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몹시 궁금했었는데 이번에 그 궁금증이 말끔히 해소되었다. 출판 될 책의 인쇄감리를 위해 파주 출판단지에 가게 된 것이다. 도대체 인쇄감리라는 게 무슨 말일까? 인쇄감리는 책이 원하는 대로 인쇄되도록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가 인쇄소에 직접 가서 체크하는 것을 말한다. 디자인 컬러는 잘 나왔는지, 틀린 곳은 없는지, 인쇄할 때 핀이 나가지는 않았는지 최종 확인 절차인 셈이다.
파주 출판단지 상지사에 도착해 한 컷 남겼다.
상지사 대표님을 만나서.
행복한 표정들이다.
인쇄소 내부는 기계 돌아가는 소리들로 생각보다 몹시 시끄러웠다. 규모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마치 공장 같은 느낌이었다. 쌓여있는 종이들은 롤지와 커다란 전지들이 엄청 많았는데 종이냄새와 잉크향이 싫지 않았다.
컬러를 최대한 맞춘 뒤에 몇 장을 빼서 가까이서도 보고, 멀리서도 보며 미리 뽑아 둔 인쇄교정지와 비교해 감리를 본다. 표지가 먼저 인쇄되어 나왔는데 표지의 붉은 노을이 좀 옅어서 붉은색을 올려달라고 했다. 몇 번을 올려서 몇 장을 빼 본 후, 인쇄소 기장님이 붉은색을 더 올리면 다른 컬러에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여기서 스톱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OK 사인이 나서야 그 때부터 전체 인쇄에 돌입했다. 본문 인쇄도 표지 인쇄와 같은 형태로 진행되었다.
교정용 표지가 나왔다.
이제 컬러나 핀 조정 등 인쇄감리가 시작된다.
앞 표지와 뒷 표지가 먼저 인쇄되어 나왔다.
종이는 롤지와 전지가 있는데 책은 보통 자르지 않은 전지를 사용한다. 많이 선호하는 종이는 무림제지와 한솔제지인데 우리는 한솔제지를 사용했다. 종이 선택도 중요하다. 질감이나 두께 등 하얀색이 아닌 따스한 색감의 모조 종이가 내추럴하고 은은했다. 인쇄되어 나온 컬러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내 글과 사진들이 제일 먼저 인쇄되어 나왔다.
그간 포토샵을 사용하니 RGB는 친숙한데, CMYK는 많이 생소하다. 단순하게 RGB는 웹작업용이고, CMYK는 출력용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모니터는 RGB로 구성되어 있고, 인쇄나 사진을 인화할 때 사용하는 색은 CMYK이다. CMYK는 C(사이언Cyan), M(마젠타Magenta), Y(옐로우Yellow), K(블랙Black)의 약자이다. 검은색이 블랙(Black)이 아닌 KKey가 된 것은 Blue의 B와 겹쳐서 그렇게 표기했다고 한다. 각각의 색상코드는 아래와 같다.
CMYK 출력은 옵셋 인쇄와 같다. 책에 담길 내용을 청색, 적색, 황색, 검정(먹색)으로 분리해 4장의 필름으로 출력한다. 4장의 필름을 한 데 모으면 하나의 면이 완성되고, 인쇄판에 걸어 알루미늄판에 새기는 작업을 한다. 현상판에 잉크를 묻혀서 종이에 찍어낸다. 즉 CMYK 잉크가 다 따로 있어 사이언은 청색인쇄, 마젠타는 적색 인쇄, 옐로우는 황색 인쇄, 블랙키는 먹쇄 인쇄가 돼 올 컬러 인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인쇄물이 나오는 기계이다.
디테일한 색감 조정은 여기에서 다 한다.
출력되어 나온 표지 사진을 보며 신미식 작가님이 컬러를 확인하고 계신다. 인쇄와 책 출판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는 귀한 자리였다.
컬러를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사진에 따라, 글에 따라 여백을 남겨야 되는 치수가 다르다는 것을 설명해 주시는 신미식 작가님.
전지 앞면에 16페이지 인쇄 후 조금 말렸다가 전지 뒷면에 다시 16페이지를 통으로 인쇄한다. 16페이지가 인쇄된 것을 접으니 제대로 각각의 페이지가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고 보면 그 모든 걸 다 감안해 바로 찍고, 뒤집어 찍고 해야 16페이지 단위로 책 순서대로 맞춰주기(정합)가 되는 것이니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겠다.
전지 앞면에 16페이지가 인쇄되어 있다.
위의 석 장의 사진은 16페이지가 인쇄된 전지를 접었다가 편 모습이다.
표지 찍고, 포스터 찍고, 전면 찍고, 후면 찍고 인쇄는 기다림과의 싸움이라고들 말한다. 우리는 저녁까지 먹고 와서 후면 인쇄가 되어 나오는 과정까지 보고서야 발길을 돌렸다.^^*
인쇄감리 대기실이다.
자신의 글이 인쇄되어 나올 때마다 우리는 감동했다.
몇 달 동안 얼마나 고심하고 애쓰셨는지 입술이 다 부르튼 신미식 작가님이다.
전지를 들고 가로로 찍고, 세로로도 찍어본다.
인쇄소에 와서 보니 종이 한 장마다가 그렇게 귀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글 한 구절을 쓰더라도 여러번 생각해 보고, 내실있는 내용으로 정성 가득 담아 쓰도록 해야겠다. 과연 “Since 2019" 포토에세이집은 앞으로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
기획, 편집, 디자인, 종이선택, 표지 디자인, 본문 디자인, 인쇄감리까지 도맡아 다 하신 신미식 작가님, 몇 달 동안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잊지않겠습니다. 함께 한 멤버들 모두에게도 고마웠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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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하고 또 수정했고, 새로운 글도 넣었어요. 준비할 때는 매일 밤을 지새우느
라 너무 힘겨웠지요. 막상 내가 품었던 내 안의 것들로 가득 찬 책이 내 손에 쥐
어졌을 때의 그 떨림과 감격은 최상의 선물 그 자체였어요. 따뜻한 마음이 담긴
축하의 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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