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고글, 스포츠글라스, 뭐가 다른 건데?
- 선글라스의 대명사, 레이밴
- 고글, 정확히는 "스노우 고글"
- 스포츠 글라스의 대명사, 오클리
따지기 좋아하는 제가 영 마땅찮아하는 것 중 하나가 용어 사용에 있어서의 혼란입니다. 물론 전 잘 알아서 씁니다만, 구분이 필요하고 용도가 다른 물건들을 되는 대로 부르고, 쓰는 게 마땅치 않다는 겁니다. 제목에서 언급된 그 문제가 그렇습니다. 이 셋 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누구보다도 일찍 사용해 오고, 사랑해 온 것들이라 그런 문제를 느꼈던 것이죠. 특히, 스포츠글라스를 스포츠고글, 혹은 고글이라 부르는 건 영 마땅찮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들 선글라스, 고글, 스포츠글라스의 특징과 차이점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해 자세히 좀 설명을 해볼까합니다. ’굳이 뭐하러 그런 걸 따져 골아프게 그냥 되는 대로, 제 멋 대로 살면 되는 거지.‘라며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살자는 분들은 굳이 이 글을 읽으실 필요는 없을 겁니다.
선글라스는 이들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2세기 중국에서 스모크 수정(수정에 연기를 먹인 것)으로 만든 것이 시초였으며, 18세기 제임스 앤스트(James Anst)가 녹색 착색렌즈(green tinted lenses)를 개발하면서 현대적 의미의 선글라스가 탄생했습니다. 원래는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는 실용적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1920년대부터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애용하면서 패션 아이템으로도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현대의 선글라스는 UV 차단 코팅, 편광 필터, 미러 코팅 등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고글은 19세기 말, 산업혁명 시기에 공장 근로자들의 눈 보호를 위해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전투기 조종사들을 위한 보호장비로 발전했으며, 이후 탱크병 등을 위한 군사용, 공장 노동자들을 위한 산업용, 운동 선수를 위한 스포츠용으로 용도가 확대되었습니다. 고글의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얼굴에 밀착되는 디자인
- 고무/엘라스틱 밴드로 고정
- 충격 방지 및 보호 기능 강화
- 김서림 방지 환기 시스템
- 폴리카보네이트 등 고강도 소재 사용
스포츠글라스는 198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선글라스의 스타일리시함과 고글의 보호 기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스포츠가 대중화 되고, 폴리 카보네이트(PC)처럼 광학적인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물리적 충격에 대한 내성이 큰 소재의 등장에 힘입은 바 큽니다.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 공기역학적 디자인으로 저항 최소화
- 곡률 설계로 주변부 시야 확보
- 코받침과 귀받침의 조절 가능
- 가볍고 내구성 있는 소재 사용(TR-90, 그릴라미드 등)
- 상황에 따라 교체 가능한 렌즈 시스템
주요 사용 분야:
- 사이클링: 공기저항 최소화, 자외선 차단
- 러닝: 가벼운 무게, 미끄럼 방지
- 골프: 그린 컨디션 파악을 위한 특수 렌즈
- 낚시: 수면 반사 차단을 위한 편광 렌즈
현재는 기술의 발전으로 세 제품군 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으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각각의 장점을 혼합한 다양한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특히 스포츠글라스는 첨단 소재와 기술의 적용으로 전문 선수용부터 일반인용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선글라스, 고글, 스포츠글라스는 외관이나 사용 목적이 겹쳐 혼동될 수 있지만, 각각의 기원과 용도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걸 좀 더 따져들어가 봅니다. 아래에 이들 각 제품의 발전과 관련된 역사, 대표적인 브랜드, 그리고 사용 목적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선글라스(Sunglasses)
기원 및 발달:
• 선글라스는 18세기 초반, 주로 자외선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처음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기능성만을 강조했으나, 20세기 중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으면서 디자인 측면에서도 크게 발전했죠.
• 현대 선글라스는 UVA 및 UVB 광선 차단 기능이 기본이며, 눈의 피로를 줄이고 다양한 스타일과 색상으로 제공됩니다.
