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새의 초상화를 그리려면
- 자끄 프레베르 -
우선 문 열린
새장을 하나 그릴 것
다음에는 새를 위해
뭔가 예쁜 것을
뭔가 간단한 것을
뭔가 유용한 것을 그릴 것
그 다음엔 새장을
정원이나
숲이나
혹은 밀림 속
나무에 걸어 놓을 것
아무말도 하지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때로는 새가 빨리 오기도 하지만
여러 해가 걸려서
오기도 한다
실망하지 말 것
기다릴 것
필요하다면 여러 해를 기다릴 것
새가 빨리 오고 늦게 오는 것은
그림의 성공과는 무관한 것
혹 새가 날아오거든
가장 깊은 침묵을 지킬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기를 기다릴 것
새가 새장에 들어가거든
살며시 붓으로 새장을 닫을 것
그리고
차례로 모든 창살을 지우되
새의 깃털을 다치지 않도록 조심할 것
그리고는 가장 아름다운 가지를 골라
나무의 초상을 그릴 것
푸른 잎새와 싱싱한 바람과
햇빛 또한 그릴 것
그리고는 새가 노래하기를 기다릴 것
혹 새가 노래를 하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징조
그림이 잘못된 것
그러나 새가 노래하면 좋은 징조
당신이 싸인해도 좋다는 것
그러거든 당신은 살며시
새의 깃털 하나를 뽑아서
그림 한구석에 당신 이름을 쓰라.
교수님 홈페이지 옛날 주소 몇번 클릭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뒤로 미루다가 오늘 작정하고 찾아와 방명록 겸 제가 좋아하는 詩 하나 남기고 갑니다.
※ 사실無근 : 요새 제 닉넴입니다. 몸은 건강하나 '사실은 근육이 없다.' 뭐 그런 의미입니다. 이 나이에 B.R. 할 수도 없고....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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