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스키어들을 위한 강습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오늘 스킹과 관련된 유튜브 쇼츠(Shorts) 영상을 보며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우리 스키계에는 다양한 스키어들이 존재하며, 이 글에 담긴 생각에 동조하지 않는 스키어들도 있을 것이라 본다.
나로 하여금 스킹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 영상은 휘닉스평창리조트 급사면 모글 슬로프에서 촬영된 아래의 롱턴 영상이다.
https://youtube.com/shorts/yTyEYDXGPDA?si=pn_WaiQhkbLvjVjh
해당 영상은 @yoloski라는 닉네임의 “욜로성민”이 업로드한 것으로, 영상 속 스키어가 본인인지 아니면 다른 스키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영상 속의 스키어는 멋진 스킹을 하고 있지만 난 이 영상을 보며 “잘 탄다”는 측면보다는 ‘바람직한 스킹’이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영상 속 스킹은 턴의 둥근 궤적을 유지하려는 전통적이면서 정통적인 인터스키 스타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에서는 이와 같은 스타일이 잘 사용되지 않는다. 이는 인터스키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스타일이 구식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많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인터스키에서는 스키를 더 공격적으로, 그리고 빠르게 아래쪽으로 떨어뜨려 속도를 추구하는 스타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스타일은 일본의 기술선이나 한국의 기선전과 같은 대회에서도 점수를 받기 유리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런 변화에는 문제가 있다. 한일 양국 모두 인터스키에서 경기인 출신들이 우세하고, 기술선이나 기선전에 기문 종목을 포함하면서 이런 경향이 심화되었다. 하지만 인터스키의 정석은 여전히 세계 강사들의 미팅인 Inter Ski에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곳에서는 대개 전통적인 회전 궤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인다. 이는 아마추어 스키어들의 부상 위험을 줄이면서도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스킹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스키어 모두가 선수가 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더욱 바람직하다. Inter Ski는 대회라 불리는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경연장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계 각국 스킹 스타일의 차이를 인정하는 데몬스트레이션의 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국가대표 데모팀으로 그 자리에 나선다.
사람들은 흔히 스키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스키에 정답이 없다는 말이 성립할 수도 있지만, 아마추어 스키어들, 즉 일반 주말스키어들에게는 안전하고 즐거운 스킹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여러 해 임원으로 일했던 대한스키지도자연맹(KSIA)의 현재 티칭 방식에서 경기 기술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 듯하다. 이런 경향은 이 기관에서 배출된 강사들을 거쳐 일반 스키어들에게로 전달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여기엔 문제가 있다. 아마추어 스키어들에게 적합한 것은 인터스키의 정신이 담긴 스킹방법이다.
스키를 업으로 하는 강사들에게 중요한 건 고객이고, 그들은 주말 스키어들이다. 이들은 경기에서 우승하기 위해 스키를 타는 것이 아니다. 아마추어 스키 경기도 결국 경쟁을 통해 즐거움을 찾자는 취지에서 열린다.(미국의 NASTAR나 현재는 중지된 KOSTA 레이스 같은 것이 예이다.) 스키는 정신적, 신체적 건강을 위한 활동이며, 안전하고 미학적으로 보기 좋은 스킹이야말로 강사들이 가르쳐야 할 방향이다. 따라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을 거치고, 고도의 기술을 습득한 선수들에게나 적합한 경기 기술을 강사들이 배우고, 이를 아마추어들에게 가르치는 행태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는 둥근 호가 아닌 스티보팅(stivoting)을 활용한 ”갈 지(之)“ 자 형태의 직선(?) 스킹이 주류가 되었다. 스티보팅은 스키딩(skidding)과 피보팅(pivoting)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술이다. 월드컵 대회전 기문 세팅에서도 스티보팅을 활용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얻기 어렵게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기 스타일은 한일 양국의 인터스키에서도 도입되고 있다.
한국 스키 시장의 규모가 작다 보니, 강사들은 정통 스타일 이상의 기술을 새롭고 훌륭한 기술로 포지셔닝해 강습 범위를 확장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스키 시장의 규모를 축소시키고, 강사와 스키어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인라인 스케이팅 분야에서 레이싱과 경쟁 중심 문화가 전체 시장을 침체시킨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레벨 테스트에 대한 과도한 집착은 일반 스키어 감소와 매니아 비중 증가로 이어졌고, 이는 스키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레벨 테스트에 도전한 스키어들 중 상당수는 레벨을 획득한 후 목표를 잃고 스키를 떠나기도 한다.
