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고성애 ( 2002-08-03 18:57:04, hit : 1022, good : 0)
제목 : [사진]NZ에서의 여섯째 날(관광, 7/28)
뉴질랜드에 온지 벌써 일주일째다. 오늘은 일요일이어서 스키장이 현지인들로 가득차 붐빌 것을 예상해 스킹을 하지 않고 관광모드로 나가기로 했다. 아침 9시 반에 부킹해 놓은 Moonlight stables에서 차를 가지고 픽업을 하러 왔다. 2시간 말타기에 뉴질랜드 달러로 50$ 이라고 한다. 30분 정도 달려 도착하자마자 헬멧, 레어기어, 장갑 하나를 받아들고 승마를 하기위해 사전 설명을 들었다. 말이라고는 제주도에 가서 조랑말 한 번 타 본 것이 고작인 나는 조금 긴장하기 시작했다.
- 우리 일행을 위해 말들이 대기 중입니다.
- 헬멧, 레어 기어, 장갑을 지급 받고 영배와 한 컷 남겼습니다.
고삐에 맨 줄을 양손으로 탄탄히 쥐고 줄을 꽉 잡으면 말이 서고, 발걸이에는 앞발만 걸치는 것이며 발끝이 위로 가게 들고 뒷꿈치는 내리라고. 줄을 잡고 발걸이에 얹은 발 뒷꿈치로 말을 탁탁 치면 가기 시작하며, 언덕을 오를 때에는 몸을 말 위로 바짝 숙이며 발을 뒤로 뻩고, 내리막 길에서는 반대로 몸을 펴서 뒤로 하라고. 오른쪽으로 턴하고 싶으면 오른쪽 줄을 당기고, 가는 길에 순록이나 양들을 위해 놓아준 사료(짚풀)들은 절대 먹지 못하게 하라는 것이었다.
- 타냐가 말들을 대기시키고 있습니다.
내게 배정된 말은 이름이 더치로, 덩치가 작은 검정색 말이었다. 세상에나! 가까이에서 말을 보기는 처음인데 어쩜 그리도 눈이 크고 눈망울이 맑던지.. 아주 순박한 사람같은 모습이었다. 일단 더치의 말 고삐를 잡고 말안장에 올라 앉으니 어이 이리도 높은 것인지! 줄을 잡고 허리를 펴고 크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타냐가 선두를 이끌었는데 나는 네번째로 출발했다. 근데? 더치는 다른 말들과는 달리 좀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계속 머리를 치켜들며 푸우우우 소리를 내곤 했다. 말을 타고 가다가 승용차를 한 대 만났는데 우리가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리고 서 있다. 이 곳에서 키우는 샘(Sam)과 보우를 동행했다. 가는 길에 만나는 순록들과 양들은 우리들을 바라보느라 여념이 없다. 매일 보는 광경일 텐데도 구경거리 생겼다는 표정들이다.
길을 따라 가다가 새로운 문을 열고 들어가곤 했는데 그 곳에서 양과 순록들을 방목하며 승마 코스로도 개발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순록들은 엉덩이가 모두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아주 귀엽기만 했다. 양들은 어쩌면 그리도 시커먼스들인지....^^
- 더치와 기념 사진 한 장은 남겨야지요?
맨 앞에 선두 말이 빌리 였는데 빌리가 서면 그 뒤의 말들이 차례대로 서곤 했는데 더치는 앞의 말 메이어가 약간 대열을 벗어나 옆으로 가면 곧바로 자기도 따라 그 선을 맞추어 가곤했다. 메이어 뒤 꼬리에 아주 코를 대고 갈 정도로 붙어서 가곤 했다.
- 윤정이 말이 키도 크도 제일 멋졌습니다. 근데? 본인은 불만이 많았답니다. 그 녀석이 영 말을 안 듣고 제멋대로 하려고 해서 죽는 줄 알았다고요. 모처럼 V사인 없는 사진 한 장 찾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우 불안정하고 어색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더치가 뛰어가면 정말 말을 타는 기분이 들어 신이 나곤 했었다. 중간에 주인인 세 여성이 말에서 내려서 우리의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주었다. 설경을 배경으로 말을 타고 사진이라! 잊지 못 할 그림 속의 한 장면이었다.
원래 2시간 코스였는데 1시간 45분정도 탔던 것 같다. 힙도 아프고 힘이 들고 추워서 더 타라고 해도 못 탈 것 같은 심정이 되었을 때 마굿간에 도착했다.
- 말들은 돌아와서 상으로 당근을 얻어먹고, 우리는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 모두모두 다 함께.
그 긴 시간동안 날 위해 고생한 더치를 어루만져 주며 "my boy!"라고 했더니 그 큰 눈을 껌벅거리며 더 순한 표정이 된다. 추위에 떤 우리를 위해 타준 핫 초콜릿. 주인의 정성이 고맙기만 하다.
- 추위에 떠는 우리를 위해 디븐이 핫 초콜렛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설에는 그것이 너무 싱거웠고 뜨겁지 않았다고 하던데^^, 전 고마운 마음뿐이었습니다.
