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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알프스" 이천 원적산(원적봉-천덕봉)-정개산 종주

 

관련 동영상: https://youtu.be/VQVTren_Kc8

 

[2021/07/16, 금] 경기 알프스, 이천의 "작은 영남 알프스”로 불리는 이천시의 원적산(圓寂山) 일대를 등산했다. 원적산엔 원적봉(圓寂峯, 564m)이 있지만 주봉은 고려 공민왕(恭愍王, 1330~1374년)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왔던 전설을 담아 일명 공민봉(恭愍峯)으로도 불리는 천덕봉(天德峯, 634.5m)이다. 

 

이천 알프스는 원적봉에서 천덕봉에 이르는 능선 구간(약 870m) 양쪽이 나무가 없는 개활지(開豁地, 앞이 막히지 않고 탁 트여 시원하게 열려 있는 땅)라 펼쳐지는 놀라운 경관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아주 높지는 않은 600m대의 산이지만 그 능선에서의 조망이 확 트여있으니 긴 등산로 자체도 멋지지만 양옆으로 펼쳐지는 이천, 여주와 광주의 풍경이 말할 수 없을 만큼 멋지다. 이 산을 방문한 사람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다시 찾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이천 알프스란 별명은 고사성어인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예와 비슷한 연유로 생기게 되었다. 그 산 아래 예비군동원훈련을 담당하는 육군제3901부대가 있고, 산 위쪽에 소총과 박격포를 쏘는 사격장이 있는데 봄가을에 거기서 사격훈련을 한단다. 여러 해 전에 서너 번이나 사격장에서 불이 나고, 그게  산 위로 번지는 바람에 두 봉우리의 나무가 모두 탔다고 한다. 그 때문에 등산로 능선에 개활지가 생겨버렸고, 그 덕에 온 사방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기막힌 조망권이 확보되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 두 봉우리 구간에만 헬기장이 세 개나 있어서 수많은 백패커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고... 그래서 주말이면 그 헬기장들 전체가 알록달록한 텐트들로 가득한 야영장이 된단다. 늦게 가면 자리를 차지하지 못 할 정도라고 하니 이곳이 백패킹/야영의 명소가 된 것은 물론이다.  

 

원래 집에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바로 그 이천 알프스를 대표하는 원적봉-천덕봉 구간까지만 올라갔다가 출발지인 이천 백사면 송말리의 영원사(靈源寺, 선덕여왕 7년인 서기 638년 창건)로 원점회귀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천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서 도예가이자 시인이고, 프로 사진가 뺨치게 사진을 잘 찍으며, 나아가 스키를 워낙 잘 타서 세계적인 스키 브랜드 헤드(Head) 사의 장비 후원까지 받는 박기호 선생과 연락하면서 스케줄이 변경됐다. 이천시민인 박 선생께서 기왕 원적산에 들르는 거면 천덕봉에서 이어지는 정개산(鼎蓋山, 406m)까지는 둘러봐야한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천 알프스에 대한 소문을 듣고 천덕봉까지만 둘러보고 가는데 그 개활지 능선이 정개산으로 향하는 등산로의 상당 부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었다. 

 

이런 제안이 없어도 원적봉에서 정개산까지의 총 14.11km 산행에 관심이 많던 나는 바로 그 제안을 수락했다. 박기호 선생은 정개산 쪽에서 출발할 테니 중간에서 만나자는 것이었다. 이미 이날 아침에 설봉산에서 6km 정도의 트레킹을 하고 온 분이 외지 손님을 위해 접대등산을 해주겠다는 고마운 제안이니 그건 절대 거절할 수 없었다.^^ 문제는 내가 차를 영원사에 주차해 놨다는 것인데, 박 선생이 중간에서 만나 다시 정개산으로 돌아간 후에 자신의 차로 날 영원사 주차장까지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영화 기생충의 비유로 말하면 "박 선생은 계획이 다 있구나"라 할까?^^

 

그래서 난 열심히 원적봉, 천덕봉 등산로를 올랐다. 근데 이 산엔 쉼터 시설이 많고도 잘 되어 있었다. 특히 이정표가 다른 산들에 비해 꽤 촘촘히 세워져 있어서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게 좋았다. 원적봉의 조망은 이천시가 한 눈에 들어오고 있어서 무척 아름다웠다. 거기서 멀리 보이는 천덕봉까지의 등산로는 완벽한 개활지였다. 대개 정상 봉우리에서만 볼 수 있는 경관을 등산로를 걷는 내내 볼 수 있고, 걸어감에 따라서 전과 다른 각도에서 그 경치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래서 이천 알프라고 한 거구만...’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사실 유럽의 알프스와는 다른 풍경이다. 프랑스, 스위스 국경의 프랑스 남동부 론 알프스(Rhone Alpes) 지역 등은 수목생장한계선인 팀버라인(timber/tree line) 위인 경우가 많고, 일본 히다산맥(飛騨山脈)의 북알프스만 해도 산이 높고, 산세가 험해서 우리의 낮은 산들과는 그 생김새를 비교하기 힘들다. 이천에서 제일 높은 산을 둘러싼 산록의 아름다움이라는 면에서 붙은 이름이 이천 알프스인 것이고, 이는 그것만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이날의 날씨였다. 며칠째 잠못 이룰 만큼 더운 열대야가 계속되다가 다행히도 비가 예보된 상황이라 등산을 포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침나절에 기상예보가 맑음으로 바뀌었다. 이천 백사면의 예보 역시 맑음이나 오후 3시부터 비가 올 확률이 80%나 되었다. 그래서 일찍 가서 이천 알프스 구간만 둘러보고 바로 내려오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비는커녕 아주 쨍쨍한 햇볕이 내려쬐는 날씨였다. 26-29도로 예보된 기온은 차에서 확인한 바 32도로 올라갔고, 실제로 개활지 능선을 걸을 때의 온도는 무려 36도까지 올라가 버렸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계속 긴팔 셔츠를 입다가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날에 경황이 없이 출발하다보니 선크림을 바르는 것도 잊었었다. 얼굴이고 팔이고 엄청 타게 생겼지만 오랜만에 비타민 D를 합성할 좋은 기회라는 긍정적 생각으로 (어쩔 수 없이) 전환했다. 기온이 사람 체온과 같은 정도이니 걸을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혀올 정도였다. 그 구간은 왼편 산 아래부터 멀리까지 펼쳐지는 이천과 먼 여주의 아름다운 풍경이 있었고, 오른편 산 아래부터는 광주의 멋진 경치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더위에 헉헉대다보니 그 경치를 기계적으로 볼 뿐 만끽할 만한 여유는 없었다. 

