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고성애 ( 2002-08-28 15:45:24, hit : 1013, good : 0)
제목 : NZ에서의 열 나흘째 날(아홉번째스킹,8/5)
아침에 소스라치게 놀라 눈을 번쩍 뜨니 6시다. 부랴부랴 일어나서 아침 차려 먹고, 스키장으로 떠날 준비를 하는데 1호실의 동지들은 아무런 기척이 없다. 어제 너무 피곤들 해서 일어나지 못 하는 것이리라. 주영이는 내 스키 9S를 타보고 싶어 해 가겠다고 나선다. 그래서 열성적인 김남호 선생님, 이 데몬님 이렇게 넷만 가기로 했다.
우리 방은 11시에 체크 아웃이고, 스키타고 오자마자 공항으로 떠나야 되므로 짐을 모두 1호실로 옮겨 두었다. 오후 3시에는 이곳에서 퀸즈타운 공항으로 가야 하니까 모두 가까운 데로 가자고 했지만 주영이와 나는 리마커블스를 원했다. 착하디 착한 이 데몬님은 선뜻 그렇게 해 주시는 것이었다. 고맙기도 해라.
2인승 Alta chair를 타고 Alta green 슬로프에 서니 이 데몬님이 물었다. 자유 스킹을 하겠느냐, 강습을 받겠느냐고... 우리는 모두 한 목소리로 강습을 받고 싶다고 했다. 학구파 셋이 모인 셈이다.^^ 지난번에 했던 강습을 복습했다. 하중으로만 골반의 위치를 변경시키는데, 하중으로 인해서 에지가 세워지는 것이었다. 이 데몬님이 시범을 보여 주셨는데 거의 ㄱ자로 지그재그 식으로 가는 것이다. 이것이 생각대로 쉽게 되지 않아서 골치를 아프게 했다.
카빙 플루그 보겐의 전 단계인 다리를 뻗어서 버텨 주며 골반만 옮기는 것을 해 보았다. 오른 쪽은 잘 된다고 하는데 이 넘의 왼 쪽은 내 딴에는 다리를 쫙 폈다고 생각하는데 영 펴지를 못하고 있다고 하신다. 왼 쪽 무릎이 잘못되긴 잘못된 모양이리라. 또 기초 패러렐의 응용인 다리를 버텨 주며 에지를 세우고, 업 하면 저절로 다리가 모아지고 다시 골짜기 쪽 발을 뻗어서 버텨 주는 동작을 반복 연습했다.
cross fall 슬로프로 가서 숏턴 연습을 했다. 이 데몬님은 높은 경사에서는 피보팅과 카빙을 섞어서 하라시며, 카빙 숏턴을 보여 주셨는데 완전 밴딩성 턴이었다. 이 데몬님이 카빙을 하고 내려가거나 숏턴을 하고 내려가면 리프트 위에서건 슬로프에서건 모두 목을 길게 빼고 쳐다보곤 하였다. 카빙으로 내려갈 때면 여지없이 패트롤이 쫓아와서 위협 사격을 가하곤 했다. 역시 이 데몬님은 보통 사람이 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상체가 위, 아래로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시키고, 다리만 가지고 힘있게 돌리고, 뒷 꿈치를 들고 하는 업, 다운 성을 지양하라고 하셨다. 경사가 세다고 중간에 멈춰서서는 절대로 안되고, 피보팅을 이용해서라고 끝까지 내려가는 버릇을 길러야 실력이 는다고 말씀하신다.