결국 강사와 스키 대중이 줄어들면 레벨 테스트도 의미를 잃게 될 것이다. 현재의 인터스키는 스키어들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강요하고 있는 가스라이팅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스키는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반면, CSIA 레벨 4인 정우찬 프로 스키어는 해외파로서 부드럽고 힘이 덜 드는 기존 정통 스킹을 강조하고 있다. 캐나다를 비롯한 해외 인터스키 강사들은 여전히 보수적이고,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스타일을 선호한다. 정 강사는 정통적인 인터스키어로서의 훈련을 받은 강사지만, 국내에서는 기존 세력에 밀려(?) 빛을 보지 못 했다. 그는 새로운 니치 마켓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파우더 스키 등 오프피스트(off-piste) 스키 분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파우더 스키 강습을 진행하며 관련 저서를 집필했고, 비시즌에도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그 시장을 확장했다. 현재는 해외 파우더 원정대를 조직하여 새로운 사업을 진행 중이다. 스킹의 중요한 한 분야가 결여되고 있었던 우리 스키계가 통합 스킹에 접근하는 좋은 기회를 주고 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한다.
현재 가장 바람직한 인터스키 강습의 전형은 “최신” 강사(godski)의 스킹 방식이라 본다.(참조: https://m.youtube.com/@_godski8850 ) 안전하고 효율적이며 보기에도 멋진 스킹을 추구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일반 스키 대중들에게는 이 정도면 충분하며, 과연 더 이상의 기술이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박사님 설명에 공감하는부분이 많아 몇자 적어봅니다
스키장에서 리프트 타면,옆자리에 강사+수강생과 합승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가벼운 인사 나누면서,어린이 청소년 있으면 조심스럽게 "스키 잘~타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물어보면 대부분 머뭇머뭇하는데.."안전하게 사고 없이 재밋게 타는 사람이"이라고 예기해주곤 하고..리프트 내릴때 "재밋게 즐기세요"마무리 합니다...강사들도 대부분 좋은 화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 스키어가 아닌 이상, 일반인들은 엣징, 정확한 자세, 동작 등등 에 부담을 버리고, 스키장에서의 즐거움과 재미를 만끽하면서 힐링하는것이 좀더 바람직한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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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와 닿는 글입니다. 특히 이 문장이 더욱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스키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스키에 정답이 없다는 말이 성립할 수도 있지만, 아마추어 스키어들, 즉 일반 주말스키어들에게는 안전하고 즐거운 스킹이 정답이라 할 수 있다."
레벨을 향한 분들의 열정도 그분들께 정답일 수 있지만,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스킹 자체를 즐기는 것이 기본이라는 것을 글을 보면서 또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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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아이에게 스키를 가르치기 위해 주민등록등본을 지참하고 타야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스키를 배워보고 싶은 친구를 가르쳐 주면서도 매번 사설강습이라고 저지를 받아야 하는것도 그렇고...
인라인업계 종사자로서 인라인이 그러다가 망했습니다.
무분별(불필요)하게 강사자격증을 양산해왔고 자연스럽게 강사들의 강습유도로 동호회를 자연스럽게 해산시켰고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고 배우는 스포츠로 변질 시켰죠.
스키 역시 비슷합니다. 허가된 업체 혹은 신고한 강사들에 의해서만 강습을 받아야 하고 나머지는 모두 불법이라 막히니 젊은 친구들이나 이제 막 시작하고자 하는 비기너에게는 진입장벽이 너무 높은 스포츠가 되어 버렸습니다.
방수되는 등산복이라도 입고 선글라스라에 귀마개라도 끼고 렌탈 장비로라도 이래저래 지인에게 배우면서 접해서 아!! 스키 재밌구나 하면서 점점 늘어가야 하는데, 이것저것 갖추고 비싼 강습 받아서 시작해야 하니,
멀리 가야 하고 춥고 복잡하고 비싸고 맨 하얀배경에 인스타사진도 생산 안되는 이런 스포츠를 젊은 친구들이 해야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는거죠.
