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들렀던 병원에 다시 왔다. 집사람의 두 번째 진료를 위해서이다. 그런데 오늘 보니 이 병원의 이름이 지난번 포스팅에내가 쓴 “강동경희한방병원”이 아니다.^^; “강동경희대학교병원”이다. 그리고 진료과목이 한방 뿐이 아니라 (서양) 의과, 치과를 망라하고 있다.
내가 알기로는 전엔 강동경희한방병원이었는데 이게 바뀐 모양이다. 분명 전엔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의 분원이었었다. 내가 세상바뀌는 걸 못 따라가는 모양이다.^^;
첨부 사진은 현재 경희대학교의 엠블럼(교표)이다. 이건 경희대 출신의 올드 보이(OB)들에게는 낯선 것이다. 전엔 올리브 잎사귀가 감싼 세계지도 모양에 대학이란 글자가 한자로 들어가 있는 형태였었다. 이건 경희대 설립 이후 1990년대까지 계속 사용되어 온 경희대의 전신 신흥대학의 유산이 살짝 남아있는 교표였다. 만주 신흥무관학교의 얼을 담은 신흥대학의 교명을 바꿔 경희대로 재창립한 첫 총장인 고 조영식 박사가 유엔의 이념을 숭앙하며 그 상징을 추가한 것이다.
경희대의 교표는 차남인 조인원 전 총장 시절에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다. 내가 경희대를 떠난 이후에 바뀐 것이라 그 연유는 잘모르겠지만 윈래의 뭔가 고리타분해 보이는 교표에 비해 이 디자인이 산뜻하고도 멋지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난 저 도안이 경희대의 새 교표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저 도안은 원래 고 조영식 총장께서 유엔 세계평화의 날(UN Int'l Day of Peace, the Third Tuesday of Every September))과 해(Year of Peace, 1986)를 창시하고, 그걸 코스타리카 정부(당시 Rodrigo Carazo Odio 대통령)를 동원하여 제36회 유엔총회의 의결을 하게 하는데 성공한 후에 만든 것이다. 이 도안을 확정하던 자리에 당시 조 총장님의 비서실장이던 나도 함께 했었다. 이 도안은 당시 경희대학교 사범대학 미술교육과의 양규희 교수께서 조 총장님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디자인하신 것이다.
언뜻 보아도 이것이 책, 올리브, 지구, 비둘기, 횃불, 그리고 사람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인 의미는 이 학교(교육)를 통해 평화로운 지구세계를 만들고 경희인이 이의 선봉이 되자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상징성 만으로는 부족하여 올리브 리쓰(wreath)와 횃불 아래 이런 문구를 써 놓았다.
“The World is a Global Village and the Peoples of the World are One Human Family. May We Strive for Peace and Humanity with the Spirit of Global Cooperation Society.”
“세계는 지구촌이고 세계인은 하나의 인간 가족이다. 우리가 지구협동사회의 정신으로 평화와 인류애를 위해 노력하기를...”
이 문안에서는 세 가지의 문구들이 눈에 띈다. 하난 “글로벌 빌리지”(지구촌)이다. 이 말은 캐나다의 미디어 학자인 마샬 맥루한이 TV 시대의 출현으로 전세계가 동시에 하나의 현상을 목도할 수 있게 되어 세계가 하나의 촌락으로 변했다는 걸 빗댄 극적인표현이다. 또하나는 ”원 휴먼 패밀리“이다. 이것은 중국 전통의 유가사상에서 이 세상을 일컫는 말로서 사해일가(四海一家), 즉온세상이 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영어로 표현한 말이다. 마지막 한 가지는 “글로벌 코우아퍼레이션 소사이어티“이다. 앞서의 두문구들이 가진 뜻과 다르지 않은 사회로서 작은 행성지구(Planet Earth)에서 한 가족으로 살아가되 평화와 인류애에 기초한 이상사회를 만들자는 뜻을 담고 있다.(이는 또한 조영식 박사가 주도한 “밝은사회운동”의 사상을 영어로 표현한 문구이기도 하다. Brighter Society Movement가 추구하는 이상사회의 이름/GCS이다.)
이 도안은 당시 경희대의 제3캠퍼스로 창학한 평화복지대학원(GIP) 로비의 벽면을 장식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고, 실제로 그곳에 장식되어 있다. 아마도 조 총장님의 차남이 아버님의 창학정신이 집약된 이 도안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이걸 새 교표로 정하게 된 것이 아닌가한다. 내가 조 총장님의 English Correspondence와 외무를 담당하면서 함께 일한 분이 당시 대학원장이던이원설 박사(사학과)와 김관봉(정외과) 교수였다. 총장님의 연설문을 영어로 번역할 때 내가 세계란 촌티나는(?) 평범한 표현을피하고, 폼나게 이런 단어를 쓰자고 제안했었다. 그 단어가 맥루한의 글로벌 빌리지이다. 이건 뭐 나 같이 미디어를 전공한 신문방송학과 출신이면 1970년대부터 지겹게 사용했으나 1980년대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했던 표현이다.
오늘 다시 이 병원에 들르면서 추억의 편린을 이제 경희대의 교표가 된 저 도안에서 찾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세 분은 이제 다가시고 없다. 이 풍진세상(風塵世上)에 산천은 의구(依舊)하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
집사람이 진료를 받는 동안 병원 로비의 엔젤리너스 커피 샵의 한 테이블에 앉아 추억을 돌이킨다.^^;
KOSA 박사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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