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은 끝났지만 저희 공사는 계속 진행중입니다.
일반화(일반인이 이용할 수 있는 슬로프로 개선하는) 공사에 대해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현재 휘닉스측과 계속 협의 중에 있으나 거의 윤곽이 나온 것 같아서 휘닉스파크를 이용하시는 분들을 위해 먼저 글을 올립니다.
제일 먼저 전체 사진입니다.
- 이번에 공사하게 될 부분을 표시해봤습니다.
코스별 상세 설명들은 아래 세부 사진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먼저 맨 왼쪽 평행대회전과 슬로프스타일 코스입니다.
- 빨간색 부분은 올림픽 코스를 조성하면서 계단식으로 조성되어 있어 일반인들이 굴곡진 아래에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 사고의 우려가 있다는 휘닉스 측의 요구로 계단식 슬로프를 평편하게 펴게 되는 부분입니다.(무식하다고 할까봐 평평, 평편, 편평을 찾아봤지만 "편편"만 빼고 다 써도 되는 말이네요. ㅋㅋㅋ)
왼쪽의 보드 평행대회전 코스(올해 은메달리스트 이상호로 코스 이름이 바뀌죠^^)의 빨간 부분은 아래가 안보여서 수정을 요구하는 부분입니다.
오른쪽의 슬로프스타일 코스는 완전 계단식이라 상단부터 하단까지 모두 수정을 해야하구요.
노란색 부분은 원래 설계에 있는 순수 성토되는 곳을 표시한 부분입니다(당초 저희 설계에는 노란색 부분만 있었습니다).
평편하게 펴는게 뭐가 어렵냐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그저 토공만 정리하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주변의 제설기도 이설해야 하고,
제설기와 관련된 땅속에 있는 제설배관공, 전기배관공, 표면에 있는 U형측구(사진의 종으로 지나간 흰색 줄, 콘크리트구조물)나 워터바(횡으로 지나간 흰색 줄, 골파기 후 부직포 시공) 같은 배수공, 사면보호공(비가 내려도 사면이 견딜수 있게 풀이 빨리 자라도록 비료와 흙, 풀씨를 걸죽하게 만들어 사면에 붙이는 공법) 등등 절,성토되는 토공 공사비의 30배가 넘는 공사비가 안보이는 곳에서 발생합니다.
※ 참고로 스키장은 슬로프가 넓어지면 반드시 U형측구도 슬로프 가장자리로 옮겨 재설치해야 합니다.
U형측구에 뚜껑을 덮고 눈을 쌓으면 이 U형측구가 바람 통로가 되어 U형측구 위로 눈을 녹여 작은 터널이 생기게 되고 눈이 얇아지다가 한순간 푹~! 꺼지게 되면(슬로프 한가운데라면) 대형사고가 납니다.
그래서 항상 슬로프 바깥쪽에 U형측구를 시공합니다.
그리고 모든 슬로프에는 무조건 잔디를 깔아야 합니다.
삼투압 현상으로 흙물이 올라와 눈이 누렇게 되기 때문에 잔디를 깔 시간이 없으면 차광막이라도 덮고 눈을 뿌려야 합니다.
(이상 제가 스키장에 와서 배운 부분들입니다. 딱 이만큼만 알고 있습니다 ㅎㅎㅎ)
다음은 모글 코스와 에어리얼 코스입니다.
- 지금 현재의 사진
(한가해서^^) 포토샵으로 편집해 본 미래의 사진(가운데 에어리얼 코스가 없어지고 양쪽 코스의 폭이 확장된 모습)
- 첫 번째 사진은 작년 9월에 찍은 현재 슬로프의 모습이고 두 번째 사진은 포토샵으로 공사 완료될 사진을 편집해봤습니다. 틀린 그림 찾기 하는 것 같네요. ㅎㅎㅎ
※ 참고로 왼쪽 모글 코스 위에서 내려오면서 1/3 지점에서 잔디 색깔이 바뀌는데 저 지점부터 아랫쪽으로 올림픽을 위해 경사를 깎았습니다.