대표 브랜드 및 제품:
• 레이밴(Ray-Ban, 라이방): 1936년에 미국 공군 파일럿의 눈을 보호하기 위해 레이밴에서 에비에이터(Aviator)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곧 대중에게도 인기를 끌며 선글라스의 상징적인 형태가 되었습니다.
• 퍼솔(Persol): 이탈리아 브랜드로, 1917년에 설립되어 정교한 핸드메이드 선글라스를 제공하며 고급스러움을 추구합니다.
• 오클리(Oakley): Oakley는 원래 스포츠글라스를 전문으로 했지만, 패션용 선글라스도 다양하게 개발하여 선글라스와 스포츠글라스의 경계를 넓혔습니다.
2. 고글(Goggles)
기원 및 발달:
• 고글은 20세기 초, 군사 용도로 처음 개발되었습니다. 특히 전쟁 중에 먼지나 파편으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강한 바람, 눈, 폭풍 등을 차단하는 목적으로도 쓰였죠. 이후로 산업 현장과 스키, 모터스포츠 등에서도 고글이 필수적인 보호 장비로 자리 잡았습니다.
• 고글은 고무 스트랩을 머리에 둘러 사용하여 밀착감이 뛰어나며, 충격 방지 기능이 포함되어 있어 강한 외부 환경에서도 눈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대표 브랜드 및 제품:
• 스미스 옵틱스(Smith Optics): 1965년에 스키어인 Bob Smith가 최초의 밀폐형 스키 고글을 개발하여 스키 및 스노우보드 스포츠에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 볼레(Bolle): Bolle는 고글 제조에 있어 선도적인 프랑스 브랜드로, 다양한 아웃도어 스포츠를 위한 방한 방풍 기능을 탑재한 고글을 제공합니다.
• 이에스에스(ESS)-Eye Safety Systems: 주로 군용 및 경찰용으로 제작된 방탄 고글을 생산하여 눈의 보호 기능을 강화한 제품을 선보입니다.
3. 스포츠글라스(Sports Glasses)
기원 및 발달:
• 스포츠글라스는 주로 스포츠 활동을 위한 보호 장비로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에 본격적으로 개발되었습니다. 스포츠글라스는 선글라스와 고글의 기능을 혼합하여 만든 제품으로,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 기능과 고글의 방호 기능을 결합했습니다. 디자인 측면에서도 고글처럼 얼굴을 감싸는 3D 구조로 착용자의 안전과 시야를 최대한 확보하는 방향으로 발전했습니다.
• 스포츠글라스는 자전거, 달리기, 등산, 골프 등 다양한 스포츠에서 활용되며, 착용자의 시야 확보와 눈 보호를 최우선으로 합니다. 특히 가벼운 소재와 통기성이 강조되어야 하므로, 선글라스와는 구별되는 특수 소재로 제작됩니다.
대표 브랜드 및 제품:
• 오클리(Oakley): 스포츠글라스의 대표 브랜드로, 1984년에는 자전거 선수들을 위한 Oakley Eyeshades를 출시해 스포츠글라스의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이후 다양한 색상과 교체 가능한 렌즈 시스템을 적용하며 혁신을 이끌었습니다.
• 루디 프로젝트(Rudy Project): 1985년에 설립된 이탈리아 브랜드로, 스포츠 선수들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경량성과 기능성을 갖춘 스포츠글라스를 전문적으로 제작합니다.
• 나이키 비젼(Nike Vision): 나이키는 1990년대부터 스포츠글라스를 개발하여 다양한 스포츠 환경에서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품을 제공합니다.
요약
• 선글라스는 자외선 차단이 주요 목적이며, 스타일리시한 디자인과 패션성도 겸비하고 있습니다.
• 고글은 본래 군사 용도로 시작되어, 외부 환경으로부터의 보호를 위해 방풍, 방한, 충격 방지가 필수적인 장비로 자리 잡았습니다.
• 스포츠글라스는 선글라스의 기능에 고글의 방호 기능을 결합한 제품으로, 주로 스포츠 환경에서 눈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었습니다.
이렇게 살펴보면 각 제품의 개발 목적과 용도가 뚜렷이 구별됨을 알 수 있습니다.
"근데 이걸 되는 대로 불러?"-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