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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2023.05.23 23:16

꿈을 공유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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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387 좋아요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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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공유하려면..."이라는 제목은 의도치 않게 중의적(重義的)인 표현이 될 수 있겠네요. 장래 희망 같은 꿈(hope)을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있고, 실제로 꿈에 본 내용을 다른 사람 나누는(얘기하는) 것이 있겠고요. 이런 표현은 영어로 쓰면 아주 명확해 집니다. "There's dreaming together, like hoping for the future, and then there's actually telling someone what you saw in your dream." 이런 걸 보면 영어가 같은 걸 표현할 때 더 합리적인 것 같기도 합니다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실은 한글을 사용할 때 보다 명확한 표현을 하려고 노력하면 되는 일인데, 그러질 않기 때문이지요. 

 

하여간 전날 밤에 꾼 꿈을 남들에게 얘기하고 싶은데, 꿈을 꾸면서 본(혹은 자신이 꿈을 통해서 그린) 걸 말로 표현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하난 한 번 보고 지나가 버린 영상이고, 그걸 말로 묘사하려니 힘이 든 거죠. 게다가 말이라는 건 듣는 사람이 그걸 토대로 마음속에서 또다른 영상을 그려봐야하는 것이라서 당사자의 경험이나 영상화(visualization) 능력에 따라서 다른 그림이 그려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가 전달은 되지만 그게 말한 사람의 것과 들은 사람의 것은 일치하기가 힘듭니다. 

 

이젠 꿈에 본 걸 최대한 자신이 본 것과 비슷하게 남에게 전달할 수 있는 세상입니다. 그에 관한 얘기를 하기 위해서 매우 소녀 감성에 젖은 그림 하나로 예를 들겠습니다. 

 

이 그림은 제가 카톡에 "포항 스키어"라고 적어놓은 지민이가 MS 빙(Bing)의 AI, "이미지 크리에이터 (Image Creator)"로 그린 그림입니다. 빙에게 자신이 꿈에 본 신비로운 광경을 프롬트(prompts, 명령어, 명령)를 통해 구현한 것입니다. 

 

KakaoTalk_20230523_214544053.jpg

- 포항 스키어 지민이가 그린 그림

 

지민이는 이런 이미지를 꿈에서 봤지만 만약 친구에게 그 멋진 꿈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으면, 그 꿈을 공유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꿈속에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거죠. 만약 그 사진을 꿈 바깥으로 가져올 재간만 있다면 말입니다.^^; 주절주절 꿈에 본 걸 하나씩 상세하게 설명을 해야할 겁니다. 듣는 사람은 그걸 토대로 백지에 그림을 그려갈 겁니다. 

 

그 얘길 듣고 상대가 "아 그런 꿈이었어? 신기했겠구나."라고 얘기를 한다고 해도 그 둘이 그린 그림은 일치하지 않을 겁니다. 다양한 이유로 그 그림들은 일치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 "공유"되었다고 착각할 수는 있지만, 완벽한 공유는 있을 수 없습니다. 들은 사람이 창조한 꿈과 유사한 장면으로 대치될 뿐이죠. 

 

하지만 지민이가 위의 그림을 그려서 "이게 내가 어제밤 꿈에서 본 장면이야. 완전히 같을 수는 없지만, 거의 똑같다는 생각이 들 만큼 비슷한..."이란 말과 함께 보여준다면??? 그들은 그 꿈을 공유하게 될 겁니다. 아주 바람직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는 것이지요. 

 

지민이는 어제 제가 쓴 글 두 개(각 https://www.drspark.net/ski_talk/5746447 / https://www.drspark.net/jia_warehouse/5746521 )를 보고 느끼는 바가 있어서 꿈에 본 걸 Bing Image Creator를 가지고 그렸던 것이지요. 지민이의 prompts는 아래와 같았다고 합니다. 

