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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 철원 접경의 고대산-등산 가능한 최북단의 산

 

 

 

[2021/07/27, 화] 고대산(高臺山)은 경원선 열차의 중단점인 연천의 신탄리역 뒤로 걷다보면 얼마 가지 않아 등산로가 시작되는 산이다. 이 산은 832m의 산이므로 대략 서울 북한산의 백운대(835m) 보다 약간 낮다. 이 산은 연천과 철원의 접경에 있는, 등산이 가능한 우리나라 최북단의 산이기도 하다. 연천군이나 철원군은 국도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민통선(民統線)이기 때문이다.

 

원래 대(臺)는 흙이나 돌 따위로 높이 쌓아 올려 사방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든 곳이다. 그러므로 산 이름에 포함된 고대(高臺)는  "높은 대"이니 대를 더욱 강조한 것이다. 근데 이 산의 주소는 "경기도 연천군 신서면 대광리 13번지"이다. 대광리(大光里)라면 신탄리역 바로 전의 대광리역이 있는 곳이다. 근데 신탄리역 뒤에 있는 고대산의 주소가 왜 대광리 13번지일까? 실은 신탄리가 대광2리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역 이름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으로 뽑힌 바 있는 신탄리역(新炭里驛)의 신탄(新炭)은 숯이다. 이 동네는 뒷산인 고대산에서 나는 참나무로 만든 질좋은 참숯(참나무숯)으로 유명했다. 특히 참숯을 표방하는 많은 숯들이 다른 나무를 섞어 만들었지만 신탄리의 참숯은 100% 참숯인, 강참숯이 대부분이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알 수 있는 것처럼 대광리 주민들은 고대산에 의지하여 살기도 한다.

 

근데 이들은 고대산을 고래산이라 불러왔다. 그것도 큰고래산으로 불렀다. 육지의 산 이름에 왜 바다 생물의 이름을 붙였을까? 산이 크고 깊으니 그걸 고래의 크기에 비유한 것일까? 아니다. 그들이 말한 고래는 방고래의 그 고래이다. 아궁이에 불을 때면 그 불과 연기가 온돌의 구들장 밑으로 흐른다. 그게 지나가는 길, 움푹 파인 골이 바로 고래인 것이다. 산이 높아 주변에 작은 산들이 있고, 계곡의 골이 깊으니 그 산 주변의 주민들이 그걸 보며 큰 방고래를 연상한 것이다. 그래서 고래산이었고, 큰고래산이었다.

 

고대산 정상엔 아주 잘 만들어진 헬기장이 있다. 나무로 만든 데크가 높아서 산 위의 고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곳 고대봉에 오르면 가까이로는 금학산으로부터 멀리는 포천, 양평, 그리고 가평의 산들이 보인다. 명성산, 화악산, 국망봉, 민둥산, 명지산, 보개봉, 고남산, 연인산, 운악산,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 보개산(지장산) 지장봉, 왕방산 등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지척에 있는 금학산(947m)은 학이 내려앉은 것 같다고 하여 그리 부르는데 두 산의 기슭에서 서로 만난다. 이 금학산은 내가 군대생활을 할 때 지낸 철원군 동송읍(당시엔 동송면) 이평리(화지리 옆)의 뒷산이었다. 난 청성부대 6사단 2연대의 연대장 당번병으로 군생활 3년 중 1년을 이평리의 연대장 관사(밤나무골)에서 지냈다. 그래서 금학산의 이웃산인 고대산은 내게 아주 친숙한 산이고, 이 연천군과 철원군 일대는 제2의 고향처럼 여겨지는 곳이다.(군 생활 중 자전거를 타고 이 일대에 안 가 본 곳이 없다.)

 

고대봉에서는 당연히 철원평야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북을 바라보며 왼편 가까이 그 유명한 백마고지의 395(m)봉과 대마리가 보이고, 그 뒤로는 6.25때 중공군이 수공(水攻)을 위해 무너뜨렸던 대규모댐인 북한의 봉래호가 보인다. 눈을 그 오른편으로 돌리면 민통선 위쪽의 경원선 월정리역이 보인다. 안보관광을 위해서만 허락을 받아 군초소를 지나 도달할 수 있는 폐역이다. 거기서 멀지 않은 곳이 태봉국의 궁예도성(弓裔都城)이 있는 풍천원(楓川原) 일대이다. 그 앞뒤의 드넓은 지역은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지역으로서 오대쌀을 생산하는 철원평야이다. 산에 살짝 가리긴 했지만 노동당사가 가까이 있고, 멀리 동송댐과 163km의 긴 강 한탄강이 용암대지의 주상절리로 흘러든다. 화지리, 오덕리, 이평리, 장흥리, 상사리, 지포리 등 민통선 바로 앞의 마을들이 꿈결처럼 내려다 보이기도 한다. 이 모든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니 이 산에서 내려다 볼 수 있는 경관은 실로 감탄을 자아낸다. 오래 전 군생활을 할 때의 추억들과 눈앞의 비현실적 현실 경치가 어우러지는 가운데 아주 긴 시간동안 고대봉 정상에 머물러있었다. 

