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에티오피아의 커피의 원산지 이르가짜페 마을이다. 비가 많이도 퍼붓던 날이었다. 우리는 이르가짜페 커피 농장에 가려고 길을 나섰다. 결국 봉고차로는 이 험악한 산길을 도저히 갈 수 없었다. 한국에서 만났던 제게예의 짚차에 단 세 명만 타고 떠났다. 그곳에서 보았던 잊을 수 없는 광경들이 눈 앞에 생생히 살아있다.
한 여인이 바나나 잎 우산을 쓰고 빗 속을 걸어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봉고차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비포장길이다. 두터운 진흙탕에 빠져 차가 허우적거리는 동안 마을 사람들과 아이들이 힘을 합해 봉고차를 끌어내 주었다. 수렁에서 건져 낸 봉고차를 보고 박수를 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은 내게 감동이었다.

낯선 이방인들을 맞이하는 아이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흙탕물이 마구 튀는 빗속을 차를 따라 잡으려는 듯 온 힘을 다 해 뛰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이들은 마냥 즐겁다. 폭우가 쏟아져 길이 끊기고, 비록 맨발의 지독한 가난함 속에 살지만 마음만은 천국에서처럼 행복한 아이들이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 가치관이 다른 나는 마음이 짠했다. 돈으로 바꿀 수 없는 행복한 동심에 빠졌던 시간이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어릴적 마을 어귀에서 연잎이나 토란대를 우산처럼 쓰고 뛰어놀던 아이들 모습이 떠오른다.
-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마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