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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에 찾은 양평과 가평 두 군에 걸친 산, 중미산(仲美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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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4, 수] 용평스키장의 개장일이 11/26(금)이니 이제 가을은 지나고 초겨울에 접어들었다고 하겠다. 산에 가보면 가을이 지나갔음을 실감하게 된다. 이젠 단풍은 다 사라졌고 대부분의 나뭇잎이 등산로에 떨어져 수북하다. 그 길을 걸을 때 버석대고 밟히는 낙엽 소리에 귀가 시끄러울 지경이다. 11/10(수)에 찾은 유명산 정상이 설국이었던 걸 생각하면 내가 아직도 가는 가을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다. 그 만큼 가을 등산이 주는 매력이 크기 때문이라 하겠다. 그리고 어차피 스키를 주로 타는 겨울엔 산행을 많이 안 하게 되니 등산을 멀리 하게 되는 아쉬움도...
그런 늦가을에 양평군과 가평군에 걸쳐있는 산인 중미산(仲美山)에 올랐다. 바로 옆에 있는 유명산의 명성에 가려 빛을 보지 못 하는 산이다. 100대 명산에도 끼지 못 하고 200대 명산에 낀다고는 하지만 이 산이 몇 위의 산인지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그런 산이다. 근데 이름만은 그럴싸하다. 두 번째 간다는 버금 중(仲) 자가 포함된 산 이름이니... 그 뒤를 따르는 것이 아름다울 미(美)이고, 산이니 "두 번째로 아름다운 산"이라는 거다. 당연히 첫 번째로 아름다운 산은 금강산이다.
그런데 이미 금강산에 버금간다고 하여 소금강(小金剛)으로 불리는 산들이 많다. 오대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명승지 이름이 소금강이고, 경북 봉화의 청량산이 영남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며,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은 물론 안양의 뒷산 삼성산까지도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중미산에 올라가보면 가섭봉에서 백운봉에 이르는 용문산의 전경과 남한강, 북한강, 그리고 서울의 아름다운 전경을 한눈에 굽어볼 수 있기는 하다. 그 경치가 나쁘지는 않지만 특별하지도 않다. 그리고 중미산은 바로 옆의 유명산처럼 정말 아름다운 계곡이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작은 폭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산들처럼 아름다운 억새밭 같은 게 있지도 않다.
유명산(有明山)은 산도 유명(有名)하고 자연휴양림도 유명한데 중미산은 자연휴양림만 유명한 게 큰 차이인 것 같다. 중미산이 자랑할 만한 것은 등산로 들머리 부근에 있는 중미산천문대와 양평의 옥천에서 가평의 설악면으로 넘어갈 때 만나게 되는 구불구불한 와인딩 로드(winding road)이다. 이 구불구불 오르내리는 37번 국도는 제법 높고도, 긴 고개(11km가 넘는 계속되는 코너링 구간을 만날 수 있다. 중상급자용의 와인딩 로드)이다. 중미산 삼거리의 농다치고개 양쪽으로는 700~800m급의 소구니산, 대부산, 유명산, 중미산 등 비교적 잘 알려진 산들이 첩첩산중을 이루고 있다. 그러므로 주말이면 농다치고개나 선어치(서너치)고개를 중심으로 하여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스포츠카 드라이버들이나 소위 R차를 운전하는 바이크 라이더들이 상당히 모여들곤 한다. 서울 인근의 스포츠 드라이버들이 그들의 코너링(cornering) 연습을 위해 이곳을 찾는 것이다. 한 때 그들을 막기 위해 수많은 범퍼들이 두 내리막에 설치되어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사라져있는 걸 보면 양평군이나 가평군도 현실을 인정하게 된 듯하다.
양평 쪽 옥천면에서 오르면 농다치고개가 먼저 나온다. 옛날에 이길이 비포장이던 시절에 수레에 장롱 등 신혼짐을 싣고 이 고개를 오르내리면 농문이 절로 열려서 "농 다칠라, 농 다칠라"란 소릴하며 고개를 넘은 데서 이 농다치란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작명이나 사실이라 한다. 그리고 이 고개에서 가평 설악면 쪽으로 2km 정도를 더 가면 선어치고개에 이른다. 이 고개의 옛 이름은 "서너치고개"이다. 길 양편의 울창한 수목에 가려 하늘이 겨우 서너 치밖에 안 보인다는 과장에서 나온 이름이다. 어쨌건 스포츠 드라이빙을 좋아하는 나도 이 두 고개를 옥천에서 설악으로, 혹은 그 반대로 뻔질나게 넘곤했는데 중미산 등산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등산의 메카와는 관계가 먼 중미산은 그냥 834m의 낮지 않은 평범한 산일 뿐이다. 서울 근교의 산이고 양평으로 달리다 옥천 방면으로 접어들어 계속 진행하여 중미산천문대에 가까운 중미산 삼거리에 이른다. 그 때 정면에 멀리 보이는 낮은(?) 산이 중미산이다. 이미 농다치고개가 해발 400m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은 잣나무들이 많은 임도가 있고, 등산로 주변의 나무가 울창하며, 안전시설이나 이정표가 비교적 잘 돼 있으므로 평균점은 받을 만한 산이다. 대표적으로는 유명산자연휴양림 제2매표소에서 오를 수 있는 능선로와 임도 두 개의 코스가 있고, 이 산과 유명산의 중간에 있는 선어치고개를 통해 소구니산과 유명산으로 종주할 수 있어서 나름 등산하는 맛을 줄 수도 있는 산이다. 정상을 지나 삼태봉까지 갈 수도 있고, 명달리로 향할 수도 있다. 유명산 자연휴양림이 있는 가평의 가일리에서 올라 두 산을 오갈 수도 있다.
