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를 찾아서...
- 백일홍 밭 속의 코스모스
요즘은 꽃들도 계절을 잃어 제철의 꽃을 봐도 감흥이 적다. 온실에서 꽃을 키우기도 하고, 온난화로 꽃들이 계절을 헷갈려 피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철에 정상적으로 피어나는 꽃이 그 환경에 맞으니 가을맞이 꽃은 아무래도 "가을의 전령(傳令) 코스모스"라 할 것이다.
이제 가을이 되어 코스모스가 많은 곳을 찾아갔다. 경기도 남양주의 구리시민공원이다. 이 한강공원은 봄엔 유채꽃축제, 가을엔 코스모스축제를 벌이는 장소이기도 하다.(사실 요 몇 년은 가보질 못 해서 그 축제가 그간 계속되었는지의 여부를 모르겠다.) 어쨌든 그곳에 가면 가을 하늘 아래 한들거리는 코스모스가 있으리라 싶어서 갔다.
- 왕숙천변 둔치의 시민공원은 백일홍 천지다.
그런데... 코스모스는 별로 없었다. 구리쪽 한강시민공원이 아닌 수택리(水澤里)쪽 왕숙천(王宿川) 부근의 주차 사정이 좋아서 그리로 갔는데, 거긴 온통 백일홍 밭만 있고, 그안에 아주 드문드문 코스모스 몇 송이가 피어있을 뿐이었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피는 백일홍이야 많이 보아왔기에 특별한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여러 개의 넓은 밭을 백일홍 군락으로 만들어놓으니 장관이긴 했다. 나중에 보니 코스모스 군락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기는 했다. 몇 개의 밭 가득 그걸 심어놨는데, 코스모스가 키는 크지만 꽃이 전혀 피어있지 않았다. 좀 더 가야 필 모양이고, 핀 꽃은 늦가을까지 갈 듯하다.
- 왕숙천변의 새로 돋아난 갈대의 꽃이삭들. 왕숙천은 한 때 오염돼 있었다고 하던데 이젠 완전히 살아난 것 같다. 아주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었고, 가끔 물고기들이 물 위로 뛰어오르는 게 보이기도 했다.
그곳에서 보며 좋았던 건 왕숙천 여기저기에 푸른 왕숙천 물을 배경으로 피어난 갈대꽃(꽃이삭)들이었다. 갈대라면 주로 겨울 한파에 시달리며 하얗지도 않고 거무튀튀한 색깔로 흔들리는 것만 본 듯한 이미지를 가져왔다. 그런데 갓 피어난 갈대 줄기와 꽃이삭은 반들거리는 윤기까지 가지고 있어서 아주 새롭고도 보기 좋았다. 내 맘 속에서 갈대의 이미지가 변화하는 것이 느껴졌다.
"왕이 잔 곳 부근을 흐르는 천"이라는 의미의 왕숙천은 태조 이성계가 상왕일 때 남양주의 팔야리(八夜里)에서 8일간 유숙하고, 또 내각리(內圍里)에서 별궁을 짓고 있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크지 않은 천(川)이라 생각했고, 내 머릿속엔 작은 "내"란 느낌으로 남아있는 물인데, 거기 "고향의 강, 왕숙천"이라 쓰여있는 안내판을 보며 좀 의아했다. '강이랄 만큼 큰 천이었나?'하는 생각을 하며 미사강변도시 건너편이자 남양주의 미음나루에 인접한 한강의 미호(渼湖)와 연결된 천을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꽤 넓기는 했다. 거긴 한강자전거길 바로 옆이라 꽤나 많이 지나치던 곳인데도 자세히 본 일이 없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 위에 구리타워가 보인다.
고향의 강
왕숙천 王宿川
Wangsukcheon
왕숙천은 포천시 소흘읍에서 발원하여 남양주시 진접면 부평리·장현·내각리· 내곡리를 지나 시의 북쪽으로 흘러 동쪽을 돌아 한강으로 흘러가는 하천이다.
태조 이성계가 상왕일 때 팔야리(八夜里)에서 8일간 유숙하고 또 내각리(內圍里)에서 별궁을 짓고 있었다고 하여 왕숙천(王宿川)으로 이름 붙여진 것이라고 전한다. 세조의 광릉 안장 후 "선왕이 영숙(永宿), 즉 길이 잠든다."는 뜻에서 왕숙천이라 한다고도 전한다. 지역 주민들은 흔히 '왕산내'라고 부르는데 이는 동구릉과 관련한 지명이다.
하천 주변으로는 태조가 여덟 밤을 기거하였다고 하여 팔야리(八夜里), 내각들이 내려와 태조를 모셔갔다고 하여 붙여진 내각리(內閣里) 등이 태조와 관련된 지명이다.
예로부터 이 지역은 풍수지리학적으로 그 입지가 좋아 동구릉과 광릉 이외에도 조선왕조의 왕족과 연관된 능묘들이 산재해 있어 가히, 조선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하천이라 할 수 있다.
