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패킹, 머나먼 여정의 시작 6편 – 드디어 야영... 용마, 예봉, 선자령
드디어 작년 9월 어느 청명한 날 저녁 무렵. 첫 백패킹 야영을 위해 용마산에 올랐습니다.
(중곡동쪽 등산로에 있는 팔각정에서 찍은 야경 모습)
늦은 밤이 되어서야 용마산 자락 중턱 데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천호동 현대백화점에서 초밥과 굽은다리 홈플러스 마트에서 무알콜 맥주를 사들고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국물요리로 뜨끈한 어묵탕을 준비했습니다.
발코니 너머 서울시내 광활한 야경을 배경으로 건배. 그리고 맛점뷰!
간밤에 약간 뜨시기도 하고, 잠을 설치기도 했습니다만, 상쾌한 아침을 맞이했던 그날의 첫 경험은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 다시 예봉산으로 –
작년 추석연휴에는 예봉산에 올라 600고지 정상에서 달맞이를 하며 두번째 야영을 했습니다.
정상에서 적갑산 쪽으로 더 가면 활공장이 있고 거기서 많이들 야영을 하는데,
이날 우리는 늦게 산행을 시작했고 아내도 힘들어해서 소음이 심한 기상레이더 옆 정상데크에서 야영을 했습니다. 정상데크에는 우리 외에 아무도 없어서 전세캠을 했습니다. 그날 눈앞에 펼쳐진 서울의 야경은 그야말로 압권이었죠. 나중에 들어보니 적갑산쪽 활공장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서로 불편했다는…
기상레이더 기지 발전기 소음 때문에 잠은 설쳤지만, 처음으로 아침에 운해를 맞이한 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양수리쪽 전경).
산아래는 간밤에 양수리 두물머리 한강의 수분을 가득 머금은 구름들이 휘덮고 있었고, 그 위로 또 다른 구름들이 층층으로 태양을 휘감고 있었습니다.
곧이어 구름 틈사이로 태양이 비집고 모습을 드러내자
혼미했던 산과 주변의 윤곽이 선명해지기 시작했죠.
시간이 흘러 작렬하는 태양에너지가 구름 위로 쏟아지자 서로 다투듯이 구름들이 승천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천지창조를 보는 듯한 장관이 연출되었지요.
신의 연출이 막바지에 이를 때쯤 아래 세상의 모습들이 비로서 보이기 시작합니다.
미처 승천하지 못한 잔구름들이 아쉬운 듯 세상에 미련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한편의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처럼 그 여운을 마음에 새기고 세상은 또 그렇게 일상을 이어 갔습니다.
- 백패킹의 성지 선자령 –
지난 가을 시월의 어느 날. 백패커라면 꼭 가봐야된다는 성지 선자령을 찾았습니다.
선자령은 대관령 옛 휴게소(양떼목장 입구)에서 시작해서 북쪽으로 약 5km를 가면 다다를 수 있고 고도는 해발1157m입니다. 그 주변에 바람의 언덕이라 부르는 너른 목초지가 있고 거기에는 강원도 산능선에 주로 보이는 풍력발전기(일명 대왕선풍기)가 여러대 설치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지도상 맨 위 코스로 산행을 했죠.
경사는 그리 가파르지 않았는데, 등짐을 매고 꽤 오래 걸었습니다. 중반쯤 능선에 다다르자 선풍기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길은 둘레길 같은 분위기입니다.
선자령에 가까워지면 산마루의 목초지와 풍력발전기 풍경이 이국적으로 펼쳐집니다(사진 왼쪽 높게 솟은 봉우리가 발왕산으로 용평의 레인보우 정상이다. 그리고 중간 언덕에 대관령 하늘목장의 트랙터마차와 관광객들이 보인다).
