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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학(衒學)의 역설을 경험했다.ㅜ.ㅜ

 

현학은 "학식이나 지식이 있음을 뽐내는 것"이다. 뽐낸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이건 촌놈들이 하는 짓이다. 난 경기도 출신의 촌놈이다. 이런 촌놈이 책읽기 취미를 가지고, 공부 좀 하다보니 촌티를 내게 되는 건 당연하다.ㅜ.ㅜ 근데 그 촌티를 내는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열심히 빠져들어 취득한 지식이 쌓이고 쌓이다보면 그걸 내보이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는 거다. 오늘 그걸로 당했다.

 

오랜 지인이자 페친인 안중찬 선생이 장미 사진을 올렸다. "찬도스 뷰티(Chandos Beauty)"로 알려진, 정말 아름다워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장미이다. 매우 잘 알려진 장미이니 당연히 꽃을 좋아하는 나도 안다. 이 장미는 내가 먹어본 일도 있는데 모를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그 장미 사진이 첨부된 본문에 유머 가득한 안 선생이 "이름의 절반 뜻은 이해했는데 절반은 의미를 이해 못 한 향기로운 꽃입니다 :~))"라 썼다. 그걸 보며 나의 그 "현학 촌티"가 발동했다. 그래도 참았다. 자존심이 있지, 그 글에 바로 "아 그 찬도스 뷰티란 장미는 말이에요."하고 나설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일부러(intentionally) 댓글에 "안 알랴줌"의 주제로 간단히 한 줄 남겼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안중찬 선생이 그 댓글에 "좋아요"만 누르고 전혀 반응이 없는 거다.ㅜ.ㅜ '아니, 이게 뭐야? 이렇게 시크하게 좋아요 한 번 클릭하고 마나???' 난 좌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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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찬 선생의 포스팅

 

할 수 없이 조금 더 기다려 봤는데 역시 그걸로 끝이다.ㅜ.ㅜ 그래서 자존심 다 팽개치고 필요한 정도의 분량으로 답을 했다. 아........ 참. 아는 것도 병이오, 식자우환(識字憂患)의 병 증상에 현학이 포함됨을 다시 깨닫게 됐다. 이게 "현학의 아이러니(irony)"가 아니겠는가?ㅜ.ㅜ 

 

안중찬 선생의 진가를 모르는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이 "안 선생이 어케 그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김애경 씨를 부인으로 삼았는가?"하며 그 사실을 무슨 세계의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도 되는 걸로 착각한다. 근데 난 안 선생을 1990년대 초부터 알고 지냈고, 그의 성품이나 전문영역에서의 발군의 실력, 나아가 유머를 겸한 대단한 언변 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때마다 이렇게 답해줬었다. "다, 그 현란한 말빨로 이룬 일이지 뭐."^^; 근데 오늘 아침에 알았다. 그는 거기에 시크함을 겸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심하고, 차갑고, 도도한 데다가 소위 오거지서(五車之書)로 다섯 수레의 비유보다 더 많은 책을 읽은 지식 베이스를 토대로 현란한 말빨까지 구사한 것이니...

 

하여간 여름은 장미의 계절이고, 장미는 꽃의 여왕이다. 그 장미에 관한 얘기니까 그 댓글에 쓴 "찬도스 뷰티"에 대한 내용을 여기로 옮긴다. 실은 이 댓글 말고도 여기에 덧붙여서 할 얘기가 무지 많지만, "저 인간은 나대고 싶어서 안달이다."란 얘기가 나올까봐 (이미 그런 소리하는 사람이 많은 걸 알고 있음.^^;) 기존 내용만 옮기고 만다. 

 

--> 혹, 더 질문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요즘 집에서 만들고 있는 식혜를 보낸다던가 아니면 스키, 자전거, 인라인 타는 걸 강습해 드린다던가 여하간 다양하게 후사(厚謝)해 볼 생각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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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백

 

아니, 이런 댓글에 좋아요만 누르는 저 시크함.ㅜ.ㅜ <-- 이런 세련된 개수작에 김애경 씨도 넘어갔을 거야.ㅋ 김애경

 

에이... 자존심 구기고 설명을 해드려야겠네요.ㅜ.ㅜ

 

저 "찬도스 뷰티"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넝쿨장미에요. 영국에서 개발된 품종이구요. 안 선생이 알고 싶어하는 "찬도스"는 원래 프랑스의 지명 "칸도스(Candos)"에 살던 사람들의 성 "샹도즈"(칸도스의 변형)에서 비롯된 것으로 영국으로 건너간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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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도스 뷰티

 

