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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제가 박사님 컬럼 사이트에 들어온 지 만20년이 되었네요.

 

우리나라가 닷컴 시대에 접어들었던 2000년에 박사님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빽빽한 텍스트 위주의 글들이었지요. 또한 실명을 쓰도록 규정한 커뮤니티이기도 했습니다. 막스키로 시작했던 저에게 박사님의 컬럼은 실용적인 스키지식을 진지하게 향유할 수 있었던 사이트였습니다.  

 

언론학을 전공하신 박사님은 수필가이시기도 합니다. 박사님의 유려한 글에 당시 30대였던 저도 자극을 받아 어설픈 단상을 게시판에 올렸습니다. 또한 게시판을 통해 스키 이야기뿐만 아니라 사진과 인라인 그리고 개짓(Gadget)거리를 포함한 여러 일상사를 공유했습니다. 그때 그 시절, 방문객들이 올린 글들을 맞춤법에 맞도록 박사님이 손수 고쳐 주셨던 기억도 납니다.

 

또한 천호동의 같은 아파트에 산다는 인연으로 박사님과 고성애 교수님 두 분을 이웃으로 뵙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제 인생에 있어 값진 추억도 만들어졌지요.

 

고교수님과 함께 한 우리부부의 용평 스키여행부터 시작해서 양평 두물머리 출사와 알프스하이디의 메밀꽃, 옥당박물관의 배롱나무와 마파도, 천마산에서의 숱한 모임과 스타힐워즈 동영상, 올팍 인라인 송년회 등…. 되돌아보니 참으로 아름답고 감사한 추억이었습니다. 아울러 온오프라인에서 알게 된 많은 동호인들과의 만남도 흥미진진 했지요.

 

한동안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활동이 뜸했는데이제 가끔 기웃거리는 객이 돼 버린 저는 이렇게 추억을 더듬는 54세 꼰대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박사님도 칠순을 바라보시네요. 하지만, 요즘도 올리시는 글과 사진 그리고 영상을 통해 여전히 건재하심을 느낍니다.

 

 

지나간 젊음

 

작년 초. 오른쪽 얼굴 귀밑에 딱딱한 게 만져지길래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습니다. 처음에는 종양으로 의심되어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최종 검사결과 다행히 악성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감과 더불어 건강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곧 코로나19의 습격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대사증후군과 복부비만 그리고 변비로 치질수술까지 받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회복하는 동안지나간 젊음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20대 초반에 폐결핵을 앓았던 저는 체력과 건강이 좋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30대 들어서 등산과 스키를 접하면서 그나마 체력을 유지했으나, 40대 초반에 갑상선항진증을 겪게 됐죠. 50대에 들어서면서 노안과 오십견, 그리고 목디스크 팽륜증 등 부위별로 이상 신호가 왔습니다. 이번 임파선 이상도 다시 재발된 갑상선 호르몬 수치 이상과 관련된 듯합니다.

 

하긴우리가 어렸을 때만해도 환갑도 안 되어 중풍과 뇌출혈 등으로 갑자기 반신불수가 되거나 세상을 떠나신 어른들이 주변에 꽤 있었지요. 당시 드라마에서도 집안 어른이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이 빈번히 연출되곤 했습니다. 여느 집에는 비상약품으로 우황청심환이 있었고요.

 

이제 100세 시대가 되었지만, 이런 건강 이상 신호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중년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단지 조기 발견과 치료로 통증을 완화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것일 뿐, 노화는 피할 수가 없죠. 더구나 늦은 결혼으로 아직도 어린 자녀, 90을 바라보는 부모님, 그리고 정년에 대한 의구심 등, 베이비 붐 세대와 청장년 세대 사이에 낀 우리 50대는 시간의 길이가 늘어진 만큼 스트레스와 고뇌도 늘어난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한번쯤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불현듯 떠나 소확행과 더불어 뭔가 멍때릴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싶을 것입니다. 그래서 나는 자연인이다프로그램이 롱런하는지도 모르겠어요

 

답답한 마스크와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면서 갇혀 있는 생활을 하다 보니 마음 속에 자연이 그리워졌습니다. 30대 한창 열정과 체력이 넘칠 때는 스키시즌에 30회 이상 출격을 했고, 비시즌에 체력 증강을 위해 등산을 하면서 여기 사이트에서 글과 정보를 탐닉하며 다가오는 시즌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이제 더 이상 그때 그 시절, 그 열정으로 돌아가기가 힘들겠다는 체념이 들었습니다. 기울어진 체력과 정신으로 이제 등산은 물론 스키마저 상투적이고 의무적으로 돼버린 것 같아 마음이 울적했습니다. 이런 매너리즘을 극복하면서 그나마 자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신선한 활동으로 생각한 것이 캠핑이었지요.

