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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2020.06.16 10:29

나를 깨우친 두 권의 스키 책

조회 수 1587 좋아요 5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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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관련 서적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영어권에는 몇 권이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유명한 책을 꼽으라면 저는 망설임없이 두 권을 추천합니다.

 

1. Breakthrough on the new skis

 

한국에서는 '리또 할아버지'로 불리는 Lito Tejada-Flores 의 Breakthrough on the new skis 입니다. 그는 같은 제목으로 스키기술 비디오 테잎을 만들어서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당시에는 [스키기술의 돌파구]라는 제목으로 판매되었었죠. 지금도 옛날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비디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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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또는 한국의 스키어들이 보기엔 클래식한 스타일의 스킹을 구사하는 할아버지여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리조트가 몰려 있는 콜로라도 지역에서 활동했던 대단히 유명한 스키강사입니다. 그 유명세를 생각하면 어려서부터 스키천재 소리를 듣던 스키선수 출신이라 상상하게 되지만 실제로 그는 어른이 되어서 스키를 시작한 산악인 출신의 스키강사입니다. 

 

그가 비디오를 만드는 유명 스키어가 된 이유는 그가 스키를 잘 타서라기 보다는 스키의 원리를 해석하고 설명하는 방식때문입니다. 어려운 용어나 현학적인 과장없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스키의 원리를 설명합니다. 그리고 발전시키는 방법 또한 대단히 심플하죠. 스키강습이 대중화 되지 않았던 시절에 그의 비디오는 많은 아마추어 스키어들에게 영감을 주었고, 그가 제시한 방법을 충실히 따름으로써 독학으로도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출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의 설명방식이 가지는 장점을 잘 이용해 스키의 원리를 설명하고 발전방법을 찾는데 이용합니다. 하지만 그의 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힘은 그의 강습 방법 보다는 그의 스키에 대한 철학과 아름다운 문장에 있습니다. 그는 일반적인 강사들처럼 기술의 전수자에 머물지 않고, 스키가 주는 삶의 기쁨을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므로 그의 글을 읽으면 기술서가 아닌 문학서를 읽는 느낌입니다.

 

그의 스키 비디오 테잎을 다시 볼 순 없지만 다행히도 그 영상을 유튜브를 통해 다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인트로 장면에서 설명하는 그가 비디오 영상을 만들게 된 동기를 들어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저는 스키를 비교적 늦게 20대에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에 등산을 통해 이미 산과 친숙해 있었으며, 산과 더불어 살아가길 원했습니다.

스키와 함께 자라온 건 아니지만 저 자신에게 스키를 가르치면서 이제 다른 사람도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경이로움으로 가득찬 놀라운 삶이었습니다.

스키를 타면서 접한 첫번째 놀라움은 스키가 생각보다 훨씬 더 아름답고 시적(詩的)이며 흥미 진진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또다른 놀라움은 대부분의 스키어들이 이런 아름다움을 결코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눈위로 춤추며 날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남을 따라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

제가 「중급수준의 틀」이라고 부르는 함정에 빠져있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저는 찾아냈습니다.

 

능숙하게 스키를 타는 엑스퍼트스키어는 대부분의 스키어들과는 다른 동작을 사용합니다.

그 동작은 더 어려운 것이 아니라 단지 다른 동작일 뿐입니다.

능숙하게 스키를 타는 것은 중급수준을 단지 개선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것입니다. - Lito Tejada

 

리또할아버지를 따라 30년전으로 떠나 볼까요?

https://www.youtube.com/watch?v=aCdrHV8Ok_s  

 

 

 

 

 

2. Ultimate Skiing

 

'리또 할아버지'가 스키의 원리를 대단히 이해하기 쉬운 심플한 원리로 설명하여 스키에 입문하는 아마추어 스키어들에게 등대같은 역할을 하였다면, '얼터멋 스킹(Ultimate Skiing)'의 저자 론 르마스터는 선수와 코치, 전문강사들만 알던 스킹의 과학적 원리를 모든 스키어들에게 공개함으로써 신(엘리트)에게서 불을 훔쳐다 인간(아마추어)에게 건내 준 프로메테우스같은 존재입니다.  

 

론 르마스터(Ron LeMaster), 그가 어떤 경력을 가졌기에 그런 전문적인 지식을 체화하고 있었을까요?

 

