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고도 한참이 지난 17일 일요일 차일피일 미루던 서울 나들이를 했다.
사랑방에서 얼굴 한 번 못 보고, 대화 한 번 하지 않았지만 왠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큰아이가 서울에 있지만 아이를 살피러 가는 것은 핑계고, 이번 나들이는 제사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일요일 오후 4시 50분에 큰아이 수정이를 고속터미널에서 만나 신당동 버티고개에 있는 배은경 샘 댁을 방문했다.
거실 중앙에 편하게 자리하고 있는 오디오 세트에서는 방형웅샘이 보내주신 CD의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고
잠시 뒤 케이크를 손에 든 반가운 손님(?)이 오셨다.
그 멋진 신사는 얼굴이 동안이라서 나이가 나보다 한참 아래인 줄 알았는데
어머, 어쩌나! 나보다 두 살이나 위 - 도대체 남자 나이는 가늠이 안 돼요.
저녁 식사시간!
난 참하고 예쁜 여자가 요리까지 잘하면 정말 밉다.
화이트 와인과 함께 한 중국식 식사(해물 누렁지탕 - 궁보계정 - 바지락 해산물 덮밥)와
후식으로 커피와 녹차와 조각케익을 먹으며 스키와 등산, 골프 이야기를 했다.
박사님과 교수님이 함께 하지 못해 섭섭했지만 미리 계획하지 않고 전날 갑자기 약속을 한 것인지라......
또한 사랑방 몇 분은 귀가 많이 가려우셨으리라......
추신 : 이글을 옆에서 본 보경이가 “엄마 언니도 이 요리를 다 먹었어?
그런데 이 요리는 내가 다 좋아하는 건데... 내가 가야하는데... 이런 걸 다 집에서 만드는 사람도 있어?”
월요일
배 샘을 만나 부암동에 있는 커피 전문점 DROP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긴 이야기를 했다.
삶이 뭐 별 건가요?
내일 12시에 세종문화예술회관에서 교수님과 만나서 실크스크린 작품 만들기를 하고
세계의 미술 거장전(판화로 보는 세계 미술사)을 보기로 약속을 했다고 한다.
배 샘과 둘이서 - "교수님은 놀아도 그냥 놀리지를 않아. ㅋㄷㅋㄷ"
내일을 기약하며 또 아쉬운 이별을 하고......
화요일
역시나 고성애 교수님!
오전 10시로 약속이 변경되는 바람에 늦잠도 못 자고 아침도 못 먹고......흑흑
식빵 한 조각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전시관 앞에서 배 샘과 함께 교수님을 만났다.
베이지색 모자에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멘 교수님 - 언제 봐도 멋있다.
10시 : 실크스크린 가방 만들기
11시 30분 : 정순임 샘과 함께 김씨도마에서 국수를 먹고
14시 : 해설과 함께하는 전시회 관람
예술의 전당으로 이동
17시 : 매그넘 사진전 관람
18시 40분 : 약속이 있어서 먼저 헤어짐. 교수님과 배 샘은 커피숍에서 차 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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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회 관람기는 교수님께서 멋지게 올리실 것이므로 생략합니다. *
발바닥이 화닥거렸지만 보람 있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순임 샘과 오랜 시간 같이 하지 못 해서 아쉬웠습니다.
다음에는 음악을 들으면서 술도 한 잔하고 밤새 이야기도 합시다.
교수님!
레포빌에서, 무주에서, 천마산에서, 용평에서 뵙겠습니다.
이집트 같이 가시는 거 잊지 마세요.
염장 좀 지르지 마세요.
인라인에, 카메라에, 보그너 헬멧과 온요네 스키복. 저 부도나면 어쩌라구요.
ㅎㅎ 교수님. 저 카메라 뭘로 살까요?
교수님! 배은경 샘! 정순임 샘!
덕분에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