농다치고개에 올라가면 주변의 울창한 숲과 멀리 보이는 남한강이 조화롭게 어울리고, 시야가 탁 트여 힐링되는 느낌을 준다. 특히 산안개가 끼는 아침엔 주위에 운무가 가득해서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것만으로도 잘 왔다 싶은 심정이 될 만큼 아름답다. 이 때 드라이빙을 하면 마치 그 안개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한 묘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운전에만 집중하게된다. 특히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인 "는개"가 내릴 때는 초집중 모드가 된다. 스포츠 드라이빙 시에는 기계의 성능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코너에서 브레이킹을 않고 달리는 게 대부분이라 그렇다. 도로에 빗물이 없으면 당연히 그러지만 그러잖아도 구불구불한 도로에서는 슬립이 생길까 불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적당한 직진도로를 달리다 급격한 코너링을 해야하는 일이 많은 중미산 와인딩 로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사전 브레이킹을 하면서 아웃에서 인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중미산은 등산에 대해서보다는 드라이빙에 관한 얘기를 할 게 더 많을 정도이다.(이번 후기 동영상의 끝부분엔 43초의 와인딩 로드 드라이빙 장면이 나온다. 이니셜D의 스키딩 같은 건 없는 그립주행이니 과한 기대는 마시기 바란다.^^) 그렇게 많이 지나다니는 곳에 있는 산에 드디어 올라갔다는 것이 큰 의미를 지닌다.
어쨌건 중미산 삼거리를 지나 좌회전하여 서쪽으로 내려가면 몇 백 m내에 자연휴양림 제2매표소가 있고, 1km 이상 더 내려가면 자연휴양림 제1매표소가 있다. 두 곳에 다 등산 들머리가 있다. 중미산 자연휴양림은 특색있는 트리하우스 등 좋은 시설이 많고, 숙박할 수 있는 연립동은 물론, 숲속의 집과 야영데크가 잘 갖춰져 있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천국이다. 그리고 이들 중심부에 숲길을 멋진 산책로로 조성해 놓아서 편히 쉴 수 있고, 등산을 원하면 주차장에서 고개만 들면 올려다 보이는 중미산 정상에 오르면 된다.
이번 중미산 등산은 중미산 등산안내도에 표시된 지점으로 말하면 자연휴양림 길 건너편의 A지점 등산 들머리를 출발하여 임도를 좀 걷다가 본격적인 등산이 시작되는 B지점을 거쳐 정상을 300여m 앞둔 C지점을 통과 정상에 간 후에 다시 C지점까지 내려오고, 거기서 올라온 길이 아닌 D지점으로 직진하고, 거기서 G,F지점을 거쳐 임도를 걸은 후에 B지점과 A지점을 거쳐 산행을 마쳤다. 올라가면서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는데 등산로에 낙엽이 수북하게 쌓였고, 그 아래 땅은 모두 얼어있었다. 가끔 낙엽이 없는 곳을 보면 땅이 서릿발에 들려 올라와 있기도 했다. 이런 곳은 올라갈 때는 몰랐는데 내려올 때 대단히 미끄러웠다. 특히 많은 낙엽으로 인해 땅이 안 보이는 가운데 갑작스레 발이 미끄러지곤 했다. 낙엽 아래 숨겨진 서릿발에 들린 부위를 짚으면 바로 미끄러지는 것이었다. 다행히 폴을 사용하고 있어서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제대로 넘어질 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 내려올 때는 천천히 한 발 한 발 짚으며 올라가는 등산과는 달라서 속도가 붙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초겨울인 지금은 내려올 때 넘어지지 않도록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과 같은 환절기(혹은 간절기)엔 등산 의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영하는 아닐 지라도 기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웬간한 산 중턱 이상에서는 바람이 많이 불어 체감온도가 낮아지고 밤새 땅이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등산을 하는 동안에는 땀이 나지만 능선에서 바람이 불거나 계곡의 골바람이 센 경우 땀이 급격히 식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인 때문이다. 그러므로 땀의 흡수나 배출이 용이한 기능성 이너웨어를 꼭 입는 것이 좋다. 그리고 두꺼운 옷을 입지 말고, 얇더라도 바람을 막을 수 있는 아노락(anorak)을 겉에 입고 중간에 따뜻하면서도 통풍이 잘 되고, 땀이 잘 흡수되는 베어스킨(bearskin)류의 미들웨어를 입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얇은 여러 겹의 상의를 입고 때에 따라 그 층(레이어/layers)의 수를 줄이고 늘리는 식으로 레이어링을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바람이 심하게 부는 정상에서는 올라갈 때의 운동으로 좀 더운 느낌이 들더라도 곧장 내려오지 않을 경우에는 상의를 하나 더 껴입고 있다261064968_6497272210313785_3124375850014478517_n.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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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하산 시에 벗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는 해가 많이 짧아졌기 때문에 일몰 시간에 유의해서 등산 계획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힘이 든데도 불구하고 다른 산을 종주하려는 욕심은 버리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도 선어치고개를 통해 옆산인 소구니산, 유명산을 종주하고픈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오르내리는 등산로만 달리하여 산행을 마쳤다. 마지막 가을 산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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