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영화 '클래식'을 다시 보다.
당신이 왜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면...
사실... 나는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냥 좋은 거니까...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함께 있으면 느낌도 특별하고
같이 걸으면 세상이 밝아오고
함께 걸으면 주변이 환해지는데
같이 보기만 해도 세상이 특별함으로 가득해지고
심지어 함께 호흡하는 그 공기 마저도 새로운데...
그래서 나는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늘 당신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탓으로 할 일 없어 방바닥을 뒹굴거리다가
예전 영화를 우연찮게 한 편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클래식'
그때는 이유도 없이 만났는데
그냥 보고 싶고 그냥 함께 하고 싶고...
지금은 이유가 있어.
'그리워서...'
그래서 더 보고 싶다.
'사랑해서...'
그래서 더 함께 하고 싶어.
영화 속 월남 파병 장면...
여자는 애써 외면하는 남자를 향해 울면서 소리친다.
"꼭... 살아서 돌아와야 해"
영화와는 다르게 실상 사랑하는 이들로부터 환송을 받으며 떠나는
여유도 애절함도 없었다고 한다.
'얼마나 낯설고 두려웠을까?'
그냥 하루... 하루...였던 것 같아...
나를 억누르던 빚과 짐이 너무 많아
꿈도, 희망도 가질 수 없던 시기...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또 버텼던
그런... 날들이었어.
누군가 나를 이 구렁텅이 속에서
쏙 빼내주었으면 하고
간절히 빌고 빌었던 그런 나날들...
그렇게 아버지의 오래된 사진첩을 잠시 들춰보게 되었다.
죽으면 모든게 다 끝날까요?
이 슬픔도, 이 비참함도...
그건 가장 이기적인 죽음일 듯 싶어.
죽음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슬픔을 제외하고서라도
소통 못한 억지, 교환된 분노, 공유된 비애,
결국엔 구겨진 자존감...
그건 모두 살아남은 자의 몫이 되기 때문이지.
그래서 가급적이면 사라지더라도
남는 자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건 사랑도 마찬가지인 듯 싶고...
아파하더라도 따듯한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슬프더라도 다시금 새로운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억누르기 힘들던 알 수 없던 적개심...
피를 들끓게 만들던 이유없는 분노...
사무치는 그리움...
애잖은 연민...
지금 이순간...
그런 감정에서 잠시나마 평화로워졌다.
이 시간이 지나가면
그런 뒤섞인 감정에서
또다시 내가 나를 무척이나 괴롭힐 것을 알지만...
나는 이 평화로움을 즐긴다.
아무리 힘들었어도
너를 생각하면
나는 언제나 고요해진다.
고마워...
꼭 살아 돌아오라는 빚과 짐으로부터 해방되었던 그날...
'오랜만에 아버지와 웃으며 이야기를 꽃피우다'
살아 돌아오라는 약속은 지켰으나...
전투에서의 부상으로 시력을 잃게 된 남자는 사랑을 포기한다.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원하는 대로 다 해줄 껄 그랬나 봐요.
그게 끝인 줄 알았다면...
하고픈 대로 하게끔 해줄 껄 그랬어요.
그 이후는
아무 것도 해줄 수 없었고
후회스런 짙고 깊은 연민만이 남았을 뿐...
그래서 지금은
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주고
늘 끝일 줄 모른다고 위해주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도...
행복해 보이기만 하는 그 사람만 보면...
난 이유없이 울컥해지네요.
그 끝을 상상만 하면요.
필요 이상의 쓸모없는 걱정을 안고 살아내고 있지만
그래서 더한 소중함을 알아가고 있습니다.
난 늘 오늘이 끝일지도 모른다 살아가는데도
소멸은 커녕 더 찬란해지고 있습니다.
아끼고 싶다면 그 처음을 잊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그 마지막을 상상해보세요.
처음에는 큰 사랑이 작은 실수를 충분히 감싸줄 수 있었다면
마지막이란 건 그 작은 실수조차 같이 아파해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어쩌면 그것이 지금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마음은...그냥 주는 거야.
일방적일지라도 바라지 말고
그냥 주기만 하는 거다.
혹여라도 움직일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인 거고
그렇치 못하다면 어쩔 수 없는 거다.
주지는 않고 받기만 한다고
그래서 이기적이라고
상대를 탓할 수도 없는 거야.
마음은 그런 거니까...
내가 아무리 노력에 노력을 더해도
인위적으로 받을 수도, 얻을 수도 없는...
그럴 때가 더 많은 거야.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더 얹어줄께.
진심을 담아...
받지 못해서...
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주는 것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으니까...
붙잡는 것보다...
어쩌면 놓아주는 것이
더 큰 사랑일지도 몰라요.
슬프지만 아름다운 사랑이야기
영화 '클래식'
내 스스로가 불쌍하고 안쓰럽고
그래서 애써 차분하고 담담해지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내 앞에 앉은 녀석이 그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더라구.
아무리 침착해지려고 해도
시선을 회피하고는 무덤덤해지려고 했어도
결국에 나 역시도 눈물이 터져버리는데...
'이런... 제기랄...'
감정이란게 손 쓸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전염되어 슬픔으로 주변이 오염되어버렸어.
드러내지 않으려고 해도 감정이란 건
숨기기가 너무 어려운 듯 싶다.
슬픔으로 가득 차 있을 때는 가급적 기피하고
행복할 때나 너를 만나야겠어.
그래야 너의 환한 웃음을 볼 수 있을테니...
그래도...
나보다 네가 먼저 울어주니까...
내가 울기가 덜 쑥스럽고 더 편해지더라.
서로의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건 늘 고마운 일이야.
'고마워...'
오랜만에 영화 '클래식'을 다시 보다가 감정이입이 심히되어 궁상 한 번 떨어봅니다...캬캬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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