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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과 ”마터호른 체르맛“ 페이스북 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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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과 ”마터호른 체르맛“ 페이스북 그룹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엔 내가 가진 취미가 라디오나 기타 일렉트로닉스(소위 “약전”) 기기들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래서 납땜질을 하거나 전자회로 기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핸드 드릴 등의 공구, 혹은 기판에 부착된 얇은 구리판을 녹일 부식액인 염화제2철 등을 사기 위해 청계천 공구상에 많이 갔었다. 당시는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이어서 지금처럼 옛모습 그대로 물이 흐르고 있었지만 서울 시민들이 배출한 오물로 인해 물이 시커멓게 썩어있었고, 거기선 냄새가 진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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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공구상의 건너편에는 수많은 중고서적상들과 작은 체육사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2층엔 소위 청계피복공장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내가 다니던 광희중학교가 신당동에 있었기 때문에 그리로 돌아가다 보면 꼭  중고서적상 앞길을 지나가게 된다. 어느날 거기서 아주 작지만 예쁜 책 하나를 보게 되었고, 그걸 샀다. 이유는 단순했다. 손바닥 만한 작은 책의 표지에 정말 아름다운 산의 풍경이 인쇄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 흰 산은 아주 뾰족했는데, 푸른 창공을 향해 찌를 듯이 서 있었다. 그건 이 세상의 산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신비하게 보였고, 중학생이 가진 용돈으로는 꽤 비싸다고 여겨졌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산에 매혹되어 책을 샀다.

 

근데 난 그 책을 읽어볼 수도 표지의 산 이름도 알 수 없었다. 이유는 이게 일본 책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것은 일본 유수의 출판사인 암파서점(岩波書店, 이와나미쇼텐)에서 출판된 암파문고(岩波文庫)의 책 중 하나였다. 더 정확히는 암파신서(岩波新書)에 속한 포켓북인 “스이스노야마(スイスの山)”였다. ”스위스의 산“이란 제목에서 일본어로는 스위스를 발음할 수 없기에 이를 ‘스이스’로 표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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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엔 수많은 스위스 산들의 사진이 실려있고, 그에 대한 설명이 되어 있었다. 그러므로 표지에 실린 산이 스위스 산들의 대표성을 지닌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이 산의 이름은 마터호른(Matterhorn)이었다. 독일어로는 ‘마터혼’, 영어로는 ‘매터혼’으로 발음되는... 산의 생김새 하나가 중학생의 눈을 끌어당겼다는 게 신기한 일인데, 후에 그 산을 처음 보는 모든 사람들이 그 생김새에 매혹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지금도 고교 시절에 스키(The Ski Magazine) 잡지에서 오려낸 작은 마터호른 산의 사진을 담은 액자가 책꽂이 한 귀퉁이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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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이스노야마”란 책에는 마터호른을 담은 풍경에 필적할 만큼 멋진 사진이 또하나 있었는데, 그건 그린델발트(Grindelwald) 마을을 찍은 것이었다. 그린델발트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압도적인 위용으로 버티고 선 산이 아이거(Eiger)이다. 아이거가 베르너 알펜 연봉(連峰)의 하나로 요들에 등장하는 베르네 산골(Berner Oberland) 지역이라는 건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후에 알게 되었다. 역시 아름다운 산 풍경을 보는 모든 사람들의 시각은 일치하는 것 같다. 내게 깊은 인상을 준 것이 마터호른과 그린델발트인데, 스위스 관광청의 조사에서 자주 1, 2위가 바뀌며 사랑받는 것이 이 두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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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되면서 등산을 시작했고, 암벽등반에 빠지면서 알프스 등반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게 되었다. 마터호른은 북벽, 남벽, 동벽, 서벽의 네 방향 경사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북벽으로의 등반은 최고난도의 등반 기술이 있어야만 오를 수 있었다. 그렇게 오르기 힘든 알프스의 3대 북벽(north face) 중 두 개가 마터호른과 아이거란 걸 알고 참 희한한 일이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머지 하나는 그랑조라스 북벽인데 이 산의 풍경이 주는 느낌은 앞서 두 산의 것에 비해 그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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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내가 어제 페이스북의 한 그룹에 가입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그룹이 있는 걸 몰랐는데, 페북의 알고리즘이 나를 그리로 인도한 것은 내 포스트 중에 등산이란 단어와 마터호른이란 단어가 수차 포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룹의 이름은 “마터호른 체르맛(