손을 안댄 1/3 윗쪽은 25˚, 1/3 아래쪽은 27˚ 입니다(올림픽땐 28˚로 눈을 쌓아서 치뤘죠. 그러니 손을 안댄 1/3 윗쪽은 28˚경사를 맞추려고 스타트 지점에는 10m의 눈을 쌓았습니다).
두 사진을 비교해 보면 아시겠지만
현재 양쪽 조명탑 사이의 폭이 35~40m정도인 모글코스는 일반인들이 대회전을 타기엔 슬로프가 좁다는 휘닉스 측의 요청으로 -가운데 에어리얼 코스를 없애고- 모글의 중~하단 폭을 15m정도 우측만 넓히고, 마스터즈 코스도 좌측으로 넓히게 됩니다.
더불어 사진 왼쪽부터 첫번째, 세번째 줄의 조명탑을 남기고 두번째, 네번째 줄의 조명탑 2줄을 철거하게 됩니다(남는 세번째 줄도 아래 일부는 철거 됩니다).
시뮬레이션 결과 저만큼의 조명탑으로도 일반인이 타기엔 충분한 광량이 나온다고 합니다.
※ 예전에 설명드렸지만 올림픽용 조명이라서 조명탑 하나에 달린 수십개의 LED전구 중 하나의 가격만 3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프로야구의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장면을 보시면 에도 전혀 음영이 안나오는 파장이 아주 좁은 전구라서 그만큼 비쌉니다.
(제가 요즘 눈이 침침한데 저 전구 하나만 슬쩍해서 제 책상 스탠드로 썼으면 좋겠습니다. 켜는 순간 너무 밝아서 장님되겠죠? ㅎㅎㅎ)
철거되는 조명탑은 평창 주변 체육시설에 기증하자는 등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
좀... 예산낭비 같은 생각이 들죠.
첨부터 복구(일반화) 공사도 고려해서 조명탑을 설치했으면 이런 고생을 안해도 될텐데 말입니다.
에어리얼 코스에 설치한 토우리프트(일명 T바) - 130m, 60m 2기가 있습니다.
- 윗쪽 130m짜리 토우리프트(하차장) 사진입니다.
- 윗쪽 130m짜리 토우리프트(승차장) 사진입니다.
- 아랫쪽 60m짜리 토우리프트(승차장, 하차장) 사진입니다.
- 아래로 늘어져있는 저 검정 프라스틱을 옆으로 들어서 둥근 반달 부분에 등을 기대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이 토우리프트도 철거하게 됩니다. 철거한다면 고철로 처리하게 됩니다.ㅠㅠ
당연히 마스터즈 코스의 폭을 확장하려면 철거가 맞긴한데 휘닉스 측은 아예 필요없어서 안 받겠다는 겁니다.
(더 좋은 T바가 휘닉스측의 창고에도 안 쓰고 썩고 있다고 합니다. 일반인이 타다가 아이들 이가 부러지는 등 안전상의 문제로...)
이것도 가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7억 정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호크 슬로프 토공 바닥에 기초 콘크리트를 묻어놓고 한겨울에는 일반 슬로프로 쓰다가 봄 되어서 눈을 파내고 묻어둔 콘크리트 기초에 T바 기둥을 결합시키면 리프트 없이 T바만 돌려 전기료를 아끼게 되면 4월말까지도 모글 탈 수 있을텐데...
정 아니면 애들 눈썰매장으로라도...
(모글 코스에 설치하는 예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베이스에서 모글 코스까지 가는 리프트를 추가로 운영해야 해서 전기료 절약이라는 취지에 안맞아서 베이스에 있는 호크 코스를 예로 든겁니다)
평창 배추밭에 제설기기 중고 구매해서 저 토우리프트로 제2의 이상호를 만들어 볼까요?
