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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에 갈 때마다 '겨울이 갔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좋던 설질이 다 사라지고 처덕대는 눈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스키장에 오가는 고속도로에서는 봄만을 느낀다. 3월 1일에 서울 근교의 스키장이 폐장을 하니 22/23 스키 시즌의 종말과 함께 겨울이 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월 28일, 집사람의 덕소 피노키오정형외과 진료를 위해 가는 길이었다. '봄이 가까우니 이제 개나리보다도 먼저 꽃을 피우는 영춘화(迎春花)가 피었겠구나.' 싶어서 일부러 암사동 뒷길로 접어들었다. 그곳 어느 연립주택 앞에 내가 아는 유일한 영춘화가 피어있기 때문이다. 난 영춘화를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는 본 일이 없다. 아래 사진과 같은 광경을 기대하고 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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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마치 개나리를 보는 듯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그와는 전혀 다른 꽃이다. 영춘화란 이름의 한자로 쓰면 "迎春花"인데, 그말 자체가 "봄을 맞이하는 꽃"이다. 개나리나 철쭉보다는 몇 주나 앞서서 피니 실로 봄맞이꽃임이 분명하다. 이 아름다운 꽃을 다시 본다는 즐거움을 가지고 찾은 암사동 뒷길에서 내가 본 것은 움도 트지 않은 영춘화의 마른 줄기였다. 기대와 다르니 실망이 컸다. 위의 두 사진은 몇 년 전에 찍은 것인데, 이 사진을 찍은 날짜를 보니 3월 10일이었다. 열흘여를 앞서 달려갔으니 그 꽃이 있을 리가... 거길 지나 덕소로 향하는 길가의 나무들을 살펴보니 어느 나무도 움이 튼 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알았다. 겨울은 갔지만 아직은 봄이 아니라는 걸... 

 

하긴 3월 1일로 스키장을 닫아도 스키장이 완전히 닫히진 않는다. 소위 "스프링(봄) 시즌"이라하여 각급학교의 봄방학 같은 유예기간이 있다. 열흘간 스키장을 더 여는 것이다. 스키 시즌권을 가진 사람에겐 무료로 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겐 하루에 2만 원을 받는다. 스키장은 겨울이 가는 게 아쉬워 "봄 시즌"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나 스키장에선 여전히 겨울이다. 서울 근교 스키장의 인공눈은 4월 후반까지 남아있다. 어쨌든 겨울은 갔거나 가는 중이고, 아직 봄은 안 왔다. 

 

집사람이 진료를 받는 동안 난 덕소라 불리지만 실제로는 도곡리인 그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전에 한 번 찾았던 조선의 세도가인 충렬공 박원종(忠烈公 朴元宗)의 묘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당시엔 박원종 가문(순천박씨)이 "조상의 신주(神主)를 모셔 놓은 집"인 사우(祠宇)로 도곡리에 세운 세덕사(世德祠)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그 땐 세덕사 주위에서 묘역이 보지 못 했다.(못 찾은 것이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묘역이 세덕사 부근에 있다고 하여 다시 가보았다. 이번에 가서 찾아보니 세덕사의 남서쪽에 문인석과 석등 등이 세워진 큰 묘 몇이 보였다. 가보니 그게 박원종의 아버지와 박원종, 그리고 그 아들이 묻혀있는 묘역이었다. 거기 박원종을 위한 신도비(神道碑)도 있었다. 신도비는 아무나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임금이나 종이품 이상의 벼슬아치의 무덤 동남쪽 큰 길가에 세운 석비(石碑)가 신도비이다. 중종반정을 일으켜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을 옹립한 공신이기에 신도비까지 세워준 것이니 당시의 그의 권세가 얼마나 대단했을지 알 만하다. 

 

http://www.suncheonpar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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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소(도곡2리)에서 도곡1리의 세덕사로 향하다 보니 세덕사에서 조금 못 미친 곳에 박원종 묘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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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종 신도비가 보인다. 신도비의 오른편 멀리 보이는 한옥이 세덕사이다.(전에 세덕사에 갔을 때는 비닐하우스만 주위에 있어서 눈길이 이곳까지 미치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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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렬공 박원종 묘역

忠烈公 朴元宗 墓域 경기도 기념물

 

조선 전기 무신이자 중종반정 공신인 박원종의 묘이다. 박원종은 조선 성종 17년(1486) 무과에 급제하였다. 연산군의 신임을 받아 동부승지, 좌승지 등의 벼슬을 지냈으나 점차 연산군의 미움을 받아 1506년 벼슬과 품계를 빼앗겼다. 그해 성희안 유순정 등과 함께 중종반정을 모의해 연산군을 폐하고 중종을 임금으로 받들어 모셨다. 그 공으로 정국공신에 올라 우의정이 되었고 세상을 떠난 후에는 중종의 종묘 제사에 모셔졌다.