Matterhorn Zermatt)이다.( https://www.facebook.com/share/7CJGxj5L1zcqaVBB/?mibextid=K35XfP ) 혹시 나처럼 산이나 등산에 대한 관심을 가진 분들에게는 좋은 눈요기감을 선물하는 그룹이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가입하기 전에 살펴보니 마터호른과 마터호른을 배경으로 한 아름다운 스위스 마을 체르맛(Zermatt)의 다양한 사진들이 무더기로 나온다. 마터호른은 쳐다보는 방향에 따라, 혹은 보는 위치에 따라서 신기할 만큼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하는 산이다. 내가 그 산의 모습을 처음으로 대한 것처럼 희고 뾰족한 봉우리가 푸른 창공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마터호른의 풍경이다. 하지만 불켜진 체르맛 마을의 뒤에서 작게 보이거나 호수에 비쳐 반영이 될 때 더 신비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나무가 우거진 숲 뒤로 보이거나, 암벽 뒤에서 홀연히 나타난 것 같은 모습도 있고, 때로는 체르맛스키장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 뒤로 모습을 보이는 등 사진마다 다르다. 그 걸 통해 이 산이 가진 또다른 매력을 계속 찾게 된다.

 

이 그룹엔 마터호른과 체르맛의 사진 뿐 아니라 마터호른 산을 올라간 경험자들이 그 산에서 직접 찍은 사진과 정상부에 올라 리지(산등성이)를 걸어가는 동영상 등도 곁들여져 있다. 그걸 통해 오래 동경해 온 산을 오르는 과정에서, 혹은 그 정상에서 내려다 본 마터호른 주변의 풍경을 보게 된다. 그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우리나라엔 ”한국의 마터호른“ 혹은 ”양평의 마터호른“으로 불리는 백운봉(白雲峰)이 있다. 서울에서 양평을 향하는 국도에서 동쪽으로 보이는 뾰족산이다. 이 산(봉우리)은 양평을 대표하는 산이어서 양평의 각급 학교 교가에 등장할 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다. 뾰족하게 솟아있는 모습이라 주변 산들에 비해 그 존재가 뚜렷하고, 마터호른을 아는 사람은 첫눈에도 자동적으로 마터호른을 연상하게 된다. 하지만 그 높이가 941m에 불과한 낮은 산이니 만큼 그 위용이 4,000m 고지인 마터호른에 비할 바가 아닌 것은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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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터호른

 

마터호른은 알프스산맥에 위치한 해발 4,478m의 산으로, 스위스 체르마트 남쪽과 이탈리아 국경에 걸쳐 있다. 특유의 뾰족한 삼각뿔 형태로 유명하고, 상기한 대로 알프스의 수많은 산들과 봉우리 중에서도 알프스를 상징하는 봉우리로 꼽히고 있다. 

 

유럽의 지붕으로 불리는 몽블랑 산(현재 4,809m, 전보다 1m 낮아짐.)보다는 낮지만 깎아지른 지형으로 인해 첫 등정이 늦어졌다. 이 때는 알프스의 많은 산들에 대한 초등정이 대단한 영광으로 여겨졌다. 1865년 영국의 등산가 에드워드 윔퍼(Edward Whimper, 1840-1911)가 이끄는 팀이 처음으로 마터호른 정상에 올랐다. 이 초등정은 후대에 “알프스 등산의 역사에서 가장 눈부신 성과“로 불렸다. 하지만, 하산 중 4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고, 당시로서는 피치 못 할 일이었겠지만 동료의 자일을 칼로 절단했다는 소문으로 인해 윔퍼는 많은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이 비극적인 초등정에 이어 3일 뒤 이탈리아의 가이드 조반니 안토니오 카렐의 인솔하에 이탈리아의 발토르난케 마을에서 온 등반대가 제 나라의 체르비니아(Cervinia) 쪽에서 안전하게 몬테 체르비노(Monte Cervino=마터호른)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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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희대학교 산악부원이던 시절, 우리는 다른 어느 대학의 산악부에서도 가지고 있지 않은 훌륭한 장비를 몇 개 가지고 있었다. 그 중 하나가 1962년 경희대 산악부가 (우리나라 해외등반의 효시가 된) 히말라야 다울라기리2봉 정찰 등반에서 사용한 텐트들이다. 이것은 당시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진 알프스나 히말라야, 혹은 극지탐험용의 텐트로서 등산 선진국인 옆나라 일본의 등산장비 회사에 특주하여 수입한 것이었다. 이 시절에 한국의 산악인들은 미8군에서 흘러나온 카키색의 군용 A텐트나 몽골(리아) 텐트를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희대 산악부가 사용한 여러 휘황한 칼러의 텐트들은 히말라야 등반용으로서  소위 윔퍼 텐트(Whimper Tents)라 불리는 것이었다. 다른 대학 산악부들이 북한산에서 야영 등반을 할 때 눈에 잘 띄는 이 윔퍼 텐트들이 보이면 재수 없다(?)고 야영지를 옮기는 열등감(?)을 보이기도 했었다.^^; 이 텐트에 붙어있는 이름은 마터호른을 오른 윔퍼를 오마주한 것이었다.