 

이와 관련한 유튜브를 보니 캠핑카, 카라반 등 다양한 캠핑장비로 즐기는 모습들이 이른바 갬성을 자극하더군요. 어디든 발길 닿는 곳에서 자연과 더불어 숙식을 즐기는 장면들이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내 회의가 몰려왔습니다. 아파트 주차 문제, 유지관리, 밀집도가 높은 캠핑장 환경 등으로 쉽게 접근하지 못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또한 스키와 등산처럼 몸이 건강해지기 보다는 오히려 바비큐로 비만만 더 가중되고, 매번 짐 나르기와 정리 등 노동으로 골병이 들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스키처럼 내 몸과 마음이 자연과 동화되어 재미와 건강을 자유롭게 꾸준히 느낄 수 있는 그런 레포츠 활동을 바랬는데, 오토캠핑은 이에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때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백패킹이었습니다.

 

 

백패킹(Backpacking)

 

20200728_125649.jpg

백패킹이란 등산, 하이킹과 더불어 노지에서 야영도 하면서 초미니멀 캠핑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많은 짐을 갖고 다니기가 힘들죠. 모든 장비는 내 등짐의 무게를 의식하고 경량화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애써 무게를 줄인다고 해도 야영까지 한다면 적어도 15kg이 넘습니다. 동계 박배낭의 무게는 20kg에 육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등산객들이 하산하는 늦은 오후쯤.

20210521_194059 - 복사본.jpg

 

박배낭을 매고 산을 타서 전망 좋은 산마루의 헬리포트나 데크에 텐트를 칩니다. 석양을 바라보며 따뜻한 음식을 먹은 후 텐트안의 램프를 켜고 침낭을 꺼내 부풀려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죠. 잠시 밖에 나와 편안한 헬리녹스 의자에 앉아 좀더 가깝게 별과 달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아래 마을 야경을 지긋이 감상합니다. 이 정취가 무거운 짐을 지고 올라왔던 나의 수고를 풀어줍니다.

 

그리고 아침에

20201002_072915.jpg

 

핸드드립으로 손수 내린 커피를 들고 매일 떠오르는 일출을 새삼스럽게 맞이합니다. 운이 좋으면 장엄한 운해를 감상할 수도 있지요. 아니 온 듯 자리를 정리하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피톤치드를 머금고 내려오는 아침 산행은 신선한 힐링의 참맛을 선사해줍니다.

 

 

훈련과 채비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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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r.Spark  
Comment '3'
  • profile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맹 선생님이 5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고, 새삼 제 나이도 돌아보게 되네요.^^;

     

    그러면서 맹 선생님이 이 사이트를 찾으신 게 벌써 20년이 된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놀랍니다. 그리고 따져보니 지금이 2021년, 그리고 이 사이트가 처음 생긴 게 1996년입니다. 무려 25년이 된 겁니다. 그것도 1996년 7월에 시작한 것인데 지금이 7월 4일이니 이제 진짜 25주년이 된 것이네요. 그간 약간의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아직도 잘 버티고 있고요.

    2021-1996=25

    그리고 이 홈 페이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개인 홈페이지가 된 지 오래입니다. 이미 10여 년 전에 이 홈페이지 비슷한 때 시작된 개인 홈페이지들 몇 개가 사라진 후에 홀로 가고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아래는 2006년에 만들어진 홈페이지 10주념 기념 로고입니다.) 

    여하튼, 나름 의미있는 이 달에 이런 일이 있다는 것은 알려야겠기에 이 댓글을 씁니다. 이 글을 따로 독립시켜서 스키 정보란에도 하나 올려야겠네요.^^ 오늘이 있기까지 성원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th-anniversary-logo.jpg

     

  • ?
    맹수 2021.07.06 00:19

    저도 박사님 사이트가 25년 전 이맘때쯤 시작되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10주년 로고도 반갑네요.
    좋은 추억의 장을 만드시고 지금까지 운영해오신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__)(^^).

  • profile
    Dr.Spark 2021.07.06 18:42
    세월 참 빨리 지나갔어요. 처음엔 '인터넷 시대에 개인 홈페이지 하나 정도는 있어야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으로 큰 기대 없이 개설한 것이었는데... 어떤 의미로는 이 홈피 사용자들에게 떠밀려서 어떤 의무감 같은 걸 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지요.^^ 세상 일이 대개 그런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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