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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스키어

지금부터 제가 존경하는 한 스키어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데몬스트레이터도 아니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아닙니다. 알래스카의 절벽 트리플 블랙을 날라다니는 레드불 프로스키어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난 스키어라면 누구나 고개 끄덕이며 그에게 경의를 표할 것입니다.

 

1448extremeseniors.jpg

 

 

그의 이름은 러스 화잇(Russ White).

 

1921년 포인트 그레이에서 태어나 항해와 농구, 라크로스 등을 즐기며 건강한 청년으로 자란 그는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캐나다 공군의 폭격기 조종사로 영국과 튀니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그 당시의 일에 대해선 말을 아꼈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시절의 그를 제대로 알 수는 없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평생 그를 괴롭혔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대후 1950년대 초 밴쿠버의 딮 코브(Deep Cove)에 정착하면서부터 그는 그가 평생 열정을 바칠 대상을 발견합니다. 바로 스키와 골프.

 

러스는 여름에는 시무어 골프 클럽에서 골프 강사로 근무하고,  겨울에는 휘슬러에서 스키 강사로 근무하는 멋진 라이프 스타일을 89세까지 유지하여 휘슬러의 최고령 강사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런 그의 열정적인 삶을 기념하여 그의 팔 십세 초반엔 명예 CSIA 레벨 3를 수여하였습니다.  

 

그는 2014년 3월 15일.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를 배경음악으로 그가 사랑한 스키와 골프백을 안고 여생을 마감하였습니다.

 

러스 화잇을 이렇게 회고할 수 있는 것은 그가 저와 함께 휘슬러 알파인에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휘슬러에는 1,200여명의 강사가 일하고 있는 거대한 스키장입니다. 그러다보니 지역별로 특성별로 스키스쿨도 다양하게 분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휘슬러에서 근무하였더라도 일하는 스키스쿨이 다르면 서로 알 수가 없습니다. 제가 일했던 휘슬러 알파인은 휘슬러 산의 1,860미터 위치에 자리한 라운드 하우스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SANY0044.jpg

 

휘슬러 피크를 배경으로 세워진 산장같은 모습의 휘슬러의 알파인 스키 스쿨

 

휘슬러 알파인에도 오십여명의 강사가 근무하는데 그 중 최고령자는 러스 화잇. 89세를 맞이한 그는 이 사진을 찍던 해를 마지막으로 강사 생활을 접었습니다. 매 시즌 1월이면 그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데 휘슬러의 모든 베테랑 강사들과 매니저들이 모여 그의 생신(?)을 축하합니다. 휘슬러에선 이미 전설이 된 스키강사죠. 나이를 먹을수록 긍정적이고 유머러스해지는 그를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함을 인정하게 됩니다. 그가 스키스쿨 앞에 서면 강습생들이 스키를 들고 걸어오는 모습만 봐도 스키실력을 판별한다는 믿지 못할 전설이 회자됩니다.

 

SANY0032.jpg

 

함께 일하는 동료 강사들. 사진의 왼쪽부터 Russ, Glen, Chloe

 

SANY0047.jpg

 

Peter, Glen과 함께. 이 사진을 찍을 당시가 2009년이었으니  Peter가 73세 였네요. 지금은 81세의 스키 강사입니다.

 

Peter는 아직도 블랙 다이아몬드의 급경사를 어떤 젊은이들 못지 않게 누비고 다니시는 분입니다. 아내와 아들, 딸이 모두 휘슬러의 스키강사인 스키강사 패밀리죠. 아들인 Mike는 CSIA 레벨4 이고 다른 가족들은 모두 레벨3 랍니다.^^

 

한국도 점차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시니어 스키어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그 비율로만 본다면 북미나 유럽의 스키장에 비할바는 아닙니다. 더군다나 백발의 스키강사는?.... 거의 보기 힘든 실정입니다. 하지만 곧 다양한 경험과 전문지식으로 존경받는 백발의 스키 강사들이 한국의 스키장에도 생겨나리라 믿습니다.  