 

이 산은 세 개의 등산로가 있다. 1, 2, 3코스인데 1코스는 인기가 없는 편이고, 중앙의 2코스가 제일 인기가 좋다. 이 코스는 중간에 화강암 편마암 지역의 능선이 있는데 여길 칼바위 능선이라 한다. 이 능선이 좌우로 시야가 트여있어서 여기서 보는 경관이 대단히 아름답기에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로 올라가면 고대정(高臺亭)이란 이름의 정자를 가진 대광봉이 나오고 고대봉과의 사이에 있는 삼각봉이 나온다. 

 

3코스는 3.03km로 세 코스 중 가장 긴데, 대략 등산 시간이 2시간 정도 걸린다. 그에 비해 2코스는 2.65km로 전자에 비해 짧으나 등산 시간은 2시간 10분 정도로 더 걸리는데, 이는 경사가 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비교적 완만한 3코스로 올라 2코스로 하산했는데, 이는 2코스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경관을 뒤돌아보지 않고 하산하며 정면으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5.68km의 등산로를 정상에서 머문 긴 시간을 포함해서 4시간 여 걸려 오르고 내렸다.

 

고대산은 2018년에 자연휴양림을 만들었고, 등산로 입구 쪽에 큰 캠핑장, 카라반, 그리고 글램핑 시설이 만들어져 있다. 그리고 오랫동안 군시설로 묶여있다가 1980년대 초에 안보관광을 위해 등산이 허락된 만큼 고대산은 우리나라에서 자연보존이 가장 잘 된 산 중 하나이다. 많은 분들이 이 멋진 산을 많이 찾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에 관광지도 많은 곳이고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 연천군이다. 멋진 안보관광지로서 북한 지역을 지척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군남면의 태풍전망대(태풍부대 관할)나 대광리의 열쇠전망대(통일의 열쇠, 열쇠부대 관할)도 꼭 가볼 만한 곳들이다.

 

혹, 율무차를 좋아한다면 그대는 이미 연천군의 팬이다. 이 지역이 우리나라 총 생산 율무의 70%를 담당하고 있다. 군시절 중 1년을 금학산 기슭에서 보냈다가 이번에 지척에서 보니 그 산이 그리워 곧 금학산에도 올라가 볼 예정이다.

 

동영상 삽입곡: Gold by Rob Simons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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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탄리역 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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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고지역과 대광리역 사이의 신탄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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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중단점이 보이는 신탄리역 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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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도중단점과 고대산이 대광리/신탄리의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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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로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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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산 관리사무소 옆의 등산안내도(무료 주차장이 관리사무소 바로 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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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3코스로 올라 2코스로 하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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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자세한 지명 유래는 본문에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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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이 말라버린 표범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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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범폭포의 산개구리 올챙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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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코스를 오르다 처음 열리는 조망. 철원평야 등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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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간 왼편에 학저수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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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산 정상 고대봉. 뒤쪽 왼편에 철원 동송읍의 금학산(947m)가 보인다. 고대봉의 높이는 83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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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 인증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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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내판의 각종 지형지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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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편 낮은 산 건너는 철원군 동송읍 화지리(구 철원) 오른편은 화지리 뒷산인 금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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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넘어 바로 화지리가 있고 나머지는 주변 동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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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학산, 학이 내려앉은 것 같아 붙인 이름이라는데 아무리 봐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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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마고지. 상단 중앙의 백마고지 395(m)봉이 보인다. 그 산의 높은 탑도 보인다. 안 보이는 분들은 아래 확대 사진을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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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에서 보이는 다양한 계곡의 골들. 이걸 보고 대광리 주변 사람들은 (방)고래 같다고 생각하고, 고래산(혹은 큰고래산)이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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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너머 화지리를 조금 더 당겨찍어봤다. 내가 군생활 중 1년을 지냈던 그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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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 왼편의 학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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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저수지(오른편)의 왼편 쪽 안 보이는 곳에 노동당사, 도피안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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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코스를 내려가다 만나는 삼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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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봉의 고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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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봉에서 뒤돌아본 왼편의 고대봉과 오른편의 삼각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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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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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위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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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위 전망대에서 훨씬 다가와 보이는 백마고지(중앙 오른편의 마을 대마리 위의 작은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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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바위에서 내려다 본 대광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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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광리의 율무밭. 연천군은 우리나라 율무 생산의 60~7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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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성비 최고의 1일 등산가방, 버팔로 쿠스코 28(리터). 등판에 알루미늄 프레임을 넣고 그 위에 메쉬(그물망) 등판을 띄웠다. 그래서 하이커의 등과 배낭 사이가 많이 떠있어서 공기가 흐른다. 당연히 등에 땀이 덜 나고, 나도 쉽게 마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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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돈내산 백팩이다. 가격은 43,000원. 이름 좀 있다는 오스프리, 블랙야크, 혹은 밀레 등의 같은 사이즈 백팩의 가격은 80,000원에서 150,000원 정도한다. 근데 이 백팩보다 특별히 더 좋다고 할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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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백팩이 있고, 등에 땀이 차서 고생하면 이 1만 원대의 솔트렉 등판을 구입하면 된다. 모양은 전혀 다르지만 기능 컨셉은 쿠스코 28의 등판 처리와 동일하다.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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