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산에 가려다 포기
아주 바보 같은 짓을 했다. 어제 '내일 가까운 산에나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근교 남양주시 화도읍(금남리)의 문안산(文案山)에 가기로 했었다. 날씨를 체크해 보니 06/15(수)의 기상 상태는 등산하기에 나쁘지 않았다. 아침 나절에 비가 좀 오다가 9시 전에 그치고 점심 때 즈음에 맑아진다고 하니 점심 나절에 등산을 시작하면 될 것이었다.
당연히(?) 등산에 나서며 우리 집 마르티스 줄리(Julie)를 동반키로 했다. 지난번 줄리와 함께 검단산에 갔을 때 아주 좋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험한 산이 아닌 가족산행 정도가 가능한 산을 찾다보니 문안산을 후보로 삼은 게 아니었던가? 그 문안산은 "이름의 유래가 맑은 날 정상에 오르면 서울의 문안까지 훤히 보여서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라는 정보들이 태반이다. 그래서 처음엔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산의 이름이 한자로 표기된 걸 보면서 의아했다. "文案山"이다. 이건 "서울의 문안"이라는 표현과는 동떨어진 것이 아닌가 말이다. 서울 사대문 안이라고 하면 한자어로는 문(門)이고, 안은 한자로 내(內)로 써야한다.(예로부터 "門안"이란 한자/한글 복합어로 "사대문안"을 가리키기는 했다.) 실제로 한자어에 "대문의 안"이나 "성과 본이 같은 가까운 집안"을 의미하는 문내(門內)가 있다. 그러니 서울의 문안까지 보이는 산이라 문안산이란 얘기는 근거가 없는 것이 분명하다.
"文案"이란 단어가 가진 두 가지의 의미 중 하나는 "문서나 문장의 초안"이고, 또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에 친군영에 속한 벼슬"이다. 대개 한자어로 된 산이름엔 유래가 있기 마련인데 문안산만 뜬금 없는 해석이 가해진 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뭔가 두 의미 중 후자와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으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 배후에 뭐가 있는 것인지?
어쨌건 어제 예정한 대로 아침을 먹고 떠날 준비를 했다. 워터 블래더에 물을 넣고, 비상식량을 체크하고, 카메라와 동영상 카메라, 그리고 여분의 배터리를 챙기고, 선글라스, 마스크, 등산모 등을 챙겼다. 또 등산복을 챙겨입고, 등산양말을 신었다. 가는 길에 마실 카푸치노를 만들어 테이크 아웃 컵에 담고, 줄리를 일단 등산 가방에 넣은 후에 등산화 끈을 묶지 않고 신은 채로 밖으로 나섰다. 간단한 등산을 하려고 해도 의외로 챙길 게 많고, 막상 나서고 보면 잊고 온 게 발견되곤 한다.
그...런...데......................... 뭐냐 이건?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침나절에 창밖 한 번 안 내다본 내가 문제다.ㅜ.ㅜ 대문 열고 나서는데 주룩주룩 내릴 정도면 비가 벌써부터 내리고 있었던 것일 텐데... 다시 한 번 기상청 앱을 열고 날씨 체크를 해 보니 비가 오는 걸로 바뀌어있다. '아, 기상청!!!'ㅜ.ㅜ 또 당했다.
나 혼자라면 비가 와도 우의를 입고 걸으면 되니 별 문제가 없지만 줄리를 데리고 우중등산을 할 수는 없다. 별수 없이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야겠다.-_- 등산 가방에 들어가 있던 줄리를 밖으로 꺼내니 줄리가 의아해하며 많이 실망을 한 눈치다. 왜 간다고 하다가 안 가느냐고 항의를 하듯 여러 번 짓기도 했다.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도 없고 참...ㅜ.ㅜ
줄리의 표정이 참 와닿습니다.
'뭐야 이건?'
그런 눈빛과 감정이 다가옵니다.
비야 비야 비야 오지 말아라.
우리 누나 시집간단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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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요?^^ 그날 줄리와 잘 통한다고 생각하던 제가 그렇지 않은, 절대 넘을 수 없는 대화의 벽이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말씀하신 노래는 저도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서유석 씨의 노래였죠. 음률은 서글프고, 그 노래에 맞는 가사의 내용이 왠지 슬프고도 안타까워서 뇌리에 많이 남는 노래였습니다. 가사는 한태근 씨란 작사가가 쓰신 것으로 되어 있으나 원래 우리나라의 구전 민요를 정리한 것이라고 하죠. 그리고 이 가사는 "새야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의 음률 위에서 여러 지방에서 거의 비슷하나 조금씩 다른 버전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서유석 씨가 부른 노래의 가사는 9개 지방의 서로 다른 버전 중 강원도 고성 버전(아래)에 가깝다고 합니다.
비야 비야 오지 마라/ 우리 누나 시집간다/
가매 꼭지 비 떨어지믄/ 다홍치마 얼룩진다/
- 서유석 버전은 1970년 출반
아래는 같은 노래를 바블검이란 듀엣이 1972년에 부른 것입니다. 같은 노래의 다른 느낌.^^
그리고 이미 잘 알려진 얘기라서 아실 수도 있다고 생각되긴 합니다만,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하나 하자면... 서유석 씨의 그 노래가 이스라엘의 국가에 그런 가사를 붙인 거라는 거죠. 이스라엘 국가의 제목은 유튜브 영상 대문에 쓰인 대로 하크티바(Hatikvah)란 제목을 가지고 있는데 이게 히브리어로 "희망"을 의미하는 것이라 합니다.(가사의 의미는 영상 아래에...)
희망
오랜 세월 속에 유대인의 영혼을 갈망하리.
그리고 동방의 끝에서 모두의 시선이 시온을 향하리.
2천 년 동안의 희망이 있기에 우리의 희망은 잃지 않으리.
우리의 땅에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사람들은 시온과 예루살렘의 땅으로 가리.
그리고 한 가지 더. 이스라엘의 국가는 체코의 작곡가 스메타나(Bedrich Smetana)의 교향시 "나의 조국" 중 〈몰다우〉 음절을 인용해서 만든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이 기회에 그것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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