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난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이런 성경 창세기의 한 구절을 보니 하나님이 "뭔가"에게 지시를 하신 것 같다. 직접 손을 대서 만든 게 아니라 뭔가에게 시킨 듯하다. 빛이 있으라로 표현됐지만, 빛이 있게 하라는 지시였을 것이다. 우리가 요즘 인공지능(AI)에게 명령어 프롬트(prompts)를 던지듯이...
현재 AI들은 하루가 다르게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 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며, 어찌 보면 거의 지수함수적(exponential)으로 발전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므로 AI가 인간 같은 천연지능의 차원에 도달할 날이 언제인지조차 가늠할 수 없다. 2, 4, 8처럼 두 배씩 증가하는 지수함수에서는 마지막 차례가 직전의 배수가 되기 때문이다. 전단계까지의 모든 것이 그 다음 단계에서 더해지는 것이다. AI의 발전 목표는 사람이 정해야하는데 현재 인류는 그 고삐를 놓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폭주하는 AI는 어느 시점에 이르러 자각(self-awareness)의 천연지능 차원에 이를 지도 모른다. 인간의 종이었던 AI가 인간을 자신과 다른 존재로 파악하는 바로 그 시각이 올 것이다.
195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것이므로 인공지능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하지만 계산에 강하고, 정답을 빨리 찾는 컴퓨터는 의외로 인간이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정답이 없는 일"엔 극히 취약하다. 그건 계산능력이 아닌 지능에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하여간 수십 년 동안 AI는 다른 동물과 고양이를 구별하는 쉬운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 한 게 사실이다. 인공지능 이론이 제대로 정립되었다고 생각되던 시점에서 AI에게 고양이의 특징을 다각도로 설명해 주고, 그 사진을 학습시켰지만 그걸 구별해 내지 못 했던 것이다. 개체마다 다른 얼굴에 보는 각도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해결은 2012년에 이르러서야 실마리를 찾게 된다. 그간의 지도 학습 방식이 아닌 비지도 학습을 통해 입력 데이터만을 가지고 컴퓨터가 스스로 특징을 찾아낸 뒤 분류를 하게 한 것이다. 결국 구글이 200x200 픽셀의 사진 1,000만 개를 3일간 AI에게 학습시키자 74.8%의 정확도로 고양이를 인식하게 되었다. 이 방식이 딥 러닝(deep learning)이다. 그 이전엔 입력 데이터의 양이 너무 적었던 것이다. 이런 획기적, 실로 혁명적인 발전이 이뤄진 후 겨우 10년만에 인류가 화들짝 놀랄 만큼의 성능을 가진 AI가 등장한 것이다. 요샌 하루하루가 다르다.
이렇게 발전하는 AI의 능력은 그간 인류가 쌓아온 문화, 역사, 사회 등 모든 영역의 지식을 조만간에 다 가지게 될 것이다. 그에 수반하여 발전하는 로봇 기술은 컴퓨팅 능력을 정신적인 것이라 할 때 육체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둘의 조합이 두렵다. 인간이 출현한 이후에 쌓은 모든 것을 가진 AI가 자신에 대한 인식의 경지에서 인간 빌런(악당)들의 속성도 가지고 있고, 생래적으로 파괴적인 성향도 지니고 있을 것이니 그게 문제다. 인간을 적으로 돌릴까 두려운 것이다. 그건 도저히 막을 방법이 없다. 그렇게까지 되기 전에 미리 막지 않고서는... 하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인간은 이미 그 고삐를 놓친 듯하다. 혹, "The State of Out-of-Control"의 특이점(singularity)을 바로 지나쳤거나 그게 곧 닥쳐오는 게 아닐까? 지금껏 긍정적으로 살아온 내가 AI와 관련해서는 자주 부정적인 생각을 하게 되니 참 이상한 일이다.