그런데 왜 그 이름이 장미에 붙어있는가? 찬도스 뷰티는 2005년에 R 해크니스란 영국의 유명한, 무려 144년이나 된 장미전문 육종회사가 개발한 거에요. 근데 이 회사는 전부터 왕실과 친한 회사였는데, 툭하면 장미에 왕 이름도 붙이고, 왕자나 공주의 이름도 붙여서 왕실의 사랑을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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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70년을 기념하여 R 하크니스 사가 육종 후 여왕에게 헌정하고, 그 모든 수익을 여왕재단에 기부하기로 한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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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2세 - 너무 오래 여왕 자리를 꿰차고 있어서 맘에 안 들었고, 늙어가는 장남 찰스를 보며 나중엔 '이 여자가 노망이 들었나?'하는 생각까지 들고 한동안 싫어했었다. 하지만 사람이 가고, 세월이 흐르니 그 또한 부질 없는 것이고...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진 중에서는 이 사진이 가장 맘에 든다. 이 사진은 왕으로 즉위(1952년 2월 6일)한 직후인 4월 15일에 공식 초상화로 찍힌 것으로서 사진작가인 도로시 와일딩(Dorothy Wilding, 1893 - 1976)에 의해 촬영되었다. 이 때 찍은 총 59장의 사진 중, 이 사진이 발군으로 평가되곤 했다. 그중에서 선정된 10매 정도의 사진을 보면 완전한 측면 사진들도 있는데, 이 사진과 같은 각도의 좌우 측면 사진들이 보기에 가장 낫다. 반대편에서 찍은 사진도 괜찮지만, 살짝 미소를 띄고 있는 이 사진과 다르게 그것들은 표정이 살짝 굳어있다. 와일딩은 1937년 조지 6세 대관식에서 공식 초상화를 촬영하고 화폐와 우표에 사용할 국왕의 사진을 촬영한 경험이 있는 왕실 사진가로서도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와일딩의 사진은 평범한 흑백 배경에서 모든 시선이 여왕에게 집중되게 찍었다. 이 당시 사용된 티아라(작은 왕관)는 아일랜드풍이다. 이 사진은 우표와 동전에 사용되었고, 당시 와일딩이 촬영한 사진들 중 하나가 공식 초상화로 선정되어 전세계의 모든 영국 대사관에 걸렸다.

 

그게 바로 헌정 장미라는 건데, 영국 왕실의 웨일즈 공주(Kate Middleton)를 위한 것도 있고, 유명한 맥밀란 수상을 위한 것, 슬픈 죽음을 맞이한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물론 여성 과학자 마리 퀴리, 사이클 선수 빅토리아 펜들턴과 같은 유명인, 심지어는 스타라이트 심포니 등에 이르는 많은 헌정 장미들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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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재크린(쟈크린) 뒤 프레 / https://namu.wiki/w/%EC%9E%90%ED%81%B4%EB%A6%B0%20%EB%92%A4%20%ED%94%84%EB%A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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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폴란드 출신의 영국 과학자 마리 퀴리 /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A6%AC_%ED%80%B4%EB%A6%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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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톡튼 백작, 영국 65대 총리, 해럴드 맥밀런 / https://namu.wiki/w/%ED%95%B4%EB%9F%B4%EB%93%9C%20%EB%A7%A5%EB%B0%80%EB%9F%B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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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브라이트만의 투어 공연 "스타라이트 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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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노르망디의 일빌 쉬르 몽포르(유레) 칸도스의 노틀담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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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사이클 선수 빅토리아 펜들턴 / https://ko.wikipedia.org/wiki/%EB%B9%85%ED%86%A0%EB%A6%AC%EC%95%84_%ED%8E%9C%EB%93%A4%ED%84%B4

 

그중에 영국의 유명한 귀족가문 찬도스가 포함된 거에요. 이 회사의 헌정 장미는 대개 뭘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요. "퀸 엘리자베스 2세 장미"도 그런 건데, 그게 여왕의 즉위 70주년을 맞아 만든 장미인 것처럼 찬도스 뷰티는 2005년 왕립의학학회 창립 200주년을 기념해서 찬도스 가문에 헌정된 것이죠. 영국 버킹엄셔의 찬도스 영지를 가진 이 가문은 프랑스와의 100년 전쟁의 지휘관 Sir John Chandos처럼 왕실 사람들과 친구이기도 했던 전쟁영웅을 비롯해서 수많은 정치가, 군인, 예술가, 문학인 등을 배출한 가문이라 그 가문에 헌정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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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Chandos, 영국의 전쟁영웅, 귀족

 

원래 저 장미의 원종은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고, 중국에서는 "차 장미"(tea rose)라 해서 차로 우려마시는 향기가 무지 강한 장미죠. 그 차는 희망봉을 돌아 유럽을 향하는 차 무역을 통해 영국에 소개돼서 왕실이나 귀족들이 사랑했는데, 나중에 그 티 로즈의 원종은 계속된 다른 장미들과의 교잡을 통해서 영국에서는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다 교잡종만 남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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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 Rose(차 장미) - 차로 우려마실 수 있는데 가격도 비싼 편

 

이 찬도스가 그런 티 로즈 계열의 장미인데, 향기도 엄청나지만 모양새가 정말 예뻐서 Beauty란 특별한 단어가 덧붙은 것이고, 꽃잎이 40에서 80장에 이르는데 그게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diaphram) 같다고 해서 "렌즈 장미"로도 불러요. 장미향 감별사들(커피의 커피커퍼 같은 사람들)에 의하면 이 장미의 향은 엄청 진한 계피향, 과일향, 정향, 라즈베리향을 가졌고, 잠잘 때 향기치료에 쓰이기도 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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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 렌즈의 조리개(diaphram)

 

이 찬도스 뷰티의 아름다움은 크리미한 연어색 핑크와 그 칼날이 겹친 듯한 많은 촘촘한 꽃잎들이 나선형의 중심을 이루는 것에 있죠. 하지만 허약해 보이는 색깔의 장미가 병충해에도 무지 강하고, 6월 이후 여름 내내 계속 꽃을 피우기에 화원이나 정원사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 중 하나로 자리를 잡은 것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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