사실 이날 좀 꾀를 내서 대관령 하늘목장에 입장료를 내고 저기 보이는 트랙터 마차를 이용하여 중반까지 편하게 오려고 했는데(사전에 유튜브 정보를 참조함) , 막상 가보니 백패커들을 입장시키지 않더군요. 정확히 그 이유를 모르겠으나, 아마도 주말이라서 그런지 수적으로 많은 일반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 조치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정규코스를 선택한 것이지요.
선자령 바람의 언덕에 다다르자 눈앞에 이국적인 형형색색의 텐트촌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수많은 백패커들이 미리 와서 마을을 형성하고 있었죠.
저 아래 평창올림픽이 열렸던 대관령 횡계 풍경과 함께 너른 목초지에 펼쳐진 알록달록 텐트촌을 바라보니 신기하기도 하고 앙증맞기도 하고… 지나가는 일반등산객들도 호기심으로 재밌어하는 모습이… 마치 관광지처럼 이국적인 맛을 느끼게 해주는 풍광이었습니다.
우리도 이에 동참하기 위해 터를 잡고 하루 묵을 집을 지었지요.
마당에는 발왕산쪽으로 테이블과 의자를 놓고 풍경을 즐길 준비를 했습니다.
선자령은 고도도 높고 바람이 자주 불어서 자칫 저체온증에 걸리기 쉽고 특히 바람이 심할 때는 숨을 못 쉴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 등반사고도 있었고요. 보기에는 평화로와 보여도 날씨 변화가 아주 심한 곳입니다. 따라서 준비를 단단히 해 가야합니다. 다행이 이날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는 며칠 안 되는 좋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구름이 잔뜩 덮었고, 기온도 급강하하여 밖에서 오래 있지 못하고 바로 텐트에 들어가서 잠을 청했습니다.
새벽 여명에 일어나보니 발왕산 아래로 운해가 끼었습니다. 날씨는 바람이 거의 없어 좋았고요.
바람의 언덕 동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저멀리는 동해바다입니다. 이날은 운해가 수평선을 대신해주었습니다. 여기서도 일출감상이 가능하죠.
아침 태양빛을 받은 텐트들이 오색의 영롱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가을을 먼저 맞이한 선자령이 아침 햇살에 금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거기에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텐트들이 예쁘게 장식을 하고 있었습니다.
거대한 풍차 뒤로 스키어의 성지로서 우뚝 솟은 발왕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겨울 시즌을 기약하며 레인보우를 당겨 봤습니다.
이렇게 싱그런 가을 햇살을 머금은 선자령 들녁을 바라보면서
아침식사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이때 사발면은 사랑이죠.
그리고 핸드밀로 커피콩을 갈아서 드리퍼에 내린 커피한잔으로 갬성의 극치를 만끽했습니다.
아름답고 광활했던 선자령
하늘은 눈이 시리도록 파랬고, 풍차의 바람개비가 느긋하게 솜털구름을 고르고 있었습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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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요즘 박사님 산행기를 보면,
삼복더위 속에 당일산행으로 악산들을 정복하시던데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중에 가본 산들도 있고 가보고 싶은 산들도 있고...
이어지는 박사님의 여정 응원합니다 ^^! -
전엔 여름에 자전거를 많이 탔는데 작년과 올해는 자전거를 두고 산을 주로 다닙니다.^^ 고교시절에 보이스카웃을 하면서 수많은 캠핑을 했었는데 (그리고 그러다가 등산을 시작하게 된 건데) 다행히 아직도 백패킹에 대한 욕구는 일지 않고 있어요. 당분간은 그냥 등산만 해 볼 참입니다.
수려한 글과 멋진 사진들로 맹수 님의 글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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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이 페이지에 들어와서 올려주신 사진을
컴퓨터나 스마트폰 바탕화면 화면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
그만큼 멋진 사진과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 겨울에도 또 멋진 캠핑 공유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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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평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도와 줬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무거운 등짐과 모기 벌레 등으로 백패킹이 좀 힘들죠.
그래서 시원한 계곡백패킹을 가기도 합니다. 나머지 산행기도 시간나는 대로 틈틈이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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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의 즐거움이 묻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