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 고성애 ( 2002-03-11 21:33:38, hit : 1097, good : 0)  


제목 : 오랜만에 돌아온 일상


난 아직도 꿈속에서 스킹을 하고 있다. 줄기차게 롱 카빙을 하고 있다. 업하며 에지 체인지 하며 크로스오버하고 다리 쭉 뻗어서 버텨 주기! 팁들을 머리 속으로 정리하며 달려 내려간다. 언제쯤이면 꿈속에서의 스킹을 그만두게 될까?

난 지금까지 뭘 해도 내가 젊은이들에게 뒤질 것이 없다고 자신 만만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는 중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아무리 계속 운동을 했더라도 최소한 2~3일 정도 푹 쉬면 거뜬히 툭툭 털고 일어설 수 있었는데 이젠 그렇지 못하다. 도무지 회복이 안 된다는 점이, 내가 이젠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었음을 인정하도록 하게 만든다. 서글픈 일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일은 고통이고 앉았다가 일어서려면 너무 아파서 외마디 소리를 지를 정도다. 한의사인 사촌 오빠는 이젠 절대로 그렇게 무리하게 스킹을 하면 다시는 스킹을 못한다고 엄포를 놓곤 하신다.



- 1월 27일, 일요일. 천마산에는 하루 종일 눈이 많이도 내렸었다. 1984년 12월부터 천마산으로 내달리던 19년 동안 그렇게 눈이 많이 온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차를 타고 올라가며 찍은 천마산 입구 사진이다. 락카 열쇠를 미리 돌려주지 않았더라면 그 핑계로 한 번 더 가서 천마산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텐데... 벌써부터 천마산이 그리워진다.

윤정이가 고모에게 말했다. 기술선수권대회 때 12위까지 한 선수 중에서 집을 오가며 스킹한 여자 있으면 나와보라 그러라고!  11위까지 한 모든 선수가 용평에 들어가서 산 여자들이었다고... 자신은 매일 집을 오가며 정말 힘들었노라고... 이리해 고모는 크나 큰 결정을 내리게 되었으니, 내년에는 방을 두 개 얻어서 아주 들어가 살게 해 주겠다고 한다. 하나는 윤정이, 하나는 동생 동현이도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므로 동생이 쓰라고. 고모는 나더러 용평 콘도에 가지말고 윤정이와 같이 살란다. 그리하여 내년엔 나도 현근이 데리고 아주 용평으로 내려가 살 생각이다. 내 앞 길이 좀 훤해지려는 느낌이 든다.^^ 근데? Spark는 혼자 밥 해 먹으려면 힘들겠다.^^

내년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정말 노래가 나오는 스키장의 시즌권을 사고 말테다. 지금 가만히 있어도 비발디 파크에서 리프트를 타고 오르며 듣던 노래가 생각난다. 10번 상급 슬로프에서 멋지게도 타고 내려오던, 준강사 시험을 위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던 스키어들의 모습이 그 노래와 함께 눈에 선하다. 너무나 좋아 나중에는 노래를 다 배워서 신나게 따라 불렀었다. 오후가 되어 너무 더워져 리프트를 오르며 졸음이 몰려 올 때도 그 노래만 나오면 정신이 나곤 했다. 4일 날 아침에 어찌나 추웠던지 벌벌 떨며 리프트를 오를 때에는 그 노래가 위안이 되어 주었다.

유리 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 어쩌면 그리도 감미로운 것인지! 집에 돌아오자 마자 그 노래를 다운받아서 아주 켜놓고 살고 있다. 벌써 20만장을 돌파했다고 하는 노래. 시간을 내어 그 CD를 사러 나가고 싶어진다.

오랜만에 돌아 온 일상이 너무 좋다.

*** 동희야! 1일날, 민박 한치골에서 콘도로 옮기면서 달걀찜 해 먹는 뚝배기를 두고 온 모양이구나. 그 사이즈 엄청 어렵게 구한건데 내가 네게 선물로 준 그것을 지름만 재서 알려주렴.^^ 별 걸 다 알려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