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8, 화] 웰팍행 아홉 번째-쾌청하고, 춥고, 설질 좋았던 날
웰팍행 아홉 번째-쾌청하고, 춥고, 설질 좋았던 날
[2022/01/18, 화] 정말 추울 거라고 예보된 날이다. 둔내가 영하 18도가 될 거라고 했으니까. 근데 지난 번에도 한 번 그런 날이 있었고, 미리 상의 재킷 안에 미들웨어 얇은 것, 두꺼운 것을 입고, 하의 안에 기능성 이너웨어 두 개를 입어서 해결했었다. 오늘도 그렇게 했다.
08:30에 셔틀버스로 웰팍에 도착했고, 준비를 마치고 스키 베이스(소위 "잔디광장")에 나가서 전광판을 보니 영하 15도. 예보보다는 높은 온도라 다행인데 뭐 영하 18도나 15도나 그 차이가 얼마나 크겠는가? 느낌은 비슷했고, 껴입은 옷이 많고, 장갑도 삼지장갑에 폴리에스터 기능성 속장갑을 끼었더니 전혀 추운 줄 몰랐다. 근데 어쩌다 맨손으로 2종의 카메라를 다뤄야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손이 무척이나 시려왔다. 그리고 그렇게 한 번 손이 얼자 장갑을 끼고서도 한참 손이 시렸다. 이제 아주 추운 날엔 불편해도 카메라는 무조건 속장갑을 낀 채로 사용할 예정이다.
제목에서처럼 아주 쾌청한 날이었다. 한 마디로 "쨍"했다. 해가 다른 때보다 일찍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늘은 파랗고, 그 아래 흰 슬로프가 여러 갈래인 큰 산이 보이고, 거기서 스키어들과 보더들이 열심히 운동을 하니 그보다 더 보기 좋은 것은 없었다. 추운 날이다 보니 설질이 엄청나게 좋았다. 오늘과 비슷한 설질은 지난 8회 째의 웰팍행에서도 경험한 바 있다. 근데 그 때 함께 스키를 타는 분들이 그 며칠 전엔 그날보다도 더 좋은 눈이 있었다고 했다. 아마도 오늘이 그분들이 말씀하신 정도의 설질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의 설질은 한 마디로 습기 없는 파삭하고도 건조한 것으로서 습기있는 눈처럼 매끄러우나 스키 날을 붙잡는 듯한 느낌이 없는 상쾌한 느낌이었다. 날이 깊이 박히지 않는 상태에서도 스키가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센 경사에서 체중을 제대로 걸지 못 하면 회전스키의 경우 스키 앞부분이 파닥대며 밀리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이런 강설에서는 훨씬 더 체중걸기에 주력을 해야만 했다. 아랫발 안쪽날에 전체중이 걸려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설질을 만든 것은 전날 내린 자연설 일부와 함께 밤낮으로 계속된 영하의 기온 때문이다. 사실 서울 근교 남양주시에 있던 나의 전 스키 베이스인 스타힐리조트도 추운 날이 계속되면 좋은 설질이 유지되는 건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자주 영상의 기온이 되니 눈이 녹았다가 그게 야간의 산중 찬공기에 얼어버려서 초강설이 되고, 그게 오전 10시 정도까지만 괜찮다가 그 이후에 다시 녹는 악순환이 생겨서 좋은 설질이 유지되기 힘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강원도의 힘"에 지배되는 웰팍은 제설한 눈더미에서 습기가 빠진 후에 정설을 해 놓으면 인공설의 입자들이 서로 달라붙지 않고, 찬 공기 속에서 계속 미세한 거리두기를 하게 되니 습기 없는 파삭함이 유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오전 10시가 지나면 누리끼해지는 눈 색깔에 익숙한 내게 하루종일 새하얀 슬로프의 눈을 보는 건 큰 즐거움일 수밖에 없었다.
상당히 많은 슬로프들이 열렸다. A1, A2, B1, B2, C1, C2, C5, D1, D2, D+, S1, S2, F1, F3가 열린 것이다. C3는 열리긴 했으나 안전펜스를 설치하느라 스킹을 할 수 없어서 유감이었다. 난 지난번처럼 열려있는 모든 코스를 돌아다녔다. 심지어는 전에 안 가 본 스노우 파크(Fun Park)인 알파1(A1)까지 가봤다. 점프나 지빙을 하기 위함이 아니라 스노우 파크가 어떻게 생겼는가를 보여주고자 촬영을 하기 위함이었다.
아침 09:00에 영하 15도, 11:00에 영하 7도, 12:00에 영하 5도, 14:00에 영하 3도로 올라가던 기온은 웰팍을 떠나올 시간 즈음인 16:30엔 영하 7도로 다시 내려갔다. 이처럼 환상적인 기온의 유지라니... 지난 몇 년간 집사람이 스타힐과 웰팍의 더블 시즌권자로 살아온 이유를 이번에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전자는 설질은 좀 떨어져도 가깝기에 언제라도 갈 수 있는 장점이 있었고, 후자는 좋은 설질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스킹할 수 있는 것이었던 것. 요즘 미국에서는 아이콘 패스 등의 통합시즌권으로 스키 붐이 다시 일기 시작했고, 우리나라에서도 용평, 하이원, 휘팍이 연합해서 통합 시즌권을 발표했다. 근데 실제로 사용자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서울 근교의 스키장과 강원권의 스키장들이 통합 시즌권으로 묶여야하는 게 아닐까?