봉고차는 좀 그렇고 1톤 트럭에 번쩍 들어서 실으면 되는데...
전기가 문제구나~ 집에 220V 리드선 있는데... 한 3m 되려나...ㅠㅠ
- 더 큰 문제는 작년에 새로 만든 체어리프트입니다.
휘닉스측은 쓸 일 없고 관리비만 든다고 철거해달라고 합니다. 80억 들었는데... ㅠㅠ
올림픽 기간에 리프트 운영을 위해서 교통안전공단에 허가를 받아야 되고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하는데 이 안전관리자 선임을 두고도 조직위와 휘닉스 측이 싸웠습니다.
휘닉스 측은 앞으로도 쓸 일 없으니까 조직위에서 안전관리자를 구해서 허가를 받아라... 이렇게 말이죠.
철거 부분은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얘기는 없습니다.
철거해달라는 휘닉스 측의 공문과 안된다는 강원도청의 공문만 한번씩 주고 받았을뿐...
조만간 또 협의의 쟁점이 될 소지가 있는 부분입니다.
제가 처음부터 이 공사에 투입되었다면(작년 6월에 투입되었습니다) 리프트 시공 전에 방향을 틀자고 제안했을겁니다.
(맨 위의 전체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현재는 정상에서 150m정도 오른쪽 파노라마 방향으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방향만 정상쪽이였다면 나중에 휘닉스 측에서 자부담으로 기둥 서너개를 더 설치해서 상급 리프트로 활용하면 철거하지 않아도 됐을텐데요.
그리고 하프파이프 코스입니다.
- 사진의 붉은 부분을 성토하도록 설계되어있고 당초 설계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저는 스키어라서 평~~~생 들어갈 일 없으니 패~쓰.^^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키/보드 크로스 코스(검정색 선으로 표시했습니다).
길이가 1,300m이고 사진으로는 표현하기 어렵지만 해당부분만 자른 사진으로나마 간단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크로스 코스의 맨위 노란색 부분은 휘닉스 측과 오래도록 협의 중인 최대 쟁점인 부분인데...
경사가 5%밖에 안 나오는 게 문제입니다.
저희 같은 스키어들은 폴도 있고 두 발도 있으니 억지로 내려오면 되는데 보더들은 폴도 없고 발이 묶여있으니 내려오기가 이만저만 어려운 게 아니겠죠.
그래서 경사 20%로 만들어 달라고 하는데 폭 40m, 연장 200m인 저 구간에만 필요한 흙이 40,000㎥입니다.
어디가서 구해올 수 있는 양도 아니라서 주변에서 절토 되는 흙으로 성토해야 합니다.
몇% 경사로 완성될지는 아직 협의 중이고 주변 토공량을 계산해봐야 알 것 같아서 여름 지나봐야 확정이 될 것 같습니다.
나머지 가운데와 아래의 노란 부분은 당초 설계되어 있는 순성토 구간입니다.
올림픽 코스는 레거시(유산)로 남겨놓아야겠지만 이곳 휘닉스파크는 영업이 우선이니 가장 적절한 부분에서 협의를 해야하고 그런 부분들이 협의의 걸림돌이 됩니다.
올림픽이라고 유난히 많이 뿌린 눈은 아직 한 바가지(?) 남아있고,
또 군데군데 비 올림픽 코스에는 눈이 없어 정설차의 진입이 어려워 한 바가지 쌓아놓은 눈을 펼 수도 없고,
조직위에서 공사한 관중석, 심판석, 출발대, 방송시설 등등은 철거할 기미도 안 보이고...
조직위 시설물의 철거가 완료되는 5월 중순에 "요이~땅!!!" 한다해도 6월말이면 장마ㅠㅠ
10월 말이면 오픈한다고 슬로프에 눈을 뿌려댈 텐데 정말 공사할 수 있는 기간인 4개월 동안에 저걸 어떻게 완공하라고 그러는지ㅠㅠ
휘닉스파크를 이용하실 분들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나요?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