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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아래 글을 썼다. 

 

"모교 경희대 캠퍼스의 변화를 사진과 글로 기록하다." ( https://www.drspark.net/sp_freewriting/5368116 )

 

근데 이런 추억을 상기시키는 글에 대해 많은 분들로부터 전화연락을 받았다. 좋은 글을 써줘서 고맙다는... 어떤 분들은 이 글의 링크를 108학군단(경희대 ROTC) 모임 밴드에 올리기도 하고, 어떤 분들은 경희대 졸업생 단톡방에 올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경희대박물관장이자 경희대의 역사를 보존하고자 만든 경희기록관의 관장이기도 한 김희찬(金希燦) 박사(고고학 전공)께서 자신이 모르고 있던 사실(史實)들이 많으니 꼭 한 번 자신을 만나달라는 전갈도 해오셨다. 동문인 정진섭 변호사는 사진이 좋다며 본인이 책임을 맡고 있는 장학재단 홈페이지에 그걸 좀 쓰게 해달라는 댓글 요청도 해오셨다.

 

그런 분위기를 보면서 난 가볍게 쓴 글이나 그걸 읽는 분들은 의외로 진지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그날 찍은 사진에 대충 내가 느낀 바를 적고, 사진마다 그에 해당하는 캡션을 적었던 것이기에... 그래서 처음에 썼던 글을 많이 수정 보강했다. 그리고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거기 내 캠퍼스 커플 고(성애) 박사의 사진 두 장을 넣기도 했다.^^ 이번에 모교를 방문해서 찍은 교시탑과 노천극장 사진 아래 집사람의 사진을 넣은 것이다. 하난 집사람이 대학 3학년이었을 때고 또하난 대학원 재학 중의 사진이니 1975년과 대략 1978년의 사진이다. 두 사진들을 비교하니 집사람의 사진 자체가 하나의 역사가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사람과 나는 젊은 시절에 만나 이날까지 잘 살아오고 있는데, 집사람의 앨범에서 나온 사진을 보며 새삼 '이 여자가 이런 모습이었던 때도 있었구나!'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추억은 아름답다. 그때는 우리 둘의 화양연화(花樣年華),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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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나와 캠퍼스 커플이던 집사람(고성애)이 대학 3학년 때의 사진이다. 이 땐 지금과 달리 교시탑 잔디밭 주위를 막는 흰색의 차단용 설치물이 없어서 이렇게 교시탑 위 잔디에 앉아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엔 학교에서 인정하는 공식 사진사 한 분이 교시탑 주위에 있다가 원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유료로) 찍어줬다.(당시엔 자신의 카메라를 가진 사람들이 거의 없던 시절이어서 대개 프로 사진사들에게 사진을 부탁해야했다. 칼라 사진이 등장한 것도 70년대 초반이다. 오래된 사진이라 색상이 바랬는데 희한하게 붉은 색조가 많은 사진이 되어 버렸다. 원래는 붉은 색이 가장 빨리 날아가 버리는데...) 그러고 보니 집사람 뒤에 있었던 영산홍(映山紅)은 지금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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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에 건립된 교시탑이다. 한국전쟁 직전에 경희대학교가 창립되었다. 그게 1949년 5월 18일이다. 나중에 5.18 광주사태와 겹쳐지는 날이 되어 창립일의 의미가 퇴색되긴 했지만 그 날짜이다. 그래서 1980년 이전엔 대내외적인 대학 창립일 행사들이 거행되곤 했는데, 그 이후 90년대초까지는 그런 행사들이 대폭 축소되어버렸다. 지금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다. 경희대 창립 직후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오랫동안 한국은 지독한 경제난, 정치난을 겪었다. 그런데 경희대가 그 당시에 교시를 "문화세계의 창조"로 정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문화"를 논하다니? 사실상 이 당시의 "문화"란 단어는 상아탑 안에서나 쓰일 말이지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았다고 한다. 이 탑의 맨 꼭대기엔 대학의 교표(emblem)가 자리하고 있다. 맨아래의 네 개의 축은 럭비선수들이 스크럼을 하는 자세를 닮게 디자인한 것으로 단결과 일치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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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0년대 후반의 경희대학교 노천극장과 아스팔트 테니스 코트. 캠퍼스 커플이었던 당시의 내 여자친구(이며 지금은 내 안사람) 고성애의 모습이다. 집사람 역시 고고학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모교에서 받았다. 이때는 우리가 로드 레이버, 존 뉴캄, 크리스 에버트, 이본느 굴라공 등의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에 반해 이 운동에만 전념하던 시절이다. 그 열정은 나브라틸로바와 빌리 진 킹의 전성기에 집사람의 테니스 엘보우로 어쩔 수 없이 사라졌다. 저 아스팔트 코트에서 당시의 국가대표 테니스 선수인 이덕희 씨의 지도를 받기도 했는데, 그건 이 선수가 우리와 함께 경희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덕분이었다. 내가 그녀의 석사논문 영문 초록을 번역해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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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사 중인 1950년대 말의 노천극장(1959년 완공). 뒤쪽 오른편 멀리 보이는 산이 용마산으로서 더 오른편의 아차산과 연결되어 있다. 용마산 왼편에 망우리고개가 있는데 거길 넘어가면 교문리가 나온다. 이문동과 회기동이 거의 허허벌판이고, 중랑천변에도 집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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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싱글기어     하종섭  
Comment '2'
  • ?
    맹수 2022.08.07 21:34

    1950년대 찍은 용마산, 아차산 사진이 참 인상적이군요. 지금은 캠퍼스의 높은 건물에 눌려서 작게 보이겠지만, 당시에는 주변이 황량하여 산이 크고 가까이 보였을 거 같습니다. 

  • profile
    Dr.Spark 2022.08.08 13:34

    경희대 노천극장의 건축 모습을 찍은 오래된 사진을 보며, 저도 그 뒤의 풍경이 더 신기했습니다.^^ 용마산 왼편에 움푹 들어간 망우리/교문리로 향하는 달구지길이 있음직한 그곳도 많은 상상을 하게 했습니다. 지금 현재는 노천극장에서 애당초 새로 들어선 건물들 뒤의 풍경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쉬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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