 

묘역의 가장 아래에는 박원종 신도비가 있고 그 위로 박원종의 아들인 박문의 묘와 박원종의 묘가 차례로 있다. 서쪽에는 부친 박중선(봄)의 묘가 있다. 1511년에 건립된 박원종 신도비는 비석 머리에 있는 용 모양 조각이 매우 뛰어나 16세기 신도비의 기준이 되는 작품이다. 신도비는 종2품 이상의 공신이나 훌륭한 학자에게 허용되었던 것으로 죽은 이의 업적을 기록하여 무덤의 동남쪽에 세웠다. 

 

* 정국공신: 조선 중종 대인 1506년, 연산군을 내쫓고 중종을 추대한 공신들에게 내린 칭호

 

Tombs of Bak Won-jong's Family Gyeonggi-do Monument

 

These are the tombs of the family of Bak Won-jong (1467-1510), a military official of the Joseon period (1392-1910). The tomb of Bak Won-jong is located on the lowest part of the hill, while the tombs of his father Bak Jung-seon (1435-1481) and his son Bak Un (1493-1562) are to the west of and behind Bak Won-jong's tomb, respectively.

 

Bak Won-jong passed the state examination in 1486 and served various official posts during the reign of King Yeonsangun (r. 1494-1506). However, he was deprived of his posts several times by the tyrant king, In 1506, Bak aided King Jungjong (r. 1506-1544) in taking the throne, for which he was made a meritorious subject, In 1509, he was promoted to chief state councillor, the highest position in the government.

 

At the entrance to the tomb area is a stele recording Bak Won-jong' s lie and achievements, It was erected in 1511, and its capstone is elaborately carved with dragon designs, displaying the typical style of steles made in the 16th century.

 
* 이 설명문엔 박원종의 벼슬이 우의정까지만 표기되어 있는데, 박원종은 좌의정, 우의정, 그리고 나중에는 영의정까지 역임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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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박원종을 위한 신도비의 상단에 있는 용무늬가 훌륭한 것이라 당시 이것이 다른 신도비를 만들 때 모델이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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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의 비문은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비각이 필요한 것인데 그게 없어 이런 유물이 손상되고 있으니 참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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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도비 동쪽으로 보이는 높은 산들은 앞은 적갑산이고, 뒤는 아마도 운길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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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쪽에 박원종 아들 박운의 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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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운의 묘비와 문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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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우 특이한 비석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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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종의 묘(그 뒤에 아버지 판중추부사 박중선의 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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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인석 뒤의 소나무가 꽤 크고 운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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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대단히 인상적인 문인석이 보인다. 이처럼 기골이 장대한 문인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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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명등(석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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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원종의 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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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의 사진에서 약간 각도를 달리해서 다시 찍었다. 

 

이 묘역을 둘러본 후에 전에 본 세덕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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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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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세덕사우 건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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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문에 쓰인 것은 "숭모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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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덕사 내부(문이 닫혀있어서 담장 너머로 카메라를 들고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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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 떨어져 옆에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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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위로 올라와 찍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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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덕사에서 남서쪽의 박원종 묘역을 바라본 것이다. 

 

집사람의 진료가 끝난 후에 집으로 가는 길에 암사동의 암사선사유적지에 들렀다. 이 유적지는 멀리 아파트들이 보이는 암사동의 옛동네와 88올림픽도로의 사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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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보이는 아파트. 중간에 암사동의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한 주택단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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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사유적지 한 켠엔 주차장이 있다. 그 한 켠에 매점이 있었다. 아들녀석이 중학교 때 겪은 난청으로 양평에서 훈련소 생활을 하고, 당시 천호2동의 동회에서 방위 근무를 했었는데, 보직이 암사선사유적지 매점의 매점병(?)이었다.-_- 그래서 거길 가봤더니 당시의 매점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카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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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일인데 이 카페는 성업 중이었다. 손님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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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사유적지는 선사시대의 움집 등이 복원되어 있는데, 움스프렌즈란 캐릭터들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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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나무들 사이로 여러 개의 움집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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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전화 부쓰가 있는데 요즘도 공중전화가 사용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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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적지 안에는 "암사동 선사유적 박물관"이 있다. 

 
고고학박사인 집사람은 대학원시절에 이 유적지를 발굴한 경희대박물관 연구원 중의 하나이다. 발굴작업이 끝나고 이 일대가 암사선사유적지로 단장을 한 후에도 우리는 이 유적지에 몇 번 들러본 적이 있다. 오랜만에 유적지를 둘러보고 집으로 왔다. 이 유적지의 수많은 나무들도 사철나무나 소나무를 빼고는 초록색이 돌지 않고 있었다. 아직 봄은 멀리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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