- 윤정이와 기영이. 윤정이는 하도 V 사인을 많이 해서 손가락이 휘었답니다.^^
- 맨 앞에서 대부대를 이끄느라 수고한 디븐과 어깨 동무를 하고... 왜 이런 험한 일에 남자는 하나도 없이 여자 셋이서만 하느냐고 물었더니 남자는 휴가 중이라더군요.
- 순록의 뿔을 머리에 이고 익살을 부리고 있는 귐둥이 윤정이 입니다. 근데? 그 뿔의 무게가 장난 아니게 무거웠습니다.
- 수고한 더치와 타냐와 함께 한 컷.
- 주인장 디븐이 무지하게 아끼는 Golden Labrador종의 Sam과 함께. 샘은 우리가 말 타는 내내 우리와 동행했습니다. 샘 때문에 우리 나리가 보고프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 졌습니다.
- 마굿간에서 한 컷.
- 수고 많이 한 막내 나타샤와 함께.
특별한 경험을 하고 기분이 좋게 롯지에 도착하니 12시 반이다. 점심으로 우리 방에서는 밥을 하고 6호실에서는 동윤씨가 춘장을 이용해서 자장을 만들었다. 그냥 인스턴트를 먹는 법이 없다니깐! 맛난 점심 식사후에 남자들은 모두 여러 동호회의 사람들과 축구 시합을 하러 축구장으로 갔다 윤정이는 지난번 코로넷 피크 스키장을 안 가고 제트보트를 탔으므로, 나와 주영이만 걸어서 와카티푸 호수로 가서 타기로 했다.
- 와카티푸 호숫가의 아름다운 정경입니다.
카와루 제트(Kawarau Jet)에 3시 반 전에 도착했는데, 4시에 제트보트가 출발 예정인데 최소 인원이 4명은 되어야 떠난단다. 2명의 남자들이 래프팅을 하러 왔는데, 직원이 그들에게 말해 보겠다며 이야기를 나눈 후에 일이 잘되었다고 알려 주었다.
- 제트보트를 타기 위해 기다리면서... 막 신혼여행 가는 주영이의 모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와카티푸 호숫가 양쪽으로는 별장같은 집들이 빼곡이 들어차 있었는데 뒤로는 만년설 쌓인 듯한 아름다운 설경을 배경하고 앞으로는 호숫가를 바라보고 사는 그들은 얼마나 행복할 것인가?
- 날씨가 조금 흐리고 추웠지만 멋진 곳이었습니다.
윤정이가 찍어 온 사진을 보니 빈자리가 없이 모두 승객들로 빼곡이 차있고, 앞 좌석은 운전자를 제외하고 네명이 타는 것이었는데 우린 달랑 둘이 탔다. 자리가 비니 180도 스핀이나 360도 스핀을 할때 이 구석에서 저 구석으로 몸이 날라가는 바람에 붙잡은 손도 많이 아팠고 다리까지 마구 부딪치곤 했다.
- 카와루 제트(Kawalau Jet)에 가서 제트보트를 타면서 찍은 사진을 1시간 후 돌아오니 엽서로 만들어 주더군요. 큰 것 한 장, 작은 것 네 장 해서 뉴질랜드 달러로 20$이었습니다. 제트보트 타는 가격은 69$이었고요. 한 장 집으로 부친 엽서가 제가 온 다음 날인 7일에 도착했습니다. 털 모자와 장갑은 거기서 제공한답니다. 뒤에 서 있는 친구 익살 좀 보십시오.
1시간에 걸쳐서 예쁜 다리조차 일부러 닿을 듯 위험하게 회전을 해가며 지나가기도 하고 리마커블스 스키장 산 밑과 코로넷 피크 스키장 산 밑까지 갔었는데 우린 그 기막힌 광경에 탄성을 지르곤 했다. 다섯 겹의 산 가운데 맨 위는 눈 덮인 산이고 3~4개의 산들은 구름들에 휘감겨 몽환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연 주황빛의 특이한 나무들을 배경으로 물안개가 낀 모습은 압권이었다.
- 엽서 아래에 있는 것을 클로즈업시킨 것입니다. 스캔한 것이라 화질이 약간 떨어지지요?
이곳에 와서 보는 하늘과 구름의 조화는 내가 이제까지 살면서 본 그 어떤 하늘의 모습보다 아름다워, 난 수도 없이 셔터를 눌러 댔다. 떠나기 전에 찍은 사진을 찾으러 언더 워터(under water)에 내려가니 오리가 물 위에서 노니는 모습이 보였는데 물 밑에서 보니 발만 동동거리며 부지런을 떨며 헤엄치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 1시간 동안 우리를 즐겁게 해 준 운전 기사 분과 No.1을 외치며... 이 제트 보트가 우리나라에도 곧 수입된다고 하니 젊은이들이 열광하게 생겼습니다. 그 스피드와 스릴과 박진감은 대단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의 완벽한 관광을 즐긴 하루, 저녁으로는 감자, 양파국을 끓여 스테이크 고기를 구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