 

천덕봉에 오른 후 정개산까지 가는 길만 5.02km였다.(영원사-3.3km-원적봉-0.87km-천덕봉-5.02km-정개산-0.78-범바위 약수터) 그리고 천덕봉 이후의 사격장 개활지 등산로만 해도 약 2km에 달하는 듯했다. 최근 “이 더위에 웬 등산을 하냐?”는 주위분들이 계셨는데, 그분들에게 “더위 피해서 산에 가는 건데요?”라는 답을 해오던 바이나 이날 같은 날은 등산을 하는 게 미친 짓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백팩에 넣은 워터 블래더(water bladder/水囊)에 담아온 2.5l 물이 바닥이 났고, 작은 폴리 카보네이트병 두 개에 담아온 쥬스 중 한 병만 남은 상태였다. 다행스럽게도 그 상태에서 곧 개활지가 끝나고 양편에 큰 나무들이 늘어선 등산로에 들어섰다. 숨이 막힐 정도의 더위를 경험하면서 사막이나 해난사고에서 물을 못 마셔 죽는 사람들의 고통이 어떨까하는 일까지 생각해 봤다. 찌는 듯한 더위에서 물공급이 안 되면 체온이 급상승하면서 피가 끈끈해져서 뇌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다. 그로 인해서 체내에 산소공급이 줄어들며 몸에 이상이 오게 된다. 체내 수분이 1.5%만 부족해도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 두통, 중심감각 상실 등의 문제가 생겨버린다. 나아가 체온이 40도가 넘어가고 갈증으로 인한 통증이 오면 그 때부터는 장기의 기능이 떨어지면서 손상이 오기 시작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다. 그나마 개활지가 끝나 그늘길 등산로를 걷게 된 게 다행이었다. 안타깝게도 이천 알프스 지역엔 계곡이 드물기도 하고 계곡이 있어도 물이 거의 없다. 그 이전까지는 이정표에 보이는 범바위약수터란 글자가 눈에 잘 안 들어왔는데 정개산 정상 표시 옆에 그 지명이 보이면 반갑기까지했다.^^;

 

정개산의 정개(鼎蓋)는 솥뚜껑을 의미한다. 정개터널 건너편 광주시에서 부르는 산이름이다. 이천시에서는 이 산을 소당산(鼎蓋山)으로 부르는데  이는 "소당뚜껑 덮어놓은 듯한 산"의 의미이다. 양쪽에서 부르는 산이름은 다르나 두 곳에서 본 산의 이미지는 똑같았던 것이다. 정개산 부근에 이르러 박기호 선생을 만나게 되었다. 정개산 정상은 자칫 우회로를 걷다가 지나쳐버릴 만한 곳에 있었는데 박 선생의 안내로 거길 찾아갔다. 거기서 본 정상석은 이천시에서 세운 것으로 소당산이라 적혀있었다. 대개 알려진 바로는 이 산의 높이가 406m인데 이 정상석엔 407m라 적혀있었다. 여기서 본 이천시의 모습은 또 달랐다. 멀리 시내가 보이고 그 옆엔 이천의 대표산인 설봉산과 도드람산이 보인다. 그리고 이천에서 가장 큰 산업체인 SK하이닉스의 거대한 공장건물이나 현대엘리베이터의 높은 승강탑도 눈에 들어왔다. 산 아래 (지석묘로 유명한) 지석리(支石里)엔 이천도자기로 유명한 신둔(면)도예촌이며 장애인국가대표훈련원 등이 있기도 했다. 거기서 박 선생과 많은 대화를 하며 주차를 했다는 범바위약수터까지 내려갔다. 그곳의 약수를 마셔보려고 했으나 최근에 대장균 등이 검출되어 음용수 부적합 판정이 나서 이게 폐쇄되었단다. 그래서 박 선생이 가져온 얼음이 둥둥뜬 시원한 물을 마셨다. 그제야 살 만했다. 박 선생이 살고있는 남정리의 신둔도예촌을 거쳐 이천 산수유마을로 유명한 도립리 옆 송말리의 영원사로 되돌아왔다. 

 

더위로 고생은 했지만 박기호 선생 덕분에 아주 좋은 경험을 했기에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를 드린다.(특히 박 선생이 직접 농사를 지은 것이라며 감자 보따리를 건네주었는데, 그걸 받으며 감동했다.) 이날 5시간 40분에 걸쳐 11.7km의 등산로를 걸은 것인데, 다른 때 같으면 출발점으로 복귀한 후에 바로 집으로 출발했겠으나 이날 만은 그늘에 세운 차에서 한동안 쉰 후에 출발했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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