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전반적으로 스피드와 원심력이 동반된 액티비티를 좋아합니다.
스키는 대학교 때 동아리를 통해 즐기게 되었지만 회사원이 된 이후 한동안 자동차 레이싱에 빠졌고, 몇 년 전부터 알파인 레이싱과 스포츠 모터사이클을 즐기고 있으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키장에서도 늘 단단히 정설된 사면만 편애했고, 날이 푸근하거나 스키나 보드의 날에 슬로프가 망가져 속도감 있는 카빙이 힘든 날은 쉽게 실망하곤 했습니다. 신설이나 범프를 좋아하지 않으니 강설 시즌이 짧은 우리나라의 겨울이 야속했습니다. 자타공인 카빙 스키 지상주의자다보니 모글이나 파우더는 별나라 얘기로만 들렸습니다.
그러다 모글을 즐기면 시즌이 한 달 정도 길어진다는 -박순백 박사님의- 유혹에 넘어가 지난 시즌 모글에 입문하였고 기술이나 재미는 차치하고 시즌이 길어진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만족했는데 별 기대 없었던 모글 스킹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스키 매니아라 주장하면서도 그간 너무 편협한 스킹을 해왔다는 후회와 너무 강설만 기다리지 말고 변화하는 우리나라 스키장 환경에 순응해 다양한 스킹을 즐겨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모글 입문으로 일종의 각성을 했다고 할까요. 그래서 지난 시즌이 끝날 때쯤 만트라(M7)를 예약주문했고, 정우찬님의 파우더 스키바이블을 구입해 읽으며 오매불망 시즌을 기다리던 차에 이 곳 게시판에서 정우찬님의 파우더 스키장비 세미나가 열린다는 공지를 보고 네이버 까페에 가입해 신청을 하고 세미나에 다녀왔습니다.
초행길에 주차 시간 등을 감안해 30분 일찍 도착했는데도 이미 여러 분들이 오셔서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당초 50분만 모시려고 했으나 열화와 같은 성원에 70분까지 모시게 되어 의자를 바짝 붙여 앉았음에도 사무실이 꽉 찰 정도로 파우더 스키에 대한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파우더 스키 세미나에 걸맞게 파우더 및 올마운틴 스키 장비들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프리젠테이션이 끝난 후엔 실물을 보며 자유롭게 질문하며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고 구매에 대한 상담도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되어 정우찬 프로님에 대한 소개와 함께 한 시간 가량 파우더 스킹에 대한 전반적인 소개 및 교육이 있었습니다. 세미나 자리에서 뵙기 전에 저서 <파우더 스키바이블>을 읽었는데, 박순백 박사님이 추천사에서 언급하신대로 유려한 글솜씨에 감탄할 정도였습니다. 기술서만 쓰시기엔 아까울 정도의 필력을 가진 <스키의 신>은 어떤 분일까 궁금했는데, 그 유려함은 지면에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세미나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유머와 정보를 고루 섞어 쉽게 전달하는 능력에 이 분도 부캐 부자시구나 하는 감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파우더 스키바이블>에 모두 담고 있는 내용이지만 꼭 필요한 내용만 추려 알기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파우더(올마운틴) 스킹에 입문하기 전이라 책만 봐서는 잘 이해 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는데 한 시간의 프리젠테이션으로 산만하고 막연했던 정보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한 시간이 어찌 가는지 모르게 정 프로님의 "얘기"를 듣고 곧 탁건수 TNJ 대표님의 프리젠테이션이 이어졌습니다. 정 프로님이 파우더 스킹과 장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셨다면, 탁 대표님은 TNJ에서 취급하는 뵐클 스키와 달벨로 부츠에 한정하여 장비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왼쪽이 TNJ 탁건수 대표님>
2008년(?)에 로시뇰의 SOUL7이 본격적인 파우더 스키로 이름을 알렸지만 작년에 100주년을 맞은 뵐클 역시 다양한 장르의 스키에 대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만트라를 중심으로 파우더/올마운틴 시장에서 매우 좋은 평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브랜드를 알아보는 능력과 우리나라도 파우더/올마운틴 스킹을 즐길 수 밖에 없는 환경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선견지명을 가지신 탁 대표님과 스노우뱅크가 참 대단하신 선구자라고 생각했습니다.
뵐클과 달벨로 장비 설명을 마치고 잠깐 스노우뱅크 실장님이 나오셔서 팬텀 글라이드 왁싱에 대한 설명을 하셨고 이어 모두의 이목을 사로잡는 경품추첨이 시작되었습니다. DPS 스키 35프로 할인권+팬덤 왁싱, 파우더 겸용 길이 조절 폴, 온요네 삼지장갑, 뵐클 힙색, 팬텀 왁싱 등 다양한 경품이 쏟아졌습니다. 70분 중 30분에게 경품이 돌아갔지만 그 중에 저는 없었습니다. ㅠㅠ
경품 추첨까지 모든 순서가 끝나고 귀가하실 분들은 귀가하시고 자유롭게 질문과 상담이 이어졌습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이어진 것만 봐도 관심이 얼마나 뜨거운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 값진 세미나와 참석하신 모든 분들께 뵐클 100주년 기념 티셔츠를 준비해주신 TNJ 탁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양한 다과와 주차 지원, 경품 못지 않은 기념품, 참가비가 전혀 아깝지 않을 훌륭한 세미나를 무료로 마련해주셔서 더욱 감사합니다. 부디 시즌이 오기 전에 쇄골이 붙기만을 바라며 재활에 충실해야겠습니다.
100주년 기념 로고 박힌 스키를 자랑하며 후기를 마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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