그 부근엔 뚜렷한 지형지물이 구리타워인데, 그게 쓰레기 소각장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그것과 왕숙천 사이에 "수택지(水澤池)"가 있다. 그곳 수택리(水澤里) 주변은 예로부터 물이 많고 늪으로 둘러쌓여 수택이란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여기에 전에 없던 "수택지(水澤池)"가 생겼다. 두 개의 작은 연지(蓮池, 연못)이다. 수택리 고유의 특성을 살려, 과거 수해로 인한 역사를 기억하는 생태습지 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라 한다. 이 연지엔 큰 연꽃은 없고, 작고 아름다운 수련(睡蓮)들만 자라고 있었다. 오후에 갔으나 너무 늦지 않아 한자로 "잠자는 연꽃"을 의미하는 수련들이 아직 꽃잎을 열고 있었다.(얘네들은 늦은 오후에 꽃잎을 모두 닫고 잠에 빠진다.) 작은 연지엔 물옥잠과 부들을 함께 심어놓아서 매우 운치가 있었다. 물옥잠은 신비로운 파란색 꽃을 피우고 있었고, 부들은 소시지처럼 생긴 갈색의 꽃이삭을 달고 있었다.
수택지(水澤池)
Sutaek-ji
수택리(水澤里) 주변은 예로부터 물이 많고 늪으로 둘러쌓여 수택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주변의 범람원과 배후 습지로 인해 수택리 인근에는 취락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 하였는데, 일제강점기 이례적인 홍수 이후로 촌락이 더욱 축소되었다.
1986년 구리읍이 시로 승격되면서 수택동이 되었으며, 꾸준한 하천정비 사업과 교통에 유리한 입지로 상권이 발달하고, 택지개발사업이 시행되면서 오늘날에는 왕숙천 유역의 대표적인 지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수택지(水澤池)"는 수택리 고유의 특성을 살려, 과거 수해로 인한 역사를 기억하는 생태습지 공간이다.
- 수련 두 송이 - 오후라 천천히 꽃을 닫아가는 듯했다. 수련(睡蓮)이 잠자야할 늦은 오후를 향해 가고 있으므로...
항상 자전거를 타고 바쁘게 지나가던 왕숙천변을 함께 데리고간 우리집 말티즈 줄리(Julie)와 오래 걸었다. 가져간 물을 세 차례나 줄리에게 주었을 만큼 더워했다. 자전거길 옆엔 걷거나 뛸 수 있는 폐타이어 칩을 이용해서 포장한 길이 조성되어 있어서 좋았다.(자전거들이 많이 지나다니므로 자전거길로 걸으면 위험하다.) 시민공원의 아름다운 꽃밭, 눈앞에 펼쳐지는 한강, 왕숙천의 푸른 물과 주변의 능수버들, 그리고 갈대가 보이는 주변 환경이 걷고 싶게 만들었던 것이다. 열흘 이상 지나면 이곳의 코스모스 꽃밭도 하늘대는 수많은 꽃들로 장관을 이룰 것이니 그 때 다시 찾아와야겠다.
- 왕숙천에 비친 가을 하늘. 왕숙천 양편은 한강자전거길이다.
Gallery
- 구름 많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한 갈대
- 코스모스를 심은 밭엔 꽃이 전혀 안 보이고, 현재는 백일홍 밭에 드문드문 코스모스가 몇 송이씩 보인다.
- 전에도 구리한강시민공원에서 이런 표지를 본 일이 있는데, 뱀이 있기는 한 모양이다.
- 백일홍밭인데 잡풀들과 얽혀있었다. 약간 지저분한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자연스럽긴 했다.
- 연지 주변의 잔디를 가꾸느라 날린 풀들이 연지 안으로 날아들었다.- 연지 주변엔 갈대와 부들이 심겨있었다.
- 오히려 아직은 흔치 않았던 코스모스
- 부들 사이로 보이는 작은 수련꽃들
- 소시지 같은 부들의 꽃이삭들이 보인다.
- 수련은 한 송이만 보여도 예쁘다.^^
- 잔디 깎은 후라... 연지 주변의 잔디를 깎은 후에 날아든 게 많다. 그래도 수련은 예쁘다.
- 물옥잠의 신비로운 파란 꽃
- 숨은 그림 찾기 / - 잘 찾아보면 뭔가 보인다. 마치 보호색 같은...^^
-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와 비슷해 보이는 우리나라의 텃새. 이 오리는 왕숙천이나 중랑천 등지에서 많이 보인다.
- 눈에 지진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수련의 화려한 자태. - 나른한 햇볕 아래 한가히 흔들리는 강아지풀
- 금계국들이 진 지 오래인데 어쩌다 이렇게 보이기도 한다.
- 한강자전거길 중 왕숙천교. 맑은 가을날. 흰구름에도 눈이 부시다. 오히려 물이 하늘을 닮는 가을.
아래 양평 세미원 사진도 그렇고
간만에 사이트 들어왔는데 힐링하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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