론은 미국 스키대표팀의 기술 고문으로서 세계최고의 선수들의 스킹을 영상과 사진으로 찍어서 분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스키기술을 물리학적 이론으로 분석하는데 탁월하여 그의 영상자료와 분석은 미국 스키강사협회와 미국 코치협회의 기술적 지침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스키기술과 생체역학 등을 강의하는 스키이론의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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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책은 최근 오상일 선생님에 의해 한글판이 나옴으로써 미국 대표팀 기술고문의 스키이론이 한국의 스키어들에게도 소개되는 획기적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저를 비롯한 영어권에서 활동하는 스키강사들이 몰래 돌려 읽던 비급(?)이 유출된 것이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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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얼마전에 휘닉스파크 인근의 평강갤러리에서 열린 오상일 교수님의 '에덴의 서쪽' 전시회 모습입니다. 오상일 교수님은 오랜 세월 홍대 미술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신 조각가 이십니다. 스키를 좋아하셔서 KSIA 레벨2까지 취득하신 열혈 스키어이기도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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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책의 내용을 보면 스킹의 역학과 물리이론들이 줄줄이 나와 문과출신들은 첫 장만 봐도 머리에 쥐가 나는 내용들입니다. 하지만 시리어스한 스키어들에게는 스키에 관련한 거의 대부분의 궁금증이 해소되는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이 책은 캐나다 레벨4를 취득하는데 필요한 스킹과 티칭의 원리를 이해하는데에도 커다란 도움을 주었습니다. 캐나다 CSIA 에선 스킹능력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티칭능력입니다. 아무리 스키를 잘 타도 그 원리를 올바르게 설명하고 쉽게 전달하지 못하면 절대 강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저와 같은 스키 전문가에게만 필요한 내용일 수도 있지만 누구나 스키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깊어갈수록 하나 둘 머리를 탁 치는 깨달음이 올 것입니다. 천천히 조금씩 이해한다고 생각하고 궁금할 때마다 관련된 내용을 찾아 읽어본다면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엔 리또 할아버지의 쉬운 설명방식으로 얼터멋 스킹의 이론들을 풀어 낸다면 한국의 모든 스키어들에게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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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가니 2020.06.16 16:56

    우찬씨 잘 지내고 있나요?  한국은 벌써 30도가 넘어가서 덥다고 하는데, 울동네는 계속 쌀쌀하다가 이번 주말부터 기온이 좀 올라간다네요.

    지난번 들렀을 때, 못 봐서 미안했는데.  다음 번엔 꼭 들르겠슴다.  겨울에도 한번 봐야 할텐데.

     

    좋은 책이 번역되어 다행이네요.  예전 캐나다에 계신 광호님과 제가 이 책과 몇가지 내용을 이 사이트에 소개할 때만 해도, 여러 오해와 비하하는 댓글들이 있었는데, 드디어 번역본이 나오고 한국 스키어들에게 좀 더 쉽게 소개가 되는군요.  저를 포함해서 영어권에 계신 골수 스키어들은 일부나마 번역하고 있었을 겁니다.  번역이란 것이 정말 힘들고 끝내기 어려운 일인데, 수고하셨네요.

    참고로, CSIA (캐나다 강사협회)에서도 쓰이고 있지만, PSIA (미국 강사협회)에선 레벨 3 비공식 부교재로 쓰입니다. 이 책의 저자 론이 PSIA 교재 편찬 위원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레벨 2까지도 트레이너들은 이 책을 강사들에게 별로 소개하지 않고 PSIA 기본 교재 3권을 완전 이해하고 달달 외우도록 훈련시켜 기본을 쌓은 후, 레벨 3 준비생들부터 추가로 이 책과 알파인 레이싱 코치 교재 등 몇가지 부교재를 거의 외우다시피 공부하죠.  우찬씨도 얘기했듯이,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인 강사들도 이해하기 어려워서 트레이너의 설명과 시범을 통해 이해하게 되는 내용들이 종종 나옵니다.  이 책이 스킹의 바이블 같은 교재는 아니지만, 알파인 레이싱 관련 기술을 좀 더 이해하기 위해 많이 참조합니다.  알파인 레이싱 코치들도 기본교재가 따로 있고, 이 책을 부교재로 같이 보는데, 레이싱 코치들도 USSA (미국 스키 스노우보드 협회) 코치 레벨에 추가로 PSIA 레벨을 같이 따는 코치들이 종종 있는데, 이유는 더 잘 가르치기 위해서죠.  대부분의 PSIA 트레이너나 클리니션들은 현역 알파인 레이싱 코치들이 많습니다. 미국에선 사실 이런 교재나 강사 레벨은 일반 스키어들에겐  관심 대상이 아니고, 현역 강사와 코치들만 보는 편이지만, 스킹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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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찬 2020.06.20 01:12
    그래요? 그 전에 쓰셨던 글과 어떤 오해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이 책의 내용이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엔 좀 어려운 내용들이 많지만 한국에 워낙 시리어스 스키어들이 많아서... 한국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영어권 국가들의 스키이론들을 접한다면 스키에 대한 이해를 깊이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강사와 코치들은 의무적으로 한번쯤 읽어보길 권합니다.
    PSIA 기본교재의 내용이 궁금하네요. 온라인으로 기본적 내용을 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리고 다른 추천하는 스키관련 서적이 있다면 알려 주세요~^^
    더운 여름 코로나와 폭동(?) 상황에서도 잘 견디고 가족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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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정아 2020.06.16 18:21
    저도 Ultimate Skiing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제가 오른쪽 턴이 항상 잘 안됐었는데요, 책을 보고 왜 그런지 깨달았습니다. 발목이 펴져있었더라고요. 그거 말고도 정말 다양한 팁을 많이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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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우찬 2020.06.20 01:15
    신정아 선생님, 재미있게 보셨다니 대단십니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아서 정말 스키광이 아니라면 완독하기 쉽지 않은 책이거든요. 나중에 오상일교수님과 미팅할 때 함께 해요. 유튜브 스확행TV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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