인라인스케이트도 피트니스만 가지고 얼마든지 재밌게 놀러댕기며 즐길수 있습니다.
하지만 강사들은 강습의 연속성을 늘리기 위해 어느정도 배우고 나면 레이싱을 입문시켜서 더 어렵게 만들고 놀이를 스포츠로 변질시키고 이에 흥미를 잃어 포기하게되고 전파되지 않고 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은지 20년째 입니다.
젊은 사람들이 즐기지 않은 레저는 결국 망합니다.
나이 있는 매니아에 의해서만 유지되는 레저는 결국 사라지게 될겁니다.
배워서 타면 좋습니다만, 모두가 배워서 탈 필요는 없습니다.
강사 자격증을 따기위한 올바른 자세만 스키가 아닙니다.
이상하게 타도 질서와 에티켓이 유지된 상태에서 재밌기만 하면 됩니다.
많은 인구가 즐길때 그때 강습을 통해 더 잘타는 더 이쁘게 타는 사람이 생기는게 좋습니다.
강습이 주가 되지 않고 즐거움이 주가 되어야 한다는 개인적 생각입니다.
반론은 받지 않겠습니다. 매번 딸아이나 친구들 가르쳐줄때 마다 저지받는 아빠의 넋두리일 뿐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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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 강습 방식 중 고전인 알베르크 테크닉부터 사라져야 합니다.
오래 전, 자기 키보다 길고 사이드컷이 없는 일자 스키 (컨밴셔널 스키) 쓰던 시절에 나온 방법이고, 그 때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스키가 돌아가지 않았죠. 1990년대에 나온 카빙 스키는 그렇게 안 하고 스키에 체중만 실으면 저절로 돌아갑니다. 제대로 배웠다면 하루 이틀 강습이면 -비록 천천히 가더라도- 슬로프가 어디든 타고 다닐 수는 있게 되죠.
경사에 대한 본능적 공포에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운동이라 강습 안 받고 타는 건 거의 불가능한 게 스키라는 운동인데, 비싸고 오래 걸리는 방법으로 배워야 하니 거리와 이동 비용, 이용료라는 진입 장벽에 배우는 시간과 비용까지 더해져 더 스키라는 운동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골프는 고비용이던 이용료와 레슨이라는 진입 장벽을 접근성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크린 골프(시뮬레이터)라는 방법으로 무너뜨려서 국민 스포츠급으로 올라섰죠. 스키는 골프와 달리 사용자가 계속 전신을 움직여야 하므로 매우 힘이 드는 데다가 시뮬레이터로 구현이 어려우며, 동작 요소가 많아서 실시간 연산 부하가 걸려 온라인으로 할 수도 없습니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아예 체험을 못 하면 좋아질 수가 없습니다.
스키 업계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용자를 불러 와야 하는데, 접근성에 더해 비싼 강습이 큰 걸림돌이었던 거죠. (사철 체험이 가능한 피스랩이 사라진 건 참 아쉽습니다.) 거기다가 스마트폰과 PC, 전용 콘솔 등 모바일 디바이스 에서 하는 게임과 영상이라는 매우 강력한 경쟁자는 이기기가 어렵고요.
알베르크 교습법의 스노플라우(플루크보겐)-스템-패럴랠 턴으로 가는 고전적인 방법을 아주 버리자는 건 아니고, 빠르게 거쳐 가는 과정으로 하고 바로 평행 회전으로 넘어가는 게 카빙 스키라는 장비 특성에 옳은 방법입니다. '건너 뛰어도 괜찮은 거냐' 싶겠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스키보더, 프리스키어들은 복잡한 알베르크 테크닉은 아예 안 하거나 처음에 해 보기만 하고 건너 뛰고, 바로 그라운드 트릭을 연습하고 파크/모글 가서 뛰고 기물 탑니다. 그래도 프리스키 타기로 균형 감각이 좋아지면서 곧 적응하고, 이윽고 평사면에서도 잘 타게 됩니다.
어려운 방식을 채택해 강습을 오래 해서 쭉- 고객의 돈을 빨아 먹자는 생각으로 강습을 운영하면 결국은 흥미를 잃어 그만두는 사람이 많아지고 , 전체 고객이 줄어들게 되죠. 현재 KSIA, 장업협회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교습법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안 됩니다. 스키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강습 체계가 더 유연하게 바뀌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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