
7. 이때 쓸 데 없는 힘을 써서 하중을 주고 때로는 버텨야 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엄청 많아집니다.
8. 의도치 않은 리바운드가 발생해 넘어지기 쉽게 만듭니다.
9. 무릎을 써서 에지체인징을 하면 필연적으로 무릎은 다치고 망가집니다.
10. 한꺼번에 에지가 바뀌면서 스키가 저항이 생기며 스피드는 느려집니다.
11. 에지체인징시에 스키를 공중에 띄워 방향을 바꾸는 점프 동작이 어려워 집니다.
이외에도 수 많은 단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몸의 움직임이 많아 화려해 보이기는 합니다.
이에 반해 레이싱 스타일로 타면 단단해 보이기는 하지만 ‘와! 잘 탄다!!’의 느낌은 상대적으로 덜 나게 됩니다.(저 개인적으로는 단단한 스타일을 좋아하고 그게 더 멋있어 보입니다만)

올 시즌초에 현 한국내셔널데몬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요즘 타는 기술들이 많이 바뀌었는데 스키 타기는 편해져서 좋겠다고 제가 농담섞어 얘기하니 네명의 데몬들이 다들 정색을 하면서 진짜 그렇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이렇게 탈까?', '저렇게 탈까?'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슬로프 상황에 상관없이 냅다 달려도 편안하고 또 상대적으로 안전해진 점 때문이었을 겁니다.
먼 길로 돌아왔지만, 어쨌든 돌아온 스트레칭형의 기본기술을 두 팔 벌려 격하게 환영하고 이 기술로 빠르면서도 안전한 스킹을 하시길 기원합니다.
폴라인을 지나면 산쪽아웃엣지에 다리로 업을 하면서 체중을 일찍 싣고 그 스키에 슬쩍 실려 가다가 인엣지로 바뀌면 스키를 컨트롤하며 냅다 달리시면 됩니다. 이때 뉴트럴까지 엣지 타고 가는 구간을 줄이려면 점프해서 슬쩍 방향을 바꾸면 됩니다.
스키 참 쉽죠? 진짜 이게 전부입니다.
내년부터는 이 기술을 잘 할수 있는 방법들과 이유들, 그리고 보조연습 방법 등을 알려 드리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남은 시즌 안전하고 즐겁게 보내세요.
이재학 올림
저도 덕분에 수십 해 다치지 않고 스키 잘 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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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학 선생님, 외람되지만 한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말씀하시는 딛고일어서기. 짧은 영상으로 하나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십수 년째 선생님의 글을 보고 있지만 어떻게 타면 잘못 타는 것인지, 어떻게 타야한다는 것인지.
스키동작을 글로 표현하신 것을 보고 상상하려니 도통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스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선생님 글을 보고 이번 글에서도 선생님이 열거하신 것과 같이 딛고일어서지 않으면 뭔가 사고 등 큰 일이 날 것 같아서 처음 탈 때부터 딛고 일어서려고만 타다보니 뭔가 스킹에 다이나믹이 없어지고 몇 년간 흥미가 없어졌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오로지 제가 잘못 이해한 탓이겠지만요. 그래서, 저처럼 오해하는 초심자들이 많이 있을 수 있으니 요점만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짧은 인스타 영상 같은 것으로라도 어떤 동작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동작은 왜 하면 안 되는지, 글 대신 몸으로 보여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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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23년에 제작된 동영상 클립이 몇 개 있어서 공유 드립니다. 화면에 영상이 안 보이면 링크를 직접 클릭하세요.
사이드슬립 관련
https://youtu.be/9cmWq-T_AX4?si=nnteuBlbO74t3xko
https://youtu.be/lKw9ht0klDU?si=JaPJKuKudyDah9FK
피보팅 관련
https://youtu.be/laZ-RWBvPhU?si=UJpZoc-TgFmwamdG
스피드 컨트롤 관련
https://youtu.be/kb_VfbODk8c?si=U7aqbyehgnoVXiqt
https://youtu.be/olXxzKm3IhU?si=jjckKViRZ_5Ci9ph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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