 

* 참고: 마터호른, 아이거의 두 산과 체르맛, 그린델발트 두 마을의 이름에 관하여...

 

세상의 모든 것은 이름이 있고, 존재하되 이름이 없으면 그 의미가 없다. 그래서 이름을 불러줄 때 사물이 다가온다.(특히 꽃이 그렇다. 꽃은 이름을 부르면 심지어 방긋 웃으며 달려온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산이나 마을 이름들은 다 그 나름의 의미와 역사, 혹은 어떤 연원을 가지기 마련이다. 본문에서 다룬 몇 이름들에 관해 살펴본다.

 

마터호른(Matterhorn)이란 이름의 배경은 독일어와 베른(베르너) 산골의 현지어(베른 고지 방언)에서 기원한다. 마터(Matter)는 독일어에서 “계곡”을 의미하며, 호른(Horn)은 "뿔"을 의미한다. 마터호른 산의 뾰족한 뿔 모양 형상의 묘사를 위해 이보다 더 나은 이름이 있을까?

 

마터호른에서 가까운 마을 체르마트(Zermatt)란 이름에서 체르(Zer)는 독일어 전치사 "zur"에서 온 것으로, "to the" 또는 "at the"라는 의미이다. 또한 마트(Matt)는 독일의 고어에서 "목초지"나 "초원"을 의미한다. ”목초지에 있는 마을“이란 뜻이다. 체르마트는 현재의 관광지로 발전하기 전에는 농업과 목축업이 주된 생계수단이었던 지역이다. 그 전통이 마을 이름에 녹아있는 것이다.

 

그린델발트(Grindelwald)에서 그린델(Grindel)은 "울타리"나 "장벽"을 의미한다. 이는 마을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자연에 의해 안온하게 보호받는 위치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발트(Wald)는 "숲"을 의미한다. 이 지역이 숲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즉, 그린델발트는 "울타리 숲" 또는 "장벽 숲"의 의미이고, 이는 현 그린델발트 마을의 특성과 형상을 잘 나타내준다.

 

아이거(Eiger)는 여러 기원을 가졌거나 어원에 대한 몇 가지 설이 존재하는 이름이다. 아이거의 연원은 고대 게르만어 "Agris"에서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칼"이나 "날카로운 물체"를 의미하기에 이는 아이거 산의 날카롭고 험준한 봉우리를 묘사한다고 본다. 그리고 다른 연원으로 라틴어의 "Acer"를 지목하기도 하는데, 이 역시 "날카롭다" 또는 "예리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산 봉우리의 날카로운 특징을 나타낸다. 또 하나의 설은 아이거(Eiger)가 "거인"을 의미하므로 산의 거대한 크기와 위엄을 나타내는 것이란 설이다. 그린델발트 마을을 덮칠 듯한 위용을 표현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Galle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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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포스트에 첨부된 마터호른 산과 체르맛 마을의 사진들은 페이스북 그룹 “마터호른 체르맛”에 소개된 것들이다. 그린델발트 사진은 무료 사진 사이트에서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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