오늘도 오후 한 시경까지 열심히 스키를 탔다. 이번엔 아는 분들을 하나도 만나지 못 하여 내내 혼자서 스킹을 하는 바람에 쉴 새없이 탔다. 심지어는 중간에 커피나 음료를 마시려고 스낵이나 카페에조차 가지 않았다. 그렇게 열심히 탄 후에 오후는 점심을 먹고, 셔틀버스를 타고 돌아오기 전까지는 카페에서 커피나 마시며 쉬기로 했다. 집사람과도 그렇게 한 적이 있고, 8회째의 스킹에서 대한항공의 허승 기장과도 그렇게 했다. 오늘 홍재범 선생님 일행이 계속 안 보이시기에 못 오신 줄 알았는데 스키장에 늦게 도착하시는 바람에 락커에서 만나지 못 했던 것이었다. 웰팍이 넓다보니 약속 없이 여기저기 타다보면 하루종일 마주치지 못 할 가능성이 있다는 걸 오늘서야 알았다.^^; 허승 기장과 함께 오고 싶었는데 비행이 있어서 그러지 못 했다. 그러다 보니 혼밥에 혼커피.-_- 그건 영 별로였다. 지난해 등산을 하면서 단 두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솔로 등산이었기에 안타까웠는데 스킹도 솔로라니... 대화할 사람이 필요했다.^^
로메리안 뷔페에서 식사 후 스노우 무무에서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그걸 마시며 사진도 정리하고 동영상도 일부 편집했다. 나머지 시간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던지... 순식간에 알람이 울렸다. 셔틀버스 탈 시간이 다가왔으니 떠날 준비를 하라는 알람이었다. 충분히 쉬었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주차장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두 시간 15분 걸려 출발 장소로 돌아왔다.
그렇게 21/22 시즌 들어 아홉 번째의 스킹을 "마쳤다." 요즘 웰팍의 설질이 "미쳤다."^^
Gallery
- 웰팍행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천호역 부근
- 중무장. 어두운 상태라서 카메라를 쳐다보니 눈이 동그래 진 듯.
- 웰팍 지하의 락커룸으로...
- 락커 위의 풍경
- 08:30에 도착한 나보다 먼저 와서 부츠 말리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
- 시즌권 손바닥 인증
- 열린 코스가 상당히 많다.
- 대략 09:00
- 추운 날이다.
- 중간의 델타 리프트가 운행을 안 하니 중급 코스 브라보2로 가기 위해 먼저 초보 알파 리프트를 타야한다.
- 브라보2 중급 코스
- 하프 파이프 상급 델타 모글 코스
- 알파2 초보
- C1
- C2
- 멋져 보여서 뒤에서 촬영을 했는데 출발 준비를 하는 분이 매가 사냥감을 노리듯 노려보고 멋지게 내려가시더군요.^^
- C3. 오늘은 일반 스키어들에게 열지 않고 안전펜스 작업만 했다.
- 이렇게 한 줄의 안전펜스가 만들어진 후 나중에 그게 하나 더 생겨서 이중 방벽이 되었다.
- 수고하는 패트롤들
- 설질이 대단하다.
- C3의 위용
- 멀리 보이는 산의 상고대. 기온이 계속 영하이니 상고대가 지속되고 있다.
- C1에서 연결되는 C2. 오늘 이번 시즌 들어 처음으로 C2 코스로 내려와봤다.
- C1과 브라보2(B2)
- 한 강습팀.
- 브라보1 상단의 라이더스 파크
- 같은 이름의 자전거 정비샵 - 남양주 다산신도시 다산동의 라이더스 파크(Rider's Park) - 자전거 정비샵
- 챌린지 정상에서 연결되는 긴 차도, 스타 익스프레스(S1). S2에 연결되는데 그러면 패밀리 리프트를 타게 된다.
- 챌린지 정상
- 11:00
- 브라보1 상단
- 12:00
- 델타 상급 모글 코스가 멋지다.
- 선수반의 키커(점프대) 관리
- 주말엔 이 정도 사람이 올 듯. 난 이번 시즌에 평일 황제 스킹만 계속 중이다.^^; 본관 벽에 걸린 사진이다.
- 로메리안 식당에서 점심을...
- 식사 후에 옆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 잔.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아이폰과 블루투스 키보드로 처리 중.
- 햇살이 잘 드는 스노우 무무 카페
- 3층 카페에서 내려다 본 잔디광장(겨울이라 잔디는 없지만...ㅋ) 겨울엔 스키 광장이다.
- 14:00
- 16:30 다시 기온이 내려갔다.
- 셔틀 버스를 타러 가기 직전이다. 해는 넘어가고 있는 중.
♥ 이 글을 추천한 회원 ♥
금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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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라 님은 웰팍을 베이스로 스키를 타셨었나 봅니다. 떠나고 나면 그리움 뿐이죠. 다시 한 번 웰팍에 가실 기회가 있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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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아침에 슬로프에서 뵌거 같습니다 ^^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아, 아침에 슬로프에 계셨군요.^^ 거기 가 보니 피닉스의 쓰리피스 팀복을 입은 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피닉스의 21/22 베스트를 덧 재킷으로 입은 사람은 제가 맞습니다.
다음에 웰팍의 슬로프에서 보시면 함께 스키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전히 스키를 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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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과 글 잘보았습니다. 웰팍에 대한 그리움이 한껏 묻어나옵니다. 좋은 글과 영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