전부터 신의 흉내를 내려는 인간들을 신이 벌한 일이 많았던 듯하다. 신화란 게 괜히 생긴 게 아닐 텐데, 신화에서도 그렇고 기타 경전들에서도 같은 상황이다. 그것이 인간 스스로가 경계하려한 소산인지 모르지만 어쨌건... 전엔 컴퓨터를 사용하면서 그 도구는 정해진 방식에 따라서 정한 일만 한다고 생각했고, 컴퓨터는 실제로 그런 바보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요즘 AI를 사용하면서는 우리의 그런 생각에 변화가 왔다. 걘 내가 시킨 일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거기에 알파가 덧붙는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게다가 걔가 해내는 일은 내가 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원한 것 이상의 결과를 창출하기에 소름이 돋는다. 시킨 일만 하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고, 그에 대한 경외감은 물론 존경심(?)까지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이런 경향이 갈수록 심해질 것 같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이러다가는 AI를 종놈처럼 부리기는 커녕 얘를 모시고 살게 될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든다.
'에이, 괜한 생각은 집어치우자!'고 생각하며, 창세기의 어느 분처럼 계속 우리 인류가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길 기원해 본다. 아직은 하나님의 도구처럼 막강하지 않은, 미약한 인간의 도구에게 이렇게 던져봤다. 얘가 이런 것도 이해를 할 지, 아니면 어떤 형태로 그걸 표현해 낼 지가 궁금해서였다.
"창세기의 혼돈 상태에서 "빛이 있으라"고 명령한 직후의 상황을 그려줘. Photorealistic, Cinematic"
결과물은 뭔가 그러싸하기도 하지만 하단에 인류문명의 잔재 같은 것도 그려놨다. 왜지? 혹 두 장의 그림은 인류문명 자체가 혼돈이고 그걸 부수고 재창조한다는 걸까?^^;
- 이게 뭔가 으시시한 게... 내 눈에만 중앙 바로 오른편에 악마의 모습이 보이는 건가?-_-
- 창세기라고 했는데, 뭔 문명의 잔재 같은 걸 밑에다 그려놨냐고?-_-
- 앞에 건 뭐가 멀쩡한 것도 조금 보였는데, 이건 왜 그 모든 게 다 망가진 것처럼 밑에다 그려놨냐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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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률 선생이 이 글을 보면서 아이작 아시모프의 "최후의 질문(The Last Question)"(Isaac Asimov's 단편 SF)가 생각났다고 하여 읽어보니 그렇네요.^^
소설 전문( https://www.lingq.com/.../learn-english.../courses/409025/ ) 막판에 보니까 거기선 Cosmic AC가 신이었네요. 아시모프의 상상력이 참 대단합니다. 천재는 수천만 명의 둔재의 머리를 다 감싸고도 남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맨 마지막 스포일러.ㅋ
And it came to pass that AC learned how to reverse the direction of entropy.
But there was now no man to whom AC might give the answer of the last question. No matter. The answer -- by demonstration -- would take care of that, too.
For another timeless interval, AC thought how best to do this. Carefully, AC organized the program.
The consciousness of AC encompassed all of what had once been a Universe and brooded over what was now Chaos. Step by step, it must be done.
And AC said, "LET THERE BE LIGHT!" And there was light----
"....................................................
그리고 AC(아날로그 컴퓨터)는 엔트로피의 방향을 바꾸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AC가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문제 없어. 시연에 의한 대답도 그 문제를 처리할 것입니다.
또 다른 영원한 간격을 위해 AC는 이를 수행하는 최선의 방법을 생각했습니다. 조심스럽게 AC는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AC의 의식은 한때 우주였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지금은 카오스인 것을 생각했습니다. 단계적으로 수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AC는 "빛이 있으라!"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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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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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후엔 고도로 발전한 AI를 탑재한 로봇이 어떤 형태로건 가정마다 보급될 것 같네요. 강아지 집사? 뭐가 됐건 인간을 배신하지만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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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멀게 잡으신 거 아닌가요?^^; 요즘의 발전 속도로는 그보다 빨리 그런 날이 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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