 

A young girl gazes out into the vast and beautiful universe on a remote planet filled with vast meadows of flowers that emit beautiful light

 

프롬트를 영어로 한 것인데, 그 의미는 대충 "아름다운 빛을 발하는 광활한 꽃밭으로 가득한 외딴 행성에서 한 소녀가 광활하고 아름다운 우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정도의 표현으로 자신의 꿈에 본 풍경을 그려낸 것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건 누굴까요?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인가요, 아니면 지민인가요? 당연히 지민이가 그린 겁니다.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단순한 "도구(tools)"에 지나지 않는 객체이고, 지민이가 주체이니까요. 누구도 붓으로 그림을 그렸다고 그 그림의 작가가 붓이라고 하진 않을 겁니다. 앤디 워홀이나 조영남 씨가 그린 그림도 마찬가지죠. 조수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해도 그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고, 작업을 지시한 사람이 작가입니다. 

 

제가 지민이의 프롬트에 좀더 사실적으로 장엄하게 표현해 달라고, photorealistic, cinematic 두 단어를 추가해 봤습니다. 그 결과물입니다.

 

OIG-1.jpg

- Dr. Spark's revision 1

 

그리고 위의 수채화(watercolor)와는 좀 다른 보다 예술적인 냄새가 나는 그림을 위해서 거기에 반 고호가 그린 유화처럼 다시 그려달라고 했습니다. 프롬트로 Van Gogh style, oil painting 이렇게 두 단어가 더 추가된 것이지요. 아래는 그 결과물입니다. 

 

OIG.FZnpKd5nhRz63.jpg

- Dr. Spark's revision 2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는 엉뚱한 그림을 그려내기도 합니다. 그리는 사람의 생각과는 다른... 그럼 계속해서 명령을 바꿔주면 됩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자신이 의도했던 바에 점점 더 다가가게 됩니다. 원하는 그림에 가까워졌을 때 그걸 선택하면 됩니다. 그리고 상대와 대화할 때 그 그림을 보여주면 "꿈의 공유"가 가능해 집니다. 거의 완전한 커뮤니케이션(total communication)에 가까운 공유가 이뤄지는 것이지요.

 

전 제가 쓰는 글들이 이렇게 단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민이가 그간 관심만 가지고 있고, 해보지 않았다고 했었는데 이런 시도를 해 준 것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사람들은 "큰 일 났다!!!"고 호들갑을 떱니다. 이제 인간은 곧 인공지능(AI) 때문에 대다수의 직업들을 잃게 될 것이고, 멀리 보면 AI 로봇들에 의해 세상이 지배될 것이며, 결국 인간은 그들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절망적인 예언을 하기도 합니다. 예, 그럴 겁니다. 분명 그렇게 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만요. 

 

AI는 도구라니까요? 인간이 쓰자고 만든 도구입니다. 왜 인간이 도구의 노예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굴종적 사고에 빠지는 거죠?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제가 쓴 글에 얼리 어답터 중 한 분인 페이스북 친구 양진혁 선생께서 보여주신 문구입니다. "AI will not replace you. A person who's using AI will replace you." 예, 그렇습니다. "AI가 당신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굴종적 사고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AI를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소외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이건 중의적이고도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생각을 바꾸면 꿈도 달라집니다." 그리고 "꿈이 생기면 미래가 달라집니다." 나아가 "도구를 현명하게 사용하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게 달라집니다. 

-----

 

참 그리고, 하나 덧붙일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은 꿈속에서 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는 거죠. 만약 그 사진을 꿈 바깥으로 가져올 재간만 있다면 말입니다.^^; "

 

이런 소릴 본문에서 했는데, 이거야 앞으로 당연히 가능해 지겠지요. 이미 유사한 작업들이 행해진 바 있고요. 꿈에서 생각한 걸 잘 때 머리에 장착한 센서를 통해 디지털 데이터로 만든 후 블루투스로 컴퓨터에 전달하고, 그걸 그림으로 그려내는 겁니다. 꿈에 본 그대로가 고성능 포토 프린터에 인쇄되거나 벽걸이 TV에 투사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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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2'
  • ?
    Dan 2023.06.23 10:03

    엄청난 영감을 얻고 갑니다. ^^

  • profile
    Dr.Spark 2023.06.23 13:46
    그러시다니 이 글을 쓴 보람이 있습니다.^^
    여기서 받은 영감으로 김준목 선생님의 앞날이 더더욱 밝아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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