 

우리가 스키를 타는 가장 중요한 목표는 겨울산의 정취를 즐기고 그 아름다운 자연속에서 자유롭게 설원을 누비는 것입니다. 자유롭게 누비면서도 안전하게 탈려면 스키의 기술적인 면이 보완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스키에 대한 애정은 스키를 잘 탄다고 느는 것은 아닙니다. 즐기지 못하면 그 열정에는 한계가 있고, 결국 스키가 늘지 않거나 체력이 떨어지면 스키라는 멋진 인생의 동반자를 떠나 보내게 됩니다.

 

images (2).jpg

 

스키 즐기는 네가 챔피온~

 

그러므로 스키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스키 기술을 잘 가르치는 것 보다 사람들이 스키라는 운동이 얼마나 멋진 운동인지 깨닫게 해주는 것이고, 스키를 타면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지 경험케 하는 것입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즐거울 수 있도록 타인을 배려하는 스키 에티켓도 알려주어야 합니다. 스키를 마치고 나면 커피나 맥주와 함께 가벼운 한담을 나누거나 다양한 경험담을 나누는 아프레 스키(APRÉS SKI) 문화 또한 그 묘미를 알고 나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것은 기술, 기술, 기술,...만을 쫒아서는 알 수 없는 것입니다. 물론 저 또한 그 기술적 깊이에 탐닉하는 즐거움을 모르지 않지만 그 즐거움을 평생 가져가기엔 우리의 몰입능력은 너무 짧거든요. 시니어 강사들이 들려주는 전설같은 이야기들과 역사적 사건들, 스키장과 얽힌 에피소드들, 연륜이 담긴 조언들이 스키 문화의 질을 높여 가리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아래 영상은 '익스트림 시니어'라는 제목의 영상입니다. 휘슬러의 시니어들이 얼마나 멋지게 사는지 대표적 3인을 영상에 담았는데 그 가운데 러스 화잇도 그의 나이 86에 출연하여 멋진 스킹을 뽐냅니다. 

 

 

그는 재미난 에피소드도 말합니다. 어느 나이 먹은 스키어가 와서 힘들다고 투덜거리며 말하길...

"난 55살이에요." 

러스의 재미난 답변은,

"어디서 엄살이야! 내 애들도 당신보다 나이가 많어!ㅋㅋㅋ"

 

"If you can walk, you can ski" 

 

러스의 좌우명...."당신이 걸을 수 있는 한 스키는 탈 수 있습니다."

 

제 생각에 전 백살 까지는 걸을 수 있을 것 같으니 백 살까지 스키 타야겠습니다. 백 살이 넘도록 스키탈 수 있는 건강과 러스 화잇이 가졌던 스키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의 유머감각까지 모두 배우고 싶습니다. 왠지 그는 지금도 하늘 나라에서 스키를 타고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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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3'
bluediamond
  • 2017.10.17
  • 수정: 2017.10.17 20:28:08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저도 은퇴하면 아이들하고 함께 스키를 즐기면서 사는게 꿈인데, 이루어질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재능기부하면서......)

스키장에서 70대, 80대 되신 어르신들께서 스키타시는 것을 보니 정말 부럽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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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찬
  • 2017.10.18
'블루 다이아몬드'라는 아이디가 인상적이네요. 캐나다의 스키 스로프 구분은 그린 서클(초급용), 블루 스퀘어(중급용), 블랙 다이아몬드(상급용), 더블 블랙 다이아몬드(최상급용)으로 나뉘는데 가끔 아주 어려운 블루 스퀘어 코스를 '블랙 스퀘어'라 부르곤 합니다. 휘슬러의 '새들(Saddle)'은 대표적인 경우죠. '블루 다이아몬드'가 혹시 쉬운 다이아몬드 코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 스키어로서 혼자 상상해 봤습니다.
당연히 평생 즐겁고 안전하게 백세까지 타셔야죠. 선생님의 꿈이 이루어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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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diamond
  • 2017.10.21
^^ 그런 심오한 뜻이 있는 것은 아니구요~~~^^
제가 좋아하는 색상과 이름을 조합해서 만든 아이디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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