오늘 슬로프의 설질은 정말 최상급이다. 어제 뉴질랜드에는 비가 내렸지만 이곳 스키장에는 눈이 내렸던 것이다. 그간 슬로프를 타고 오르며 늘 보던 'I LOVE MAJEDA(마이다/이렇게 읽는다는 걸 리프트 옆자리에 앉아 가던 키위[Kiwi, 뉴질랜드의 국조. 날개가 없는 새-무익조(無翼鳥)-이며, 뉴질랜드가 원산지이다. 몸무게 1.35~4kg, 몸길이 48~84cm로 몸은 둥글고 닭만한 크기이며 주로 야행성이다. 키위는 원래 뉴질랜드 원주민-뉴질랜드인은 키위, 호주인은 오즈라 한다.-을 가리키는데, 지금은 보통 뉴질랜드 인을 통칭한다. 고사리와 함께 뉴질랜드의 상징이다.] 한 커플이 큰 소리로 말하는 걸 듣고 알았다.), I LOVE ALEX.'라고 크게도 쓰여진 글자들이 내린 눈으로 덮여 모두 지워져 있는 대신, 그 높은 곳에는 언제들 또 기어 올라갔는지, 이제 또 다른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들을 새겨 놓고 있었다.
점심 식사 후에 1시 반까지 자유 스킹을 하기로 했다. 주영이와 둘이 슬로프를 오르내리며 마지막으로 모두 모두 눈에 담아 두려고 눈 시리도록 리마커블스 스키장 곳곳을 보고 또 보며 카메라에 남겼다. 스키장은 맑음인데 스키장 밑쪽에서는 구름이 밑에서부터 피어올라 보이지 조차 않는다. 구름 위에서의 스킹이라! 아쉬운 마음 달래 가며 스키장을 내려가는 길은 구름 속에 가려 그 위험스런 절벽마저 보이지 않는다. 무사히 내려가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마음을 졸였다.
롯지에 도착하니 2시가 넘었는데 돌아오지 않아 걱정했다고들 야단이었다. 기영이와 윤정이와 이 데몬님의 배웅을 뒤로하고 4시 25분에 영배와 둘이 탄 퀸즈타운 출발 비행기가 45분 만에 크라이스트 처치에 도착했다. 퀸즈타운을 이륙하며 곧바로 나온 샌드위치를 먹었는데 크라이스트 처치에서도 식사를 주었다. 6시 50분에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는데 영배가 말한다. "저녁을 또 줄까요?"라며... 왜 그러냐고 했더니 또 먹는 게 재미있어서 란다. 에고! 우리 아들 현근이와 하는 짓이 어쩌면 그리도 똑 같나 그래.^^ 어찌나 귀엽던지!
오클랜드에서 짐을 찾아서 서울로 부치라고 했는데 마지막까지 기다려도 우리 짐은 보이지 않는다. 공항 직원에게 말하니 서울로 부쳐 준단다. 그 말을 듣고도 믿지를 않으니 자기를 따라 오란다. 그래서 따라 갔더니 내 짐을 찾아보란다. 우리 짐 네 개를 가리켰더니 이 네 개를 곧바로 인천 공항으로 부쳐 줄 테니 마음 푸욱 놓으라는 것이었다.^^
8시 5분에 이륙했지만 어찌나 몸이 솜뭉치 마냥 피곤한지 통 잠이 오질 않는다.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눈만 감고 있었다. 영배는 자기가 보고 싶었던 챔피언과 아이스 에이지(Ice Age)를 한다고 마냥 신나 하더니 그 두 영화를 모두 보고 잠을 청하는 것이었다. 부러워라!
오늘, 그 좋은 설질에서 오후 1시 반까지 원 없이 스킹을 했고, 모두 합해 아홉 번이나 스킹을 할 수 있었고 이 다친, 부실한 다리로 그래도 무사히 일정을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그 동안 고생한 내 다리에게 수고 많이많이 했고 늘 고마워하고 있다고 속으로 살며시 말해 주었다.(류재영 박사님이 단전 호흡을 하면서 배운 것이라 하시며 알려 주신 것이다. 우리가 빌린 몸과 정신이 2원적이란 전제라 하시면서...) 착륙을 시도하는데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무사히 착륙해서 핸드폰을 걸어 Spark의 다정하고도 익숙한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정말 집에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다시 한번 마음 속 깊이 감사했다.
** 기영아!
동영상 올릴 때 이 게시판에도 올려주면 고맙겠다. 용량 문제로 사진찍기만도 바뻐서 동영상 하나도 못 찍었잖아. 그리고 뒷풀이 때 미리 알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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