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 방화 흉기 난동” 사건을 보고 마음이 울적하다
커피를 마셔도 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는다.
둘째아이는 고시원 화재사건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언니 내려오라고 하라고 한다.
“언니가 있는 곳은 대학교 앞이라서 학생들만 있고
고시원비가 비싼 곳이라서 나쁜 일은 없을 거야. 괜찮아"하면서
둘째를 안정시키면서 나 스스로도 위안을 삼았다.
큰 딸아이를 작년에는 방학에만 잠깐 보내면서 세종대 앞 싼 고시원에서 지내게 했다.
학원 가까운 곳을 찾다 보니 월 22만 원.
고시원비는 다른 곳에 비해 저렴했는데 기타 부대시설도 형편없었고 정말 좁았다.
그래도 한, 두 달이니 참고 견디라고 했었다.
그때는 고시원에서 잠을 같이 자지 않았었다.
지난 3월에 서울에 아이를 보내면서 서울 방값을 걱정했다.
3월에는 홍대 근처에 밥을 주면서 월 45만 원하는 고시원에 있었다.
반찬이 채소만(1주일에 한 번 고기가 나왔다) 나오니
아이가 거의 굶고 빵으로 때우는 바람에 고시원을 옮겼다.
이번에는 학원 바로 앞으로 선택하다 보니 홍대 정문 앞
미로 같은 고시원 안에서 제일 방값이 싼 방이 월 35만 원
통로 중간 방이다 보니 창문이 없고 3면이 벽, 1면은 방문.
주방에서 밥은 항상 해주고 반찬은 본인이 알아서 해 먹어야 한다.
아이가 알아서 방을 옮기고 난 후 2주 뒤에 가서 하룻밤을 고시원에서 같이 잤다.
나는 침대에서 아이는 바닥에서 / 머리와 발이 벽에 닿을 것 같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보니 암흑 속이다.
‘깊은 밤의 끝자락에 새벽 어스름이 밀려오고 어느새 온 방을 가득 채우는 아침 햇살’
그 작은 행복조차 이 작은 공간에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이는 반대를 하던 재수를 하게 된 것만으로도 다른 불만을 말할 처지가 아니다.
그것도 서울에 와서 자기가 다니고 싶은 학원에 다니게 되었으니
한 끼를 굶어도 참을 것이었다.
고시원 총무를 만나서 창문 있는 방을 물어보니 월 40만 원이라고 한다.
“그래 내가 점심 한 끼 굶지 뭐” 다른 것을 아끼더라도 옮겨주자 하고
안쓰러움에 마음이 약해졌다.
창문 있는 방으로 옮겨주고 청소와 정리해주고 내려왔다.
대학생이면 고생을 해도 그냥 두었을 텐데 재수생이다 보니 마음이 더 쓰인다.
안 그래도 스트레스 속에 살 것 이므로......
두 달 뒤 고시원에 가서 아이와 같이 잠을 잤다.
이번에는 방 안에 기둥이 있어서 정말 발끝과 머리가 벽에 닿아서 가위 잠을 잤다.
아침에 총무를 만나 42만 원에 15cm 더 긴 방으로 이사했다.
휴우 끝이 없다.
직접 자 보고는 방을 옮겨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서 두 다리 뻗고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았다.
재수를 반대하고 딸아이를 객지에 보내는 것을 심하게 반대했지만 참 어쩔 수가 없었다.
서울에서 재수를 시키는 것은 대학원 1년 보내는 것과 같은 많은 돈이 든다.
대학원은 그래도 보람도 있고 마음이라도 편하지......
고시원이야기를 하다가 별 이야기를 다 한다.
월 17만 원의 고시원에서 지내면서 고생하는 사람과 비교할 수 없지만
방안에서 누워서 뒹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 생각만 하면 늘 걱정이 앞선다.
내성적인 아이다 보니 밤이면 혼자서 얼마나 외로울 것인가.
오늘은 하루 종일 마음이 허허롭다.
돈이 조금만 더 많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재수생치고는 이 정도면 호강하는 거다.
서울 못 간 아이들도 많고
밥값 아끼면서 알바하면서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이 정도 고생은 해도 싸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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