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고성애 ( 2002-08-28 15:23:51, hit : 885, good : 0)
제목 : NZ에서의 열 사흘째 날(관광, 8/4)
오늘은 세계10대 경관 중 하나라는,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에게 뉴질랜드에서 꼭 가보고 싶은 명소로 손꼽히는 밀포드 사운드(Milford sound)에 가기로 한 날이다. 뉴질랜드를 소개하는 그래픽 미디어에 마운트 쿡과 함께 늘 등장하는 피요르드랜드(Fiordland) 국립공원의 밀포드 사운드는 테 아나우(Te Anau/비처럼 물이 넘쳐 나는 동굴이라는 의미.)의 120km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아침 6시 50분에 Fiordland Travel에서 픽업하러 온다고 해서 5시 반에는 일어나기로 했다. 새벽부터 비 오는 소리가 요란하다. 하필이면 그 좋은 곳에 가는 날 비라니... 그들은 정확히 50분에 우리를 픽업하러 와서 우리를 Fiordland Travel Visitor Centre에 내려 주어, 거기서 관광버스로 갈아탔다.
코치(Coach/버스), 비행기, 크루즈(Cruise), 제트 보트 등을 이용하는 여러 종류의 관광 상품이 있었는데, 우리는 NZ$170의 Coach-Cruise-Coach의 상품을 선택했다. 주영이의 알뜰살뜰한 쿠폰 찾아내기 작전으로, 특별히 25$이나 하는 선상에서의 뷔페가 무료였기 때문이다.
남섬의 남서부에 자리잡은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은 뉴질랜드에서는 가장 큰 자연의 보고이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이곳은 뛰어난 자연적인 특성과 아름다움, 지구의 진화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역할을 인정받아 1986년에 세계 자연 유산 지역으로 선정되었다. 태고의 지각변동과 화산 폭발, 빙하의 침식 등에 의해 생긴 사운드, 폭포, 호수가 아름다운 뉴질랜드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다. 퀸즈타운과 테 아나우에서 경비행기가 날씨에 따라 운항되며 버스로는 퀸즈 타운에서 약 5시간, 테 아나우에서 약 3시간 소요된다.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웅대한 경관을 자랑하는 밀포드 사운드라고 알려진 이 수로의 정확한 명칭은 '피오르드'(Fjord)이다. 피오르드는 일반적으로 좁고 양쪽에 절벽이 있는 얼음이 조각한 계곡인데, 빙하가 떠내려간 후에 바닷물로 채워진 것이라 한다. '사운드'는 해수면의 상승이나 땅의 침하 작용에 따라서 바닷물로 채워진 강 계곡을 말한다.
밀포드 사운드 관광은 테 아나우를 출발하여 거울 호수(Mirror Lake), 호머 터널(Homer Trunnel), 폴스 크릭(Falls Creek) 등을 지나 밀포드 사운드에 다다르게 된다. 유람선을 타고 약 2시간 정도 관광을 하게 되며, 유람선은 밀포드 사운드의 입구인 태즈먼 해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오게 된다.
와카티푸 호수를 한참 동안 달려가다가 리마커블 산맥 자락을 지나면 호수가 끝이 나며 드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그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 사이사이 수없이 많은 양떼들이 비가 내리는 데도 불구하고 풀을 뜯거나 가엾게 웅크리고 앉아 있곤 하였다.
한참을 달려가면 끝없는 들판이 수백 미터 계속되는가 하면, 산 안개가 가득 싸여 산 끝자락만 겨우 보이는 곳에서는 드넓은 초원이 펼쳐진다. 마구 자란 한 아름 될 것만 같은 풀더미들이 쫙 깔린 구릉들이 계속 이어지는가 하면,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고사리들이 또 끝도 없이 계속된다. 그곳은 변화 가득한 자연과 원시의 숨결이 느껴지는 곳이었으며, 내게 태초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은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게 해 주었다. 비가 와서 몹시도 추웠지만, 그 아름다운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동화되어 그 긴긴 시간 동안 단 한 순간의 모습이라도 놓칠 새라 잠깐 동안이라도 눈을 감고 있을 수 없을 정도였다.
우리가 타고 간 관광버스는 통 유리로 된 것도 좋았지만, 천장 부위 중 일부가 유리로 되어 있어서 눈을 조금만 들어도 그 멋진 설경의 산들이 좌악 펼쳐져 여행의 묘미를 더해 주었다. 두 번 정도 중간에서 관광객을 더 태우기도 하고, 테 아나우라는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에서 잠시 정차하기도 했는데 그곳에서 난 키위가 새겨진 북 마크를 기념으로 몇 개 샀다.
물 속에 산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으로 유명한 산 속의 작은 호수인 거울 호수(Mirror Lakes)에서 5~10분간 정차했다. 우리는 나무다리를 지나가며 호수 가에 드리운, 그야말로 거울 같이 호수 위로 비치는 산과 나무들과 풀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감상했다. 비가 와서 더 그랬겠지만, 가슴 가득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또 마셔 본다. 하늘이 도와 이 때부터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햇빛이 나기 시작했다.
점점 가파르고 험한 지세의 산들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맨 꼭대기의 눈 덮인 산의 구름에 휩싸인 모습은 주위의 푸른 나무들과 대조를 이루어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빙하의 침식 작용으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계곡들과 바위산들이 눈앞에 가득 펼쳐지는가 하면 깎아지른 수 없는 절벽들과 또 다시 마주하게 된다. 기사 아저씨는 그런 곳들마다 골라서 내려 주어 우리는 사진 촬영을 하며 즐거워했다.
