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기슭으로의 산책
요즘은 거의 매일 같이 우리집 말티즈 줄리(Julie)와 함께 산책에 나선다. 우선 어제 본 탱자 열매가 얼마나 더 익었는지 궁금해서 탱자나무를 먼저 보러갔다. 하루만에 더 많은 탱자 열매들이 노랗게 변한 걸 봤다.
- 높이 열린 탱자열매를 보는데, 배경의 하늘이 높다.
높이 열린 탱자 하나를 보다 보니 그 위로 구름 낀 푸른 하늘이 보인다. 구름이 많이 낀 날이지만 그 사이로 보는 가을하늘은 꽤나 높았다. 그리고 푸르면서도 깊다. 구름 사이로 올려다 보이는 파란 하늘로 빠져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 하늘을 사진으로 찍어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된다. 하늘을 올려다 볼 땐 하늘이 나와 대지를 감싸는 환경이기에 알 수 없지만 그게 작은 사진에 담겨 한 눈에 볼 수 있게 되면 달라진다. 구름 사이의 푸른 하늘은 마치 하늘에서 구름 사이로 내려다 보는 푸른 바다와 비슷하다. 아마도 그래서 하늘로 빨려들어갈 듯한 정상적인 기분보다는 하늘로 빠질 것 같은 (?) 비정상적인 기분이 드는 것이겠다. 아래와 같은 사진에서 받는 느낌이다.
- 산기슭으로 향하는데 진도개 한 마리가 짖지도 않고, 무심하게 나와 함께 간 우리집 말티즈 줄리를 쳐다보고 있다. 도통하신 분(?) 같았다.^^ 대개는 낯선 사람을 보면 진도개들은 맹렬히 짖던데...^^
동네를 걷다가 산기슭으로 올라갔다. 산기슭으로 향하다 보니 창고형 공장을 지키는 진도개 한 마리가 나와 줄리를 무심한 표정으로 내려다 본다. 맹렬하게 짖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어 다행이었다. 산기슭엔 억새가 많이 피어나고 있었고, 미국쑥부쟁이는 조그만 흰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가을을 실감케 했다.
- 아무리 구름이 많아도 가을하늘의 푸르름을 가릴 수는 없다.
- 미국쑥부쟁이는 우리의 쑥부쟁이처럼 고고한 맛을 지니지 못 한 듯하다. 작은 꽃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뭔가 좀 어수선한(?) 느낌. 하지만 가을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산기슭에서 본 것은 돼지감자(뚱딴지) 꽃과 도라지꽃이었다. 시골의 농가 부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인데, 대개 돼지감자는 사람들보다 키가 더 큰 게 대부분이다. 그런데 산기슭의 돼지감자는 야생화(野生化)되어서인지 대체로 키가 낮았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모든 식물은 원래 야생에서 시작된 것이라 이들 키작은 돼지감자꽃들이 "야생화(野生花)"의 원모습으로 되돌아간 것이라 여겨졌다. 도라지도 그랬다.
- 돼지감자(뚱딴지) 꽃
산기슭을 오르다보니 등에 땀이 났다. 구름 낀 날인데도 무더운 느낌이었지만 멈춰서면 한들한들 가을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줬다. 결국 안 올 듯하던 가을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Gallery
- 로우프로(Lowepro) 포토스포츠 숄더 타입의 가방에 몇 개의 렌즈와 물 한 병을 넣어 메고 나갔다.- 명색이 카메라 전문 가방 회사인 로우 프로의 숄더 패드 안쪽(어깨에 걸치는 부위)엔 미끄럼 방지용 실리콘 띠 처리마저 안 되어 있다. 할 수 없이 사용자가 이런 식으로라도 실리콘을 칠해서 써야한다. 거칠긴 하지만 소위 헤링본(Herringbone, 청어뻐) 형태의 띠 처리이다.
- '오늘은 탱자가 얼마나 더 익었을까?' 궁금해 하며 다시 탱자나무를 찾아갔다.
- 돼지감자꽃도 국화과에 속한 식물이라 아름다운 구석이 있다. 다가가 보면 더 그렇다.
- 이 꽃은 집부근의 돼지감자꽃들처럼 키가 높았지만 산기슭의 다른 돼지감자꽃들은 다 야생화(野生化)되어서인가 키가 낮았다. 생각해 보니 모든 식물은 원래 야생에서 시작된 것이라 이들 돼지감자들이 "야생화(野生花)"로 되돌아간 것이라 여겨졌다.
- 산기슭의 야생화된 돼지감자는 이처럼 키가 낮다.
- 얘넨 어떻게 이 산기슭까지 올라와 사람 사는 동네를 내려다보며 살게 된 건지...
- 이젠 누가 봐도 야생화로서의 돼지감자이다. 이의 덩이줄기(감자)는 산돼지의 먹이가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