산꼭대기에 있는 호머 터널은 바위산을 뚫어 만든 터널(1935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19년 만에 개통됨.)이었는데 그 길이가 3.81m나 되었다. 터널을 통과한 후 비탈길을 계속 내려가야만 했는데, 깎아지른 암벽이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는 그곳에서 바라다 본 하늘과 눈 덮인 산과 구름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절경 중의 절경이었다. 그렇게 원시림이 무성한 계곡을 구비구비 돌아 드디어 12시 반에 밀포드 사운드에 도착했다.
뉴질랜드 최대의 경관을 자랑한다는 피요르드 국립공원 중에서도 가장 절경을 이룬다는 밀포드 사운드의 선상 위에서의 느긋한 점심 식사라니! 하이라이스가 조금 짰던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맛있는 점심이었다.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2층 갑판 위로 올라가니 사람들로 이미 꽉 차 있는 상태다. 시원한 바람에,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에 모두들 질 새라 사진 찍느라 분주했다.
밀포드 사운드는 바다 입구에서 16km 들어가 있고, 옛날 마오리족이 그린 스톤을 캐던 곳이기도 하며, 주변은 1000m가 넘는 수직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마이터 피크(Mitre peak, 1692m), 펨브로크피크(Pembroke peak, 2000m) 등 수직으로 깎여진 봉우리가 해안 수로 양편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밀포드 사운드는 노르웨이의 피요르드와 함께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요르드이다. 200만년전의 빙하 시대에 생긴 빙하들이 수없이 얼고 녹기를 반복하여 현재에 이르렀고, 그럴 때마다 계곡은 더 깊어지고 절벽은 더욱 침식되어 온 것이다. 1000년 이전에 마오리 족에 의해 발견된 이후, 1800년 경 유럽인에 의해 재발견 될 때까지 마오리 족의 해상 교통로로 이용되어 왔다고 한다.
마이터 피크의 산봉우리는 주교가 쓰는 모자와 비슷하다고 해 이렇게 이름이 붙여졌으며, 높이가 1692m로 바다에서 곧바로 솟아 오른 산중에서 세계 제일의 높이라 하며 웅장하기 이를데 없다.
침식된 바위들은 오래 전 빙하에 의해 침식된 절벽의 모습인데, 밀포드 사운드 지역에서 쉽게 볼수 있다.
스털링 폭포(Strling Falls)는 높이가 155m로 영국 군함 클라이오 호의 함장이었던 스털링의 이름을 따서 이렇게 불린다고 한다.
보웬 폭포(Bowen Falls)는 높이가 160m로 영국 군함 클라이오 호를 타고 뉴질랜드를 방문했던 뉴질랜드 총독 조지 보웬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고 한다.
페어리 폭포(Fairy Falls)는 협곡 사이에서 내려오는 폭포인데, 밀포드 크루즈 선이 이 폭포 바로 밑까지 들어갔다 오기 때문에 매우 인상적이다. 이 폭포수를 맞으면 흰머리도 안 나고 피부도 고와진다는 안내원의 설명에 모두들 폭포수 맞기를 즐겨 청했다.(^.^)
스털링 폭포를 지나면서 빙하작용에 의한 줄무늬도 보였다. 해안선 위로 300m에 이르는 벼랑까지 거대한 수평의 구멍 자국과 줄무늬가 있었는데, 이것은 14000년 전에 빙하가 바윗돌을 밀어 낸 자국이라 한다.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다는 돌고래와 바다표범은 못 보았지만, 절벽 너머로 사자산(Lion mountain), 코끼리 산, 네발 탁자 산등이 그 정상에 백설과 빙하를 이고 솟아 있는 멋진 모습은 눈에 담아 올 수 있었다.
오염되지 않은 대자연, 지상 최후의 낙원이라는 뉴질랜드의 밀포드 사운드에서는 웅대한 자연의 신비를 맘껏 느낄 수 있었다. 그간 내 삶에서 느껴 보지 못한 진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사진 상으로 1/100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한스럽고, 내 필설로 1/10000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3시 경에 퀸즈타운을 향해서 출발했는데, 금방 날이 어두워지고 몹시 추워 벌벌 떨었다. 롱 코트를 입고 신나게 잠들어 있는 윤정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작년에 뉴질랜드에 다녀온 후 롱 코트가 필요한 걸 알았으면 귀뜸이라도 좀 해 주지!) 일부의 팀원들 중에는 NZ$170이 아까웠다는 이야기도 들렸지만, 나는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깜깜한 어둠을 뚫고 7시 반에 롯지에 도착했다.
며칠 전부터 윤정이는 이곳의 요리보다 비싸다는 삼겹살을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오던 터였다. 그래서 기영이, 윤정이, 주영이에게 삼겹살을 사 주러 한인 식당에 갔는데 보기보다 훨씬 깔끔하고 넓은 곳이었다. 내가 시킨 오징어 볶음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만난 한국인들을 이곳에서 또 만났는데 생일 파티 중이었던 그들에게서 "대~한민국 짝짝~ 짝 짝짝"이라 외치는 반가운 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눈이 스르르 감겨 왔지만, 늦은 밤에 나는 내일 떠날 짐들을 꾸리고 있었다. 모두들 내일은 피곤해서 스킹을 못하겠다고 했지만, 난 이미 마음 속으로 내일 마지막 스킹을 하리라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짐 꾸리는 데는 선수라며 내 짐 싸는 걸 도와주겠다던 윤정이는 며칠 전에 산 십자수로 양들을 수놓고 있다가 어느 결에 벌써 꿈속을 헤매고 있다. 부지런히 짐을 다 싸니 새벽 3시를 가리킨다. 알람 